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선후보가 12년 전에 쓴 자전적 에세이에 있는 '돼지흥분제 이야기'가 화제이다. 내용은 강간 모의에 가담했던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게 글 타래의 시작이 되어 비난부터 실제로 돼지 발정제를 먹어본 경험(돼지발정제, 저는 무려 그걸 먹어봤습니다)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먹어본 이야기를 읽다가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3년 전, 새로 근무한 학교 첫 회식 날이었다. 1차는 그럭저럭 즐거웠다. 2차에 갔을 때 굉장히 화가 나는 일이 생겼다. 2차에서 여자 선생님은 딱 한 분만 계셨다. 다른 여자 선생님은 모두 가셨다. 나머지는 다 남자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교장은 다른 선생님들한테는 '김샘', '우리 김샘' 등 이렇게 성에 선생님 붙였는데, 이 여자 선생님한테만 'ㅇㅇ씨', '우리 ㅇㅇ씨' 등으로 불렀다. 그 꼴에 너무 화가 났다. 그 분을 삭이지 못해 화장실만 왔다 갔다 하는 척하며 분을 삭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몇몇 젊은 선생님들이 한구석에 모여 있는 걸 봤다.

"화나서 못 들어가겠어요."

"왜요?"

"교장이 자꾸 성희롱하는 게 들려서 짜증 나서 못 있겠어요."

"당사자도 가만히 있는데…"

그 자리에 성희롱당한 당사자가 있었다.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어 힘든데, 당신이 뭘 어떻게 하겠느냐는 탄식이었다. 난 할 말을 잃었다. 말리거나 뭐라고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속상한 척은 제일 많이 하고 있었다. 미안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망할 비정규직이라고 겁내는 내 모습에 짜증도 났다.


한 두 달쯤 지나서 교무부장과 단둘이 술 마실 일이 있었다. 그때 교장이 하는 것 중 성희롱을 지적했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교무부장은 되려 나를 나무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교장샘 하시는 건 성희롱의 경계 정도이지, 성희롱 아냐. 그래서 내가 선 넘어가지 말라고 종종 말씀드린다. 심해서 맞다고 생각하면 니가 고발을 하던가?"

잠시 조용히 있다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옛날에는 둘이 이어주려고 회식 자리에서 술 많이 먹여 놓고 한 방에 재웠다. 그렇게 결혼한 사람 많다. 요즘 같으면 큰일 날 일이지. 교장샘도 옛날 사람 치고는 성희롱 선 넘어갈락 말락 경계까지만 가시는 걸 보면 굉장히 점잖으신 분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상처일 이야기이다. 설마 그런 강간혼이 흔했을까? 하며 속으로만 끔찍하게 여겼다.


그런데, 그걸 모 대선후보의 사과(같지도 않은 용서 명령질)[각주:1]과 그 댓글들을 보면서 끔찍하게도 90년대 초반까지도 그런 성폭력들이 공공연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속이 너무 뒤집어졌다.


세상을 살기 좋게 바꾸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전에 소수자 혐오에 죽거나 역겨움에 토하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전문. 제나이 50세가 되던 해인 2005년에 어릴적부터 그때까지 제가 잘못했던 일에 대한 반성문으로 나돌아가고 싶다 라는 자서전을 쓴 일이 있습니다.30여개 반성문 중에서 18세때 대학교 1학년 시절 S대생들만 하숙하던 홍릉에서 같이 하숙할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쓰면서 돼지 발정제 이야기를 쓴일이 있습니다.책의 내용과는 다소 다른 점은 있지만 그걸 알고도 말리지 않고 묵과 한것은 크나큰 잘못이기에 그 당시 크게 반성하면서 그 잘못에 대해 반성한 일이 있습니다.45년전의 잘못입니다.이미 12년전에 스스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일이 있습니다.이제와서 공개된 자서전 내용을 다시 재론하는 것을 보니 저에 대해서는 검증할것이 없기는 없나 봅니다.어릴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습니다. 이제 그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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