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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나야나

예전에 썼던 답안. 나는 용천의 검

2016.6.8.
당시 근무하던 학교에서 연수를 수강했어야 했는데, 단체 수강 할인이라는 말에 수강한 연수에서 어떤 서술형 문제가 나왔다. 그 서술형 문제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떠오른 것이 내가 튀게 살았던 시간들이었다. 용천검이라는 민요도 함께 떠올라서 답안을 작성했다.
교직에서 뿐 아니다. 나는 항상 별났고 튀는 존재였다. 그래서 주눅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 간간히 들리는 “큰 일은 여성이”, “큰 일은 퀴어가”라는 말과 비슷한 느낌처럼 내 단점으로 알았던 걸 막상 쓸 때 보니 큰 장점이 되었다.
어떤 집단에서든 엘리트가 발전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비주류가 더 큰 발전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비주류, 즉 소수자 집단은 그냥 삐딱한 게 아니라, 관점이 애초에 다르니 새로운 시선과 새로운 감각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고인물은 썩지 않을 수 있다. 모두 거기로 흘러가며 썩는 대신 새로운 것이 흘러 들어오며 점차 넓은 호수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넘치는 누군가를 떠내려 보내며 세대교체 혹은 착취를 통해 불순물 취급 받는 존재만 내보낼 수도 있다. 어쩌면 말라붙어 없어지게 될 수 있다.
소수자는 고인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한다. 이제까지 고일 수도 없었으니 신선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더 많은 가능성을 보게 된다. 소수자가 더 많이 눈에 띄고 더 많이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관점을 볼 수 있다.

그때 쓴 글을 생각하면서 딴 데로 많이 흘렀다.
아래는 그때 질문과 내가 작성한 답안이다.

Q.진로 선택에 앞서 학생들이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하여 선생님의 의견을 작성해주세요

A.진로 선택에 앞서 먼저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을 발견하려는 마음 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 민요 용천검을 보면 처음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찾던 칼을 쑥 빼고 보니 난데 없는 용천의 검이라. 내 칼을 찾아서 뽑아 보았더니 천하의 명검이라는 용천검이 나온 것입니다.
물론 유희요이기에 다른 해석을 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가사가 굉장히 와닿습니다. 음악교사의 꿈을 갖고 음악교육과에 진학했을 때 처음에 제 노래 때문에 놀림을 받았습니다. 다들 생목소리나 성악의 울림으로 노래 하는데, 저는 혼자 록보컬이었습니다. 샤우트로 시창을 하고, 샤우트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만의 독특한 개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버리지 않았습니다. 외려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개성이 되고, 수업 중 아이들을 이끄는 좋은 도구가 되더군요. 필요한 능력을 꺼내 보았더니 용천의 검이었습니다. 매력적인 도구더군요.
당장 쓸모가 없거나, 이 집단에서 중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나 혹은 부끄럽더라도 나를 관찰하고 나의 장점과 매력을 잊지 않고 갖고 있는 것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나의 장점과 매력은 타협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매력으로 알고 매력으로 보이게 하는 것 그것이 학교와 생활에서의 다양한 경험입니다.
내게 갖고 있는 능력이나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용천의 검으로 쓰일지는 당장 알 수 없습니다. 나를 관찰하고 매력을 발견했을 때 내가 빛날 수 있는 용천의 검을 꺼낼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관찰하여 매력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