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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법대 합격생 A, 변희수 하사 두 분께 연대의 편지를 보냅니다.

결국 등록을 포기하셨네요. 혐오에 힘을 실어 준 언론을 규탄합니다.


연대와 글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힘이 더 있었다면… 더 열심히 할게요!

처음에 쓴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하지만, 기고라는 건 지면의 한계에 맞춰야 하고, 같은 회사라면 매체가 달라도 글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길게 썼는데, 어떻게든 두 분이 용기를 내고 더 많은 응원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 지면에 맞추어 신문사에 부담이 되지 않게 고쳐 기고했습니다.

거칠어도 조금 더 맥락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다른 힘든 분들도 다른 노력이 있는 걸 알고 살아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초고도 공유합니다.

거칠어도 마음을 다해 노력하지만, 정말 어떻게 할지 몰라 이렇게 밖에 못하는 사람입니다.
계속 살아내주기를 바라는 것이 정말 잔인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용기 내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삶을 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한 걸음이 희망입니다. 제발…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숙명여대 법대 합격생 A, 변희수 하사 두 분께 연대의 편지를 보냅니다.

따로 연락 드릴 방법을 찾는 건 오히려 힘들게 해드릴 것 같고, 저도 적극적으로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공개적으로 연대의 편지를 보냅니다.

저를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녹색당 21대 총선 비례대표 예비후보자 김기홍입니다. 더불어 세상에 공개 커밍아웃하고 고향에서 활동하는 바이섹슈얼,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입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이며,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의 퀴어인권분과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래 직업은 음악교사입니다만, 비정규직이라 커밍아웃과 활동 뒤로는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아 현직은 아닙니다.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밝히고 직장생활을 하거나 학교생활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변 몇에게만 커밍아웃하는 것도 참 많은 각오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커밍아웃 전에는 화장을 이유로 사직서 이야기, 커밍아웃 후에 간혹 시간 강사로 근무할 때에도 남자가 남자답게 같은 혐오와 마주하게 됩니다.

변희수 하사께서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얼굴을 내밀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기자회견문을 읽을 때 저는 너무 슬펐습니다. 자신의 신상을 공개적으로 밝힐 때 겪을 직접적 혐오라는 무릅쓰고 공개 커밍아웃하는 그 모습에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얼마나 힘들까.

군인권센터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다양한 페미니즘 단체, 퀴어인권운동 단체에서 연대의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그렇게 변희수라는 이름은 존재를 드러내며 다른 벽장 속 퀴어에게 희망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연대해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이 여기에도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이후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한 A님께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변희수 하사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을 때 감동이었습니다. 어쩌면 또 다른 혐오 집단에 노출될 수도 있는데 연대를 위해 용기를 내서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여러 트랜스젠더 단체, 퀴어와 페미니스트 개인 및 단체들이 연대의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변희수님의 싸움에, 숙명여대 법학과 합격자 A님의 연대와 고백에 환영과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때맞춰 트랜스젠더 존재 자체를 위헌이라고 규정하는 일부 분리주의 혐오자와 인권운동을 해왔지만, 차별금지법에 성별 정체성이 들어가는 것만은 동의할 수 없다는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그 상황에서 여러 기사가 나며 혐오가 기사화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혐오에 맞닥뜨리고 힘겨워 등록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숙명여대 학내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혐오의 메시지가 더 커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일부에 불과합니다. 존중하지만 존중하는 데 서투른 사람들과 존중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저는 2017년 대선 후보들의 혐오에 공개 커밍아웃했고, 그 하에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여러 혐오에 맞닥뜨렸는데, 특히 혐오 세력의 집단 민원에 제주시청이 굴복하여 더 힘들었습니다. 저희는 제주시에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저희도 많은 연대를 받았고, 일부인용 판결로 저희는 승리했습니다.

저는 이듬해 제주녹색당 도지사 후보자 경선에서 3위를 기록하며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도의원 2순위 후보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성중립 화장실 공약이 화제가 되며 혐오자 등이 제게 철폐 요구와 함께 혐오 발언과 각종 공격을 하며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심지어 현 제주도지사인 당시 원희룡 후보는 녹색당 고은영 후보의 질문에 “사람은 존중하지만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신념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수준으로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 제주녹색당은 고은영 도지사 후보 3.53%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3위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기타로 나오는 일이 잦았던 녹색당은 4.87% 득표율을 기록하며 성소수자 인권 옹호의 힘이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제 삶 역시 달라졌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같은 집에 사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저를 뿌듯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과 달리 저를 더 존중해주셨고, 고생했다며 칭찬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특히 한 어르신은 이후 저를 더 좋아하시게 되어 저를 볼 때마다 웃음을 짓고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제가 표정이 안 좋으면 걱정과 위로의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고요.

뿐만 아닙니다. 저는 제 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연대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도 간혹 연대나 응원의 메시지를 받습니다. 제 친구 중 많은 이들이 저를 존중하고 응원합니다. 제가 밀양에서 근무할 때 만난 학생들, 동료 교사, 교직원, 교장선생님도, 창원, 제주에서 근무할 때 만난 학생들도 저를 존중하고 응원해주십니다.

당장 혐오의 발언은 분명 굉장히 힘들 겁니다. 하지만 변희수님, A님. 연대하는 사람들과 존중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생식기 환원주의에 반대하고 트랜스젠더를 옹호합니다. 백래시와 다크룸을 쓴 작가 수전 팔루디는 분리주의 트랜스 혐오자가 영향력이 크지 않은 소수라고 평가한다. 한겨레에서 진행한 손희정님의 인터뷰에서 수전 팔루디는 “페미니즘 옹호자인 트랜스젠더가 많은 것처럼, 트랜스 옹호자인 페미니스트 역시 많다”고 밝혔습니다.

그 일부만이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의 마음에 크게 상처 줍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겨야 합니다. 아니, 이길 겁니다. 우리가 옳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갈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희망이기에 이깁니다.

숙명여대 법학과 합격자 A님, 변희수 하사님 함께 살아갑시다. 살아내지 않고 그냥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친구가 남기고 떠난 말 “성소수자랑 장애인 취업 못 하지 않게 정치 잘해줘요”를 지키려면 많은 분이 일상을 지켜야 합니다. 드러낸 그 자체로 두 분은 저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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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성소수자들의 희망인 두 분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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