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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워싱

핑크워싱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다큐멘터리 영화 '핑크워싱'이다. 핑크워싱은 대외적인 여러 이미지를 인권 친화적, 성소수자 친화적 이미지 '핑크빛'으로 세탁시킨다는 뜻이다. 이런 핑크워싱은 다양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부정적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감추기 위한 방식으로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하필 성소수자를 선택한다는 것은 진보적 가치, 아니 인권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핑크워싱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한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은 놀라웠다. 자본의 이미지 세탁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비윤리적 점령과 착취를 세탁하기 위한 방식으로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는 데 인권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본이나 18~20세기 식민지를 세웠던 국가들 역시 별 다를 바 없다. 미국은 여전히 침략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인권과 관련한 말을 하는 방식으로 세탁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선주민을 학살했던 역사가 있지만, 성소수자 대사 등을 친화적 이미지를 만든다.

제주는 한국 내 식민지와도 같은 곳이다. 제주도내에서 국가나 국가 자본, 초국가적 자본에 의한 핑크워싱은 크게 일어나고 있지 않다. 돈으로 이미지를 세탁하고 있다. JDC,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라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은 어떻게 보면 유럽의 동인도 회사, 일본의 동양척식주식회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의 땅을 수용하고, 개발하는 주체이자, 제주에 자본의 침식을 가속하는 주체이다. 대표적으로 제주 신화가 없는 제주 신화 월드, 영리병원을 세우고자 자본의 욕망을 대행하는 헬스케어단지, 교육을 가장한 자본침식 지역인 영어교육도시 등을 만드는 데서 드러난다. JDC는 제주 지역 사회에서 돈과 땅을 빨아들인 수익 중 극히 일부를 시혜적으로 환원하며 브랜드 광고와 함께 이미지를 세탁하고 있다. 제주도외에서는 제주도를 투기 자본을 위한 센터로 바라보고 이용하며, 제주도내에서는 제주를 살기 좋게 만든다는 이미지로 세탁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은 공항 건설을 통한 관광객 수용과 경기 부양이라는 말로 세탁하며, 제주에 새로운 공군 기지가 들어설 자리를 만들려 하고 있다.

국가 자본과 자본은 돈과 광고로 세탁한다. 하지만, 세탁하는 것은 그들뿐 아니다. 제주의 경찰 역시 이미지를 세탁한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핑크워싱을 이용하는 국가기관이 경찰이라는 것이다.

강정에서 경찰의 평화 활동가에 대한 폭력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강정에 제주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폭력뿐 아니라, 2018년 제주 해군 기지의 국제 관함식 때에도 폭력을 휘둘렀다. 집회신고를 한 평화활동가를 보호하기보다 그들을 억누르는 데 힘썼다. 뿐만 아니라, 1월 7일 제주 제2공항, 영리병원 반대 투쟁을 하는 제주특별자치도청 앞 천막촌에 대한 불법적 집행에 제주시청 공무원과 제주자치경찰이 이용되는데, 국가 경찰은 위법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방관하고, 집회 결사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있었다. 공권력이 시민을 겁박하고 비법적 조치를 하는데 그것을 방어하기는커녕 방관하기만 했다. 정복을 입고 다른 경찰들에게 지시하던 경찰은 명찰을 가렸고, 관등성명을 물었을 때, 근무시간이 아니라며 피하기만 하면서.

그런 면에서 제주퀴어문화축제는 굉장히 특별한 사건이다. 제주의 시민사회에서 그렇게 욕먹는 경찰들이 제주퀴어문화축제에서만은 칭찬을 받는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건들 부분이 많지만, 제주퀴어문화축제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 다른 것은 보호하지 않지만, 인권 축제라고 이름을 내세우는 제주퀴어문화축제장과 행렬만은 열심히 보호했다.

평화활동가가 함께 연대하는 축제에서 경찰의 그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누가 "제주에서 맨날 퀴퍼했으면 좋겠다."며 한탄 아닌 한탄을 할 정도였다. 경찰의 핑크워싱은 역겹지만, 그것마저 없으면 우리가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한숨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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