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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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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되기를 주저하기 - 2. 주체와 매개체 사이의 나 나는 남성이 되기를 주저한다. 나의 성적지향은 양성애(Bisexual)이고, 나의 성 정체성은 안드로진(Androgyne)이다. 그리고 나는 페미니스트이다. 남성이 되기를 주저하는 건 성 정체성과 페미니스트로서의 신념 때문만이 아니다. 내 안에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존재하고, 지정 성별 남성으로 혜택을 받았던 것들이 있다. 난 매개체로써, 도구로써 존재하고 싶지 않다. 나는 오로지 나로 존재하고 싶다.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단순한 유전자 전달 매개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전자 전달 매개체라고 해도 그건 생명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일 뿐, 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과는 관계없다. 가부장제는 자연 발생도 아닌데 인위적으로 나를 주체가 아닌 매개체로 만든다. 그래서 가부장..
남성이 되기를 주저하기 - 1. 아름다움을 대하는 자세 나는 남성이 되기를 주저한다. 나는 성 정체성을 계속 고민 중이기는 하지만, 안드로진(Androgyne)이라고 정체화했다. 남성이 되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비단 성 정체성 때문만은 아니다. 내 안에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존재한다. 남성이 존재함에도 남성이 되기를 주저하는 것은 페미니스트로서 가부장제 아래서의 일방적인 남성성이라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신념이 더 크기 때문이다.지금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것 중 하나는 아름다움에 대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남성의 외모를 칭찬할 때는 '멋지다', '멋있다', 여성의 외모를 칭찬할 때는 '예쁘다', '아름답다'라고 한다. 이렇게 성별에 따라 외모를 칭찬하는 말이 다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http://stdweb2.korean.go.kr)(국립국어..
비혼선언 - 나는 존엄하다. 난 비혼이다. 결혼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난 결혼을 하지 않고 있었다. 결혼에 관한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혼식을 어떤 방식으로 해볼까, 결혼하기까지 치러야 할 과정이 어떨까 한참을 상상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미혼이었다. 요 몇 달 동안 몇 번에 걸쳐 집에 비혼을 선언했다. 이제는 미혼이 아니다. 비혼이다.20대 초부터 아버지에게 '장가 빨리 가라.', '손주를 빨리 보고 싶다.' 등의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나이 먹을수록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중간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기도 했고 결혼과 살 곳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며 고민하기도 했다. 각자 원하는 삶의 터전과 삶의 방식은 달랐..
나는 장식품이 아니라 인간이니 화장을 하겠다. - 1 나는 화장하는 사람이다. 기초화장, 피부를 표현하는 화장, 색조화장까지 한다. 화장도 별로 예쁘게 나오지도 않고, 튀게 하지도 못하는 초보이다. 그런데 화장한다는 이유로 간혹 싸워야 한다. 나는 지정 성별이 남성이다. 그리고 시스젠더이다. 요즘에 조금씩 내 성별을 특정해야 한다는 데 의문을 품긴 하지만, 일단은 시스젠더이다.우리 가족은 내가 화장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혐오에 가까운 것 같다. 화장하면 잔소리를 한다. 적당히 하라느니, 얼굴이 너무 하얗게 되었다느니, 애(내게는 조카)가 내 화장 때문에 운다느니 온갖 핑계로 화장하는 것 자체를 갖고 건든다. 그 정도는 좀 참고 지냈다. 그러다 참지 못할 만큼 화나는 일이 생겼다. 아버지 정년퇴임 후에 직원들과 밥 먹는 자리를 마련..
귀향, 가부장의 재구성과 비평의 실종 귀향을 본 건 개봉한 주 평일 낮이었다. 관객은 반 이상 들어차 있었다. 얼마나 힘들게 개봉했는지 흘러나오던 이야기, 단체 관람을 시켜준 어느 교사 이야기, 소녀상 이야기, 위안부 협정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른 관객도 나처럼 비슷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앉아 있을 것 같았다. 조명이 꺼지고 비상구 안내가 나왔다.영화를 보면서 당황했다. 점점 기분이 나빠졌고, 머리도 아파졌다. 아리랑이 나왔을 때 소름이 돋고 구역질이 났다. 그래도 평소처럼 엔딩크레딧 끝까지 화면 보고 있었다. 중간에 울며 나가는 관객이 눈에 들어왔다. 왜 저 사람들은 울면서 나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는지 얼굴 경련에 구역질이 더 올라오는데. - 귀향에 대한 찬양뿐, 비평은 실종나..
서양음악사에서 "여성"음악가 음악사를 공부하다 보면 20세기까지 유명한 음악가들은 거의 남성이다. 특히 음악 교과서의 음악가는 클라라 슈만 정도가 로베르트 슈만, 요하네스 브람스와 함께 로맨스 정도로 언급되는 정도에 불과하다. 굳이 교과서가 아니라도 클라라 슈만은 남편 로베르트 슈만과 평생 자신만을 짝사랑한 브람스와의 관계 정도만 이야기될 뿐이다. 왜 여성은 음악사에서 언급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일까? - "여성"음악가에 대한 말계몽시대 자연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Jean-Jaques Rousseau)는 “여성들은 예술적 감각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무엇이든지 깨닫고 배우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역시 부정적으로 보고 “여성 전체 중에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