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를 탈퇴하려 합니다.

저는 2012년 10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후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내가 인권 관련해서 다른 연대 없이 말만 하는 건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계 인권에 지속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국제앰네스티를 통하면, 최소한 세계 인권의 보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13년 앰네스티의 오래된 모 활동가의 성희롱 파문 때 당활스럽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의 개인적인 잘못이고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국제앰네스티를 옹호했고, 여전히 조직에 후원을 유지했습니다.

2015년 앰네스티의 "나는 샤를리다" 캠페인 동참에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샤를리 엡도의 그 혐오 가득한 반인권적 선전을 두고 "표현의 자유"라고 했을 때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소수자를 두고 혐오와 조롱을 쏟아내는 그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고 포장한 채 테러만을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샤를리 엡도"의 그 표현은 테러와의 훌륭한 연대였고,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무시하는 행위였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차치하더라도 자유와 권리, 인권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싸워왔던 페미니스트, 흑인 인권 운동가, 반식민지 운동가들의 행동을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여전히 후원을 유지했습니다.

2017년 제주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며, 내가 좋아하고 지지하며 내 생애 가장 오래 후원해온 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연대를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소통은 굉장히 느렸습니다. 캠페이너들이 있다면 그때 그분들이 제주퀴어문화축제에 와서 캠페인을 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국제앰네스티는 부스를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회원이라며 자랑스럽다고 홍보에 이용했습니다. 그래도 참았습니다. 축제 전날 따로 연락 와서 캠페이너들이 제주에 있다며, 부스 없이 자신들의 캠페인 물품을 통해 동참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행동이 괴씸했지만, 연대 단체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모든 인권 활동에는 연대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2018년 제주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면서 여러 지역의 퀴어 축제에 단순 참여를 통해 발언만 하든, 부스를 내든 연대하러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대구퀴어문화축제 때 국제앰네스티의 동아시아 지역 인권조사관의 한국 성소수자 인권실태 조사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조사에 성실히 답변하였고, 그 답변이 모두 끝난 후, 이전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관련해서 받았던 상처를 풀었습니다. 거기 있었던 관계자는 모두 사과를 했습니다. 저는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제주퀴어문화축제에 연대하러 오겠다는 말도 분명히 들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부스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조직 내부의 문제였습니다. 작년과 같은 모욕감이 다시 들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내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도 후원을 끊지 않던 단체에 받는 이 모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조직 단위에서 2년 연속으로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이런 모욕을 더이상 감내하며, 후원회원으로 남기에 제 인내심도 바닥났습니다.

난 국제앰네스티의 활동을 여전히 지지합니다. 그 다양한 활동에 동의하며 계속 연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욕과 더불어 내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도 후원할 만큼의 여유를 부리는 건 사치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국제앰네스티와 경제적 인연을 끝내려 합니다.

좋은 사람, 좋은 활동을 외면할 수 없어 모든 연을 끝내지는 못 하겠습니다. 국제앰네스티와 경제적 후원은 이제 끝입니다. 언젠가 다시 후원을 시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모욕감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모욕감이라고 표현했지만, 배신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배신감은 단순 개인적인 것이고 제가 속한 조직과는 관계 없습니다.

저는 이제 제 활동에 더 집중하겠습니다.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단 이를 두고 국제앰네스티의 잘못 때문에 후원을 할 수 없다는 등의 말은 비웃을 것입니다. 제게 큰 실망감을 주었지만, 조직의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시킨 것은 아니며, 국제앰네스티라는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별개의 일입니다.

저는 오늘 국제앰네스티에 후원을 중단을 통보하고, 탈퇴한 후에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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