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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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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로써 『항거: 유관순 이야기』보기. 굉장한 우려 속에 보러 갔다. 귀향에서 본 그 끔찍하고 생각 없는 재현과 그 재현을 파해치는 행위를 민족주의로 포장했던 그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괜찮았다. 시대에 갇힐 수 밖에 없지만, 시대에 갇히지 않은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감독의 전작 때문에 우려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절제된 모습과 연출이었다. 감옥을 중심으로 한 흑백의 제사와 감옥에 들어가기 전을 컬러로 보여주는 묘사는 굉장히 뻔한 대비라면 뻔한 대비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정적일 수 밖에 없는 공간과 그게 아닌 공간의 대비로 볼 수 있다.사망 순간 흑백에서 색이 점점 나타나는 연출은 굉장했다. 우리가 아는 건 흑백과 컬러의 교차점뿐이었다. 우리가 모르는 컬러풀한 유관순의 모습, 우리가..
남성이 되기를 주저하기 - 2. 주체와 매개체 사이의 나 나는 남성이 되기를 주저한다. 나의 성적지향은 양성애(Bisexual)이고, 나의 성 정체성은 안드로진(Androgyne)이다. 그리고 나는 페미니스트이다. 남성이 되기를 주저하는 건 성 정체성과 페미니스트로서의 신념 때문만이 아니다. 내 안에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존재하고, 지정 성별 남성으로 혜택을 받았던 것들이 있다. 난 매개체로써, 도구로써 존재하고 싶지 않다. 나는 오로지 나로 존재하고 싶다.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단순한 유전자 전달 매개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전자 전달 매개체라고 해도 그건 생명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일 뿐, 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과는 관계없다. 가부장제는 자연 발생도 아닌데 인위적으로 나를 주체가 아닌 매개체로 만든다. 그래서 가부장..
귀향, 가부장의 재구성과 비평의 실종 귀향을 본 건 개봉한 주 평일 낮이었다. 관객은 반 이상 들어차 있었다. 얼마나 힘들게 개봉했는지 흘러나오던 이야기, 단체 관람을 시켜준 어느 교사 이야기, 소녀상 이야기, 위안부 협정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른 관객도 나처럼 비슷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앉아 있을 것 같았다. 조명이 꺼지고 비상구 안내가 나왔다.영화를 보면서 당황했다. 점점 기분이 나빠졌고, 머리도 아파졌다. 아리랑이 나왔을 때 소름이 돋고 구역질이 났다. 그래도 평소처럼 엔딩크레딧 끝까지 화면 보고 있었다. 중간에 울며 나가는 관객이 눈에 들어왔다. 왜 저 사람들은 울면서 나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는지 얼굴 경련에 구역질이 더 올라오는데.- 귀향에 대한 찬양뿐, 비평은 실종나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