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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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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외모, 내 편 심야버스에 탔다. 버스 안에 사람이 꽉 들어찼다. 너무 여유있게 줄을 선 탓에 늦게 탔고 정문에서 안으로 더 들어가지 못했다. 나중에 더 탈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안쪽으로 더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안쪽으로 더 들어갈 수 없었다. 몇 정거장이 지나도록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점점 불안해졌다. 뒤에 탈 사람을 생각해서 안으로 좀 더 들어가고 싶어도 안에 있는 사람을 쉽게 밀고 치며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중간에 그렇게 하는 남자가 탔다.중장년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좀 들어가라며 큰 소리치고 난리였다. 소리치기만 한 게 아니라 팔꿈치로 내 척추뼈를 찔러댔다. 잠시 밀기만 한 것도 아니고 한참 동안 들어가라며 큰 소리치며 내 척추뼈를 찔러댔다. 견디다 못해 아프다며 찌르지 말라고..
여장하는 남자? 요즘 매일 #오늘의미모 라는 태그로 화장한 후의 모습을 셀카로 찍어 올린다. 상의로 블라우스를 입기도 하고, 셔츠나 후드티를 입기도 한다. 가끔은 다른 사진도 올린다. 전신을 찍을 수 있는 거울이 있으면 전신을 찍어 올린다. 스타킹 신고 반바지 입은 모습을 올렸을 때 이런 메시지가 왔다."선생님 예전의 멋있는 모습은 어디 갔나요?"내 답은 '난 언제나 멋있는데?'였다. 난 내가 꾸미는 행위를 즐기고, 내 삶을 당당하게 살아간다. 얼마나 멋진가? 난 부끄럽게 살지 않는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 #오늘의미모 셀카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너 왜 계속 그러고 다니냐?, 왜 계속 여장하고 다니냐고 한두 번은 장난인 줄 알았다."좀 당황스러웠다. 나는 여장한 적이 없다. '이게 뭐가 여장..
크로스드레싱 크로스드레싱이라는 말이 있다. '특정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반대 성별이 입는 것으로 인식되는 옷을 입는 행위'라고 위키백과에 나와 있다. 드랙퀸(Drag Queen) 같이 유희를 목적으로 과장되게 여성처럼 치장하고 행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성복장도착 같은 성적 도착증도 있다. 그 외에 변장이나 다른 것들을 목적으로 이성의 옷을 입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남성기가 있는 주민등록상 남성이다. 그리고 여성복이라고 하는 것들을 입는다.나는 블라우스를 즐겨 입는다. 바지도 레깅스 같은 핏의 스키니 진을 즐겨 입었고, 여름이면 핫팬츠를 입고 다닌다. 거의 1년간은 입지 않기는 했지만 한동안 치마도 입고 다녔었다. 나는 유희 목적으로 입고 여성(이라고 생각되는 모습)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니 드랙퀸은 아니다. 성적 ..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도 사람을 포기할 수 있다. 난 어릴 때부터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초능력을 가진 영웅 같은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불편함을 고치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고치려고 하는 데 참여하려고 하면"지금은 바꿀 수 없어.""네가 간다고 바꿀 수 있을 것 같냐?""크면 바꿀 수 있어.""네가 힘이 생기면 바꿀 수 있어. 그러니 지금은 참아."그보다 더 어릴 때는 가능성을 그렇게 무한하게 이야기했으면서 중학생 때부터 되어 불합리한 것을 보며 불만을 느끼기 시작하자 어렵다는 이야기만 했다.그래도 나는 내가 참고 견디다 보면 세상을, 사람을 천천히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갑자기 바뀐 게 아니듯 서서히 젖어 들어가게 바꾸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게 첫째는 치마 입기, 둘째는 화장하기였다. 나를 꾸미기 위한 것만이..
나는 장식품이 아니라 인간이니 화장을 하겠다. - 2 평소 심심하면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다. 설 다음 날, 설 연휴에도 딱히 할 일 없어서 책을 가지고 카페에 갔다. 그것도 외출이라고 나름 꾸민다고 화장을 한다. 그날도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썹을 그렸다. 아이섀도, 마스카라, 립스틱까지 발랐다. 립스틱은 나름대로 발색을 신경 쓴다고 두 종류를 써서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냈다. 겨우 혼자 책 보러 가면서 정성 들여 화장했다.두 시간쯤 책을 읽는데 몸이 너무 아팠다. 전날 저녁부터 몸살기가 좀 있긴 했다.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나왔는데, 가만히 있으려니 몸이 점점 아파져 왔다. 목욕탕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좀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목욕탕을 가려고 나왔다. 다른 건 괜찮은데 마스카라를 어떻게 지워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향했다. 전용 ..
나는 장식품이 아니라 인간이니 화장을 하겠다. - 1 나는 화장하는 사람이다. 기초화장, 피부를 표현하는 화장, 색조화장까지 한다. 화장도 별로 예쁘게 나오지도 않고, 튀게 하지도 못하는 초보이다. 그런데 화장한다는 이유로 간혹 싸워야 한다. 나는 지정 성별이 남성이다. 그리고 시스젠더이다. 요즘에 조금씩 내 성별을 특정해야 한다는 데 의문을 품긴 하지만, 일단은 시스젠더이다.우리 가족은 내가 화장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혐오에 가까운 것 같다. 화장하면 잔소리를 한다. 적당히 하라느니, 얼굴이 너무 하얗게 되었다느니, 애(내게는 조카)가 내 화장 때문에 운다느니 온갖 핑계로 화장하는 것 자체를 갖고 건든다. 그 정도는 좀 참고 지냈다. 그러다 참지 못할 만큼 화나는 일이 생겼다. 아버지 정년퇴임 후에 직원들과 밥 먹는 자리를 마련..
학교에서 겪은 성차별 이야기 5. 너의 피부를 위해? 학교에서 자주 보는 것 중 하나가 화장 단속이다. 심지어 불시 화장품 단속으로 화장품을 빼앗겼다며 엉엉엉 울며불며 대성통곡을 하는 학생도 본 적 있다. 화장을 못 하게 하는 규정이 있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화장품을 빼앗는 것은 더 이해하기 힘들다. 수업 중에 꺼내서 수업 방해한 물건만 잠시 맡아 두는 것도 아니고 검사해서 화장품을 빼앗는 것은 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것도 선도부를 시켜서 하는 것은 더욱더!나도 화장 단속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해봤다. 수업 중에 단속해서 화장솜 주고 거기에 리무버 잘 흔들어서 뿌려준 다음 스스로 닦게 했다. 그런데 그것도 지쳤다. 동의하지 않는 일을 단지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하는 것도 싫었다. 나중에는 그것도 지쳐서 살살 모른 척했다. '내가 아니라도..
학교에서 겪은 성차별 이야기 3. 젊은 패기로 화장을 멈추라고?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날짜와 날씨를 기억한다. - 2016년 9월 30일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4시 반 퇴근 시간이 되어 챙겨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실내에 있다 보니 비가 오는 것을 깜빡하고 우산을 두고 나왔다. 다시 우산을 가지러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교무부장과 마주쳤다.교무부장은 내게 시간 있느냐고 물었다. 퇴근하고 딱히 할 일은 없어 집에 갈 생각이었기에 시간 있다고 했더니, 밥을 먹자고 했다. 갑작스러운 말에 무슨 일인가 의심이 들긴 했지만, 굳이 피할 이유도 없었다. 알겠다고 했더니 곧 챙겨서 갈 테니 먼저 근처에 어느 식당에 가 있으라고 했다.학교에서 급식을 먹다 보니 굳이 밖에서 사 먹을 일이 잘 없어서 근처 식당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들어가서 뻘쭘하게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5분쯤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