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날짜와 날씨를 기억한다.


- 2016년 9월 30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4시 반 퇴근 시간이 되어 챙겨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실내에 있다 보니 비가 오는 것을 깜빡하고 우산을 두고 나왔다. 다시 우산을 가지러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교무부장과 마주쳤다.

교무부장은 내게 시간 있느냐고 물었다. 퇴근하고 딱히 할 일은 없어 집에 갈 생각이었기에 시간 있다고 했더니, 밥을 먹자고 했다. 갑작스러운 말에 무슨 일인가 의심이 들긴 했지만, 굳이 피할 이유도 없었다. 알겠다고 했더니 곧 챙겨서 갈 테니 먼저 근처에 어느 식당에 가 있으라고 했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다 보니 굳이 밖에서 사 먹을 일이 잘 없어서 근처 식당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들어가서 뻘쭘하게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5분쯤 기다렸더니 교무부장이 들어왔다. 이야기하자면서 조용한 자리를 찾았다. 약간 막힌 자리로 들어가서 주문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교무부장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이었다. 들어와서 같이 일하는데 챙기지도 못하고 미안했는데 생각나서 이렇게 밥 먹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그때 친구들 이야기를 꺼냈다. 난 살짝 긴장을 풀고 그때 친구들 이야기를 했다. 친구 중 게임회사에 들어간 친구 이야기가 나왔다. 게임회사에서 일한다고 했더니

"게임 회사에 들어갔으면 게임을 많이 하겠네."

이때부터 이상한 것을 눈치챘어야 했다.

"게임 회사는 게임을 만드는 곳이지 게임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도 게임 회사에 있으면 게임 많이 할 거 아니?"

"업무가 뭔지도 모르지만, 게임 개발하는 것과 게임을 하는 건 다릅니다."

"그런가?"

그렇게 말이 끊어졌다. 교무부장은 화제를 바꾸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이건 동료 교사로서 이야기하는 거라. 그래서 내 말을 꼭 따를 필요는 없어. 교사는 각자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거고 성인이니까 아니다 싶으면 안 하는 거지. 말이 좀 나오는 게 있는데, 화장 안 하면 안 될 거? 그리고 커피 수업 시간에 안 마시면 안 될 거?"

"네? 저는 교단을 무대라고 생각하고 무대 분장으로 화장하는 건데요."

"혹시 면접 때도 화장했어?"

"네."

"난 잘 몰랐는데 근데 화장을 꼭 해야 할 거?"

"저는 제 필요에 따라 하는 겁니다."

"젊으니까 패기가 있잖아. 그 패기로 화장 안 하고 한 번 참아봐."

"그게 나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나는 화장을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꼭 해야 할 거?"

"그러면 화장해보십시오."

"허허 화장을 해봐? 그러면 잠깐 다른 이야기 좀 해보자. 쉬는 시간에 바빠?"

"바쁘지는 않습니다."

"안 바쁘면 교무실 왔다 갔다 하면 안 될 거?"

"저 연속으로 수업이 있으면 중간에 쉬는 시간에 정리도 하고 학생들 상담도 하는데요."

"여학생들 조심해라. 여학생들은 친한 척하다가도 언제 말 바뀔지 몰라. 조심해야 해."

"네? 무슨 말입니까? 저는 저 나름대로 중간에 아이들하고 대화만 하면서 조심합니다. 혹시나 음악 진로나 다른 상담 거리 있으면 상담하려는 건데요."

"그래도 여학생들은 조심하고."

"저는 잘못한 것이 있으면 학생하고 대화하면서 고개 숙여 사과도 하고, 문제가 있으면 찾아 고치려 합니다."

"교사를 학생하고 동급이라고 생각하지 마. 다르니까."

"…"

"안 바쁘면 커피는 내려와서 마시면 안 될 거? 우리 학교는 수업 시간에 뭐 들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거든."

"네. 커피 안 들고 가죠."

"그건 시원하게 약속하네. 화장은 아니면서."

"행동을 고치는 건 쉬운 것 아닙니까? 그까짓 커피 굳이 수업 시간에 안 마셔도 됩니다."

"그러면 화장을 꼭 해야겠으면 일단 석 달만 참아봐. 석 달만 참고 정 못 견뎌서 계속 화장해야겠다 싶으면 그때 사직서를 내. 그때는 내가 교장 선생님한테 잘 말씀드릴 테니."

"네? 그러니까 화장을 할 거면 그만두라는 이야기입니까?"

"그런 말이 아니고 좀 타협을 하자는 거지. 일단 밥 먹어."

교무부장의 입에서 나온 단어 '석 달', '사직서' 굉장히 황당한 이야기이다. 석 달이 지나면 방학이다. 방학 때까지 화장하지 말라는 것이고, 방학이 되면 그만두라는 소리이다. 그 전에 그만두는 것은 사람을 구하는 것도 문제고 진도나 평가 때문에 곤란하다. 그러니 학교에 지장 없을 시기를 찾아서 그만둘 시기를 정해준 것이다. 그런데, 이건 퇴사 압박이다. 교무부장이든 관리자든 해서는 안 될 소리이다.

"약속만 해. 성인인데 생각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하는 거지. 약속하고 안 지켜도 돼."

"아니다 싶으면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라고 해도 저는 거짓말을 하기 싫어서 안 한다고 못 하겠습니다. 못 지킬 약속을 하는 것도 제 양심에 어긋나고요."

"화장 안 하면 안 될 거?"

"그런 식이면 여자 선생님들 화장은 문제없습니까?"

"사회는 여성 화장은 괜찮지만, 남성의 화장은 안 좋게 여기다 보니 학생들에게 말이 나올 우려가 있어."

학생들하고 동급으로 여기지 말라면서 학생들에게 말이 나올 우려가 있다며 압박을 주었다. 그 외에도 국가, 사회, 관습 등을 이야기하는데 난 어이도 없고 화도 났다. 앞뒤도 안 맞는 데다 성차별적인 말이 계속 나왔다.

"어느 교육학자가 이야기한 맨박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남자다움을 강조할 때 성차별이 심해지니 그런 것을 좀 버릴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난 맨박스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그건 일부의 이야기고. 학교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곳이라. 그러니까 화장 안 한다고 약속만 해."

"약속 못 하겠습니다."

"공무원은 공인이라. 공무원에게는 품위 유지의 의무라는 게 있어. 그래서 품위 유지 때문에 복장도 예전에는 정장만 입었어. 요즘이야 많이 풀렸지만."

말을 계속 돌리면서 내가 화장하지 못하게 하려고만 했다. 내 이야기를 전혀 듣지도 않고, 보수적이라면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품위유지라고 해도 난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에 준하는 의무를 가진 비정규직이지만, 순직도 인정 안 되는 기간제 교사이다. 아무튼, 남성이 화장하는 것이 품위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은데 품위를 깎는다며 나에게 계속 압박을 주었다.

나중에는 이 지역은 정말 좁다면서 이야기를 했다. 예술제를 언급하며 그것만 잘 넘기면 좋은 소문 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했다. 이건 협박이다. 억압하는 사람이 좁다고 표현하는 것은 협박이다. 피억압자가 좁다고 하는 것과 다른 의미이다.

결국, 난 약속을 하지 않았고, 스트레스받아서 너무 힘들다고 나왔다. 밖에 나오니 비는 그쳤다. 난 비 맞고 싶을 정도로 우울해졌는데, 비도 그쳤다.


- 2016년 10월 1일 아침

아침 전체 모임 시작할 때부터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한 선생님이 갑자기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화장했네요? 남자가 왜 화장을 해요?"

맨날 화장하고 다녔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도 아니면서 인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난 대답도 하지 않고 무시하고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전체 모임이 끝날 때쯤에야 무슨 일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교감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들, 남자 선생님은 남자답게, 여자 선생님은 여자답게, 학생들에게 본을 보이세요."

며칠 전에 했던 성평등 자체 연수에서도 성차별, 성폭력 예방을 위해 남자다움, 여자다움을 강조하지 말라고 했다. 아무리 연수 자체를 형식적으로 한다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나를 타깃으로 해서 전체가 압박을 주더라도 이건 아니다. 며칠 전 연수에서 한 이야기 마저 엎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 2016년 11월 28일

저 말이 왜 나왔는지 사정을 알게 되었다. 화장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었다. 수업 중에 거울을 꺼내서 화장하는 남자 교사가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렇게 저렇게 알 수 없이 꼬여 화장하는 것에 대하여 주의를 주고 못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된 것이었다.

문제는 화장하는 남자 교사는 나뿐이었다. 수업 시간에 거울을 꺼내서 화장할 이유가 없었다. 수업 시간은 굉장히 바쁘다. 내 진도 나가기도 바쁘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는 교장의 말에 민원을 넣은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화를 냈다고 했다. 일단 교장은 내 화장에 관해서는 예술가라는 이유로 방어했다고 이야기했다. 몇 차례 전화 왔지만, 그냥 욕먹고 말았고, 수업 중에 했다는 것에 그냥 둘 수 없어서 주의를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밑에 전달했다고 했다고 했다.

그 민원의 배경으로 추정되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하나는 나에게 "선생님 남자친구 있어요?"라며 성희롱한 학생에게 성희롱이라고 경고했고 그 학생이 반발하며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인데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한 것에 벌점을 준 것이다. 또 하나는 수업 중 분장 연습 후 교칙 위반을 막기 위해 메이크업 리무버를 갖고 온 김에 화장으로 벌점 받을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 벌점 대신 화장 솜에 메이크업 리무버를 묻혀서 닦게 했다. 이것도 잠깐 하고 하지 않았다. 다른 교사는 그냥 물티슈로 닦게 하지만, 나는 그래도 저게 좀 더 낫겠다 싶어서 메이크업 리무버를 사용했다. 나는 그 두 배경 중 전자를 더 크게 의심한다. 의심을 어떻게 하든 그걸 학생에게 티 낼 수는 없으니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 일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더 미칠 것 같았다. 나도 폭력적이었고, 그 학생과 학부모도 폭력적이었으며, 관리자와 관리자쯤의 위치인 사람도 폭력적이었다. 모두 폭력적이었다. 문제가 전자라면 폭력의 시작은 학생이다. 더 크게 보면 잘못 가르친 어른들이 폭력의 시작이었다. 문제가 후자라면 폭력의 시작은 나다. 교칙이 반인권적이라는 생각에도 동조한 내 잘못이 시작이다.


- 보수의 품위

학교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에 난 동의하지 않는다. 학교는 언제나 끊임없이 학습하며 진보해야 하는 곳이다. 새로운 것을 항상 접하는 학생들 옆에 항상 있고, 교육과정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문화교육을 하기 위해 소수자의 인권을 공부하는 등 더 진보적으로 열려 있어야 하는 곳이 학교이다.

학교에서 보수적이라는 것은 학습하기 싫다는 핑계, 인정하기 싫다는 핑계에 불과하다. 보수적이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지칭해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현재에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변화에 대하여 더 고민하겠다는 태도여야 한다.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보수적인 것이 아니다. 그냥 게으른 것이다. 진짜 학교에서 보수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면 보수의 품위를 보였으면 좋겠다. 난 계속 화장을 할 것이다.

- 우연히 내 진짜 욕망을 깨달았다.

치마를 입고 다닌 지 4개월이 넘었다. 나는 내가 그저 치마를 입고 싶어서 입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내 마음 깊은 곳에 권력욕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 가족의 장남이며, 우리 집안의 장손인 내가 가부장제를 싫어할 리가 없는 것이었다. 단지 장손인 내게 없는 그 빼앗긴 권력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머리를 기르고, 치마를 입고 화장까지 하는 것이었다.

평소 유입 로그를 살펴보며 검색어를 그대로 넣어 검색해보는 습관이 없었더라면 몰랐을 뻔했다. 오늘 그 검색어 살펴보기 덕에 훌륭한(!) 글[각주:1]을 두 개나 읽게 되었다. 『남자가 치마입기?(부제: 유선형은 권력이다.)(http://blog.naver.com/handzfree/220674595980)』를 먼저 보았고, 그 글의 링크를 통해 『구조론 심리학3. 남자들이여, 치마를 입어라! -오세(http://gujoron.com/xe/277606)』라는 글도 접하게 되었다.

앞쪽 링크의 글머리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남녀평등이 점점 구현되고 있는 지구촌에 아직도 남성들에게는 불문율 처럼 금기시되는 사항이 있으니… 바로 치마입기다. 여성들은 이미 남자옷을 다 입고다녀도 괜찮은 세상인데 남자들은 치마를 못입는다. 집안에서 쫓겨나고, 거리에서는 눈총의 대상이 되고…”[각주:2]

그리고 마지막쯤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여하튼 극한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21세기에도 이러한 터부가 남아있는데 고대시대에는 얼마나 큰 터부로 인하여 인간들이 고통을 겪고 살았을지… 남성들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여성들에게 빼앗긴 권리를 찾을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남자들도 부디 유선형 본능을 되찾을 수 있기를…”[각주:3]

난 이렇게 깨달았다. 내 행동은 여성에게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다.


- 권력자 남성의 특징

그런데 난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다. 안 쫓아내시던데? 거리에서는 그다지 눈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 자기 할 일에 바빠 나 같은 존재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난 이미 권력을 가졌나? 으하하하하 우리 가족 최고 권력자가 나라니, 황당해서 웃음 밖에 안 나온다.

글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여성의 옷은 사회에서 상위 계층이 입을 수 있는 옷의 형태이고, 여성의 머리 또한 상위계층이 누릴 수 있는 형태로 보인다.”[각주:4]


“물론 남성들도 머리를 기르던 조선시대까지는, 상투를 틀거나 등등 작게 만드는 기술을 사용하였으나, 일제시대 단발령이 내려지고 엄청난 남성들의 반발이 있었다. 즉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가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에 반발했던것…”[각주:5]


“권력자 남성 복장의 치마형태는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통털어서 전부다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치마나 긴머리나 모두 우아한 곡선으로 되어있다. 여성의 눈화장도 마찬가지, 마치 유선형의 날씬한 물고기를 보는듯하게 눈화장을 하면, 그것이 사람의 시선을 끈다.”[각주:6]


“치마나 긴머리와 마찬가지로, 화장 또한 고대시대에는 신분의 상징이였을 것이다. 신분이 높은자가 좋은 화장을 하여, 남들이 보기에 낮은 계층과 구분이 된다. 현대사회에서도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남자또한 화장을 하고 출연을 하는것을 보면 이런 추론이 크게 틀린것은 아닐듯 하다.”[각주:7]

난 권력을 가진 자의 상징으로 머리도 기른 것이고, 치마도 입고, 대충이나마 화장을 하는 것이었다! 난 권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 권력도 별 권력이 다 있다.

황당할 뿐이다. 권력도 별 권력이 다 있다. 어떻게 머리 기르기, 치마 입기, 화장하기가 권력이 될 수 있을까?

조선 시대의 머리 기르기는 유교의 영향이 강했다. 효경에 나오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불감훼상효지시야(不敢毁傷孝之始也)를 보자. 신체발부(身體髮膚)는 몸뚱이 터럭, 살갗으로 사람의 몸 전체를 이야기한다. 이런 몸뚱이를 수지부모(受之父母), 즉 어버이로부터 물려받았다. 불감훼상(不敢毀傷), 감히 상처입히지 않는 것이, 효지시야(孝之始也), 효의 시작이라는 내용이다.

머리 기르기가 권력? 분명, 권력과 아무 관계 없다고는 못 한다. 머리 기르기보다 유교의 가르침이 권력이었다. 유교의 경전을 공부하며 수백 년을 그게 당연한 듯 살아왔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부정당하니 기분이 어떻겠는가? 나라가 만들어내고 자신도 만들어낸 그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이다. 부모에게 효를 다 해야 하는 세계관이 외부에 의해서 무너지니 한 반발이었지, 머리가 길다고 권력은 아니었다. 머리가 길다고 권력이면 상투를 왜 틀까?

치마 입기가 권력이라는 것은 뒷쪽 링크가 더 가관이다.

“바지는 보통의 남성들이 취하는 삶의 양식을 집약하고 있다. 남성은 기본적으로 잉여다. 김동렬님 말대로 유전적으로 보면 남자라는 존재 자체가 여자의 세력이며 잉여이다. 공동체의 세력을 확장하고 영토를 넓히기 위해 남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차피 단 한 명만 있어도 무방한 잉여이기 때문에  공동체에 의해 마구 소모된다. 주로 전쟁의 형태로 말이다.”[각주:8]

“그들은 마구 소모되니까 옷도 아무렇게 입는다.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데 적합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남성의 옷은 거의 기능 위주이고 실용성이 기준이 된다. 남성 옷은 그야말로 '위하여'의 집합체이다. 멋에 의하여, 아름다움에 의하여. 어울림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농사짓기 위해, 사냥하기 위해, 전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각주:9]

소모되기 위해 실용적인 바지를 입혔다고 한다. 바지보다 더 먼저 등장한 실용적 복장은 짧은 치마다. 바지보다 만들기 쉽고 동작의 제한이 적다. 바지는 실용적이지만, 바지 제작과정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가장 기본적인 패턴과 꿰맬 부분만 보아도 바지가 훨씬 번거롭다. 문화권과 별개로 기술적인 면에서 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권력에 더 가깝다. 말을 타지 않는 이상 실용성은 짧은 치마가 훨씬 높다.

또한, 짧은 치마가 패션 일부가 된 것은 불과 백 년도 안 된 20세기의 일이다. 그 전까지 여성은 동작의 제한이 있는 긴 치마만 입어야 했으며, 그 긴 치마를 입고 가사 노동을 해야만 했다. 전쟁 때 생산 노동자가 부족해지자 여성을 고용했지만, 그것도 대체로 바지보다 치마를 입어야 했고, 바지가 여성의 패션이 된 것은 더 이후의 일이다.

앞쪽 링크로 다시 돌아가 유선형을 권력이라고 끌어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치마나 긴머리나 모두 우아한 곡선으로 되어 있다. 여성의 눈화장도 마찬가지, 마치 유선형의 날씬한 물고기를 보는듯하게 눈화장을 하면, 그것이 사람의 시선을 끈다.”[각주:10]

그 전에 왜 남성은 화장을 안 해도 별말을 듣지 않는지, 왜 현대에도 여성보다 남성들이 덜 꾸미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온갖 미디어를 통해 강요받는다. 여성성과 아름다움이라는 말로 강요받는다. 물론 본인의 선택과 미적 감각 때문에 자신을 꾸미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출근길에 화장하는 여성들은 본인을 위해 꾸미는 것일까? 어쩔 수 없이 꾸미는 것일까? 그 꾸미는 행위가 권력이라면 왜 남성들은 공공장소에서 그렇게 꾸미지 않는 것일까?

앞쪽 링크에서 방송을 예로 들기도 한다. 방송 출연을 위해 화장한다? 정확하게는 분장이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의 특성에 맞게 만들기도 하고, 방송에서 카메라가 비출 때 그 사람의 모습을 뚜렷하게 잡기 위해서 꾸미는 것이다. 방송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 분장이다. 방송에 출연한다고 무슨 권력이 생기는가? 방송을 봐도 돈 더 많이 받는 남성이 분장을 좀 더 적게 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 여성혐오

두 링크는 여성혐오이다. 여성혐오는 한문 글자 하나 만들듯이 해석해야 한다. 혐오라는 개인의 감정을 끌고 오면 끝이 없어진다. 사전에서 보통 “여성에 대한 혐오”라고 정의하는 데, 그 사전의 편찬자가 내린 정의일 뿐 정확한 뜻이 아니다. 학자들이나 정치권에서 사회문화, 범죄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현상을 논의하며 계속 새롭게 정의한다.[각주:11]

단순하게 “나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는 여성혐오라는 현상과는 그렇게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여성혐오는 여성에 대한 혐오감뿐 아니라 성차별, 여성에 대한 부정,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위, 여성에 대한 편견 등을 모두 포괄하며 남성, 여성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두 링크는 여성에게 강요했던 여성성을 왜곡하여 설명하고 있다. 머리는 기를 것을 강요받았고, 바지는 못 입게 했으며, 화장은 사회적으로 여성에게만 강요했다. 그것을 특권이라고 하며, 남성이 권리를 빼앗겼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혐오일 뿐이다.

졸지에 허울뿐인 권력자가 되었다.


  1. 퍽이나! [본문으로]
  2. <a href="http://blog.naver.com/handzfree/220674595980" target="_blank" class="tx-link">『남자가 치마입기?(부제: 유선형은 권력이다.)』</a> 참조 [본문으로]
  3. <a href="http://blog.naver.com/handzfree/220674595980" target="_blank" class="tx-link">『남자가 치마입기?(부제: 유선형은 권력이다.)』</a> 참조 [본문으로]
  4. <a href="http://blog.naver.com/handzfree/220674595980" target="_blank" class="tx-link">『남자가 치마입기?(부제: 유선형은 권력이다.)』</a> 참조 [본문으로]
  5. <a href="http://blog.naver.com/handzfree/220674595980" target="_blank" class="tx-link">『남자가 치마입기?(부제: 유선형은 권력이다.)』</a> 참조 [본문으로]
  6. <a href="http://blog.naver.com/handzfree/220674595980" target="_blank" class="tx-link">『남자가 치마입기?(부제: 유선형은 권력이다.)』</a> 참조 [본문으로]
  7. <a href="http://blog.naver.com/handzfree/220674595980" target="_blank" class="tx-link">『남자가 치마입기?(부제: 유선형은 권력이다.)』</a> 참조 [본문으로]
  8. <a href="http://gujoron.com/xe/277606" target="_blank" class="tx-link">『구조론 심리학3. 남자들이여, 치마를 입어라! -오세』</a> 중에 [본문으로]
  9. <a href="http://gujoron.com/xe/277606" target="_blank" class="tx-link">『구조론 심리학3. 남자들이여, 치마를 입어라! -오세』</a> 중에 [본문으로]
  10. <a href="http://blog.naver.com/handzfree/220674595980" target="_blank" class="tx-link">『남자가 치마입기?(부제: 유선형은 권력이다.)』</a> 참조 [본문으로]
  11. <a href="https://ko.wikipedia.org/wiki/여성혐오" target="_blank" class="tx-link">위키백과 여성혐오</a>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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