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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딸이 강간 피해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BS에서 하는 를 보다가 출연자 중 한 명이 '본인 딸이라도 그렇게 말씀하시겠어요?'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생각에 얼굴을 찌푸렸다. 비슷한 감정을 가진 적 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났다. 몇 년 전에 했던 토론 때 들었던 말이었다.몇 년 전 연수 받을 때였다. 토론 프로그램이 있었다. 난 토론을 굉장히 좋아해서 기대하고 있었다. 주제는 당시에 한참 논란이었던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였다. 법은 이미 통과된 상태였고, 압도적인 여론 때문에 반대쪽을 다들 하기 싫어했다. 하지만, 나는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어떻게 토론에서 이겨볼까 하는 생각에 흥분했다.나는 내 입장과 내용에 자신 있었다. 나는 '성폭력의 원인은 성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학적 거세는 의미가 없어 반..
치마가 편해 보이냐? 이번 유니클로 광고 시리즈는 재미를 추구한다. 남자들의 바지가 불편하다면서 이 바지를 입으면 '감탄'할 만큼 편하다고 광고한다. 광고를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많다. 단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편안하다는 치마, 이 이야기가 조금 불편하다. 왜냐하면, 치마 입는 과정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스커트를, 그들의 편안함을,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것인가."는 불편한 말이다. 먼저 치마를 입을 때 신경 쓸 것이 많다. 속옷이 보이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치마의 경우 H라인으로 팽팽하면 움직임도 불편하고 앉았을 때 틈으로 속옷이 보일까 봐, 허리를 숙일 때 뒤로 엉덩이와 속옷이 보일까 봐 신경 쓰인다. A라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짧으면 신경 쓰인다. 펜슬 스커트 같은 경우에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
내가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 그리고 계속 더 페미니스트답고자 노력하기 위해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는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가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잘못하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30년 남짓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 중에 제가 잘못했거나 잘못할 뻔한 기억들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지만, 저를 모르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앞으로 잘못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못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제가 잘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존중 없는 삶이 무섭습니다.저는 그다지 존중받고 살아온 것 ..
어른의 자격 - 작년 5월 퇴근길퇴근이 평소보다 한 시간가량 늦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옆에 않기 힘들 거로 생각하는 곳을 찾았다. 제일 뒤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있었던 일을 속으로 곱씹었다. 내가 평소 생각과 다르게 행동했던 부분이 떠올라 어떻게 고쳐야 할지 생각했다. 그 자리가 처음 생각보다 신경 쓰이는 게 많아 중간중간 조금 더 앞자리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내리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자리 이동도 못 하고 있었다. 집까지 두 정거장쯤 남았을 때쯤 거의 만원 버스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 버스에 올라 뒤쪽으로 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야 이 새끼들아, 어른이 왔으면 벌떡벌떡 일어날 줄 알아야지! 어른을 공경할 줄 몰라."많아 봐야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
내가 얻은 연대의 언어 페미니즘 - 감추어야 하는 것 1나는 정신과에 다닌 적이 몇 번 있다. 처음은 중학교 다닐 때 성적인 별명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견딜 수가 없어서 상담받으러 다녔다. 두 번째는 대학 졸업하고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잠 좀 자고 싶어서 다녔다. 세 번째는 데이트 폭력과 과로로 누적된 스트레스가 폭발하여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잠도 못 자고 말도 안 되는 죄책감에 시달려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다녔다. 네 번째는 직장에서 과로와 스트레스 업무로 번아웃 되어서 회복하기 위해 다녔다.아파서 병원 다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누가 안부를 묻거나 왜 이렇게 살이 안 찌냐고 물으면 병원 다니면서 약을 먹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신과는 아파서 다녀도 숨겨야 하는 곳이어야 하는 모양이다. 사람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도 사람을 포기할 수 있다. 난 어릴 때부터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초능력을 가진 영웅 같은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불편함을 고치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고치려고 하는 데 참여하려고 하면"지금은 바꿀 수 없어.""네가 간다고 바꿀 수 있을 것 같냐?""크면 바꿀 수 있어.""네가 힘이 생기면 바꿀 수 있어. 그러니 지금은 참아."그보다 더 어릴 때는 가능성을 그렇게 무한하게 이야기했으면서 중학생 때부터 되어 불합리한 것을 보며 불만을 느끼기 시작하자 어렵다는 이야기만 했다.그래도 나는 내가 참고 견디다 보면 세상을, 사람을 천천히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갑자기 바뀐 게 아니듯 서서히 젖어 들어가게 바꾸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게 첫째는 치마 입기, 둘째는 화장하기였다. 나를 꾸미기 위한 것만이..
학교에서 겪은 성차별 이야기 7. 가르치지 않는 권리 학교에서 교육 활동 외에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일까? 생활 지도이다. 생활 지도를 통해 인성, 비행, 폭력 등을 다루는 것이 맞을 것 같지만, 실제로 하는 것은 외모 통제이다.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 외모를 표준화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사회에서 적절한 외모의 조건이 내면화되며, 표준화된 외모 취향을 만든다.기간제교사 면접을 보러 갈 때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이 외모이다. 면접 보는 본인 말고도 주변에서 평범하게 하라고 강조할 정도이다. 면접에서 특징적인 부분이 있으면 학생들이 본받을 것이라거나 불평등한 상황에 의문을 품을 것이라고 잠재적 교육과정을 가정하여 안 좋은 점수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외모는 점수에 안 들어간다는 교원임용시험 2차 면접, 수업 실연 때도 다들 외모에 신경 많이 쓴다. 성별..
학교에서 겪은 성차별 이야기 6. 그건 성적 대상화입니다. 학교에서는 교과서가 있는 교과만 갖고 수업하지 않는다. 교과 외에도 여러 가지 분야에 관하여 자율 시간 등을 통해 교육한다. 자율 시간을 통해 성폭력 예방, 폭력 예방, 다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교육한다. 이런 교육은 특별하게 자율 시간만 갖고 수업하지 않는다. 일반 교과 시간에 녹여내어 수업하기도 한다.나는 그 중 성교육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보건 선생님께 찾아가서 가끔 그런 내용을 갖고 이야기를 해본다. 대화 중에 보건 선생님이 성교육을 보건에서 가져온 것을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업무만 늘어난 것뿐이면 괜찮은데, 성교육은 보건에서 전담으로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섹슈얼리티나 생물학적, 성병 예방을 넘어서 젠더 교육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하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