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자주 보는 것 중 하나가 화장 단속이다. 심지어 불시 화장품 단속으로 화장품을 빼앗겼다며 엉엉엉 울며불며 대성통곡을 하는 학생도 본 적 있다. 화장을 못 하게 하는 규정이 있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화장품을 빼앗는 것은 더 이해하기 힘들다. 수업 중에 꺼내서 수업 방해한 물건만 잠시 맡아 두는 것도 아니고 검사해서 화장품을 빼앗는 것은 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것도 선도부를 시켜서 하는 것은 더욱더!

나도 화장 단속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해봤다. 수업 중에 단속해서 화장솜 주고 거기에 리무버 잘 흔들어서 뿌려준 다음 스스로 닦게 했다. 그런데 그것도 지쳤다. 동의하지 않는 일을 단지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하는 것도 싫었다. 나중에는 그것도 지쳐서 살살 모른 척했다. '내가 아니라도 누가 하겠지. 아무도 안 하면 더 좋겠지.' 대충 이런 생각으로 모른 척했다.

언제인지 기억 잘 안 나지만 화장 단속하면서 여러 학생을 교무실에 불러다 무릎 꿇게 하고서는 반성을 요구하는 것도 본 적 있다. 심지어 학생의 보호자에게 전화해서 학교에까지 부르기까지 했다. 보호자를 불러 학생이 엄청나게 큰 잘못을 저지른 양 화장을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엄청나게 황당했었다. 대체로 보호자를 부르는 것은 지속적인 폭력 행위, 금품 갈취 등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건이다. 피해도 안 주는 화장, 겨우 화장으로 부르다니!


한 번은 화장을 왜 단속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애들 피부에도 안 좋잖아. 나중에 크면 화장하면서 피부 더 상할 텐데."

좀 당황스러운 답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학생의 본분 운운하지 않고, 성적 대상화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좋은 대답이었을 것이다. 나는 거기에 대고 이렇게 되물었다.

"그러면 잘 지울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그 뒤의 대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 입장에 부정적이었다는 정도만 생각난다. 술 마시던 자리에서 물어본 것이라 잘 기억 안 난다.


학교라면 통제보다는 교육이 바르다고 생각한다. 왜 화장을 문제 삼는지 설득해야 하고, 성교육을 통해 성적 대상화부터 성적 자기결정권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주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화장은 도덕의 문제도 규범의 문제도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덕의 문제, 규범의 문제로 만들면 여성 노동자에 대한 화장 요구, 외모 요구가 당연해진다.

학교에서 화장을 단속하게 되면 한 성만 대상으로 한다. 당연히 남학생은 안 할 것으로 생각해서 제외한다. 그러니깐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화장을 단속하게 된다. 화장품을 빼앗거나 화장을 강제로 지우게 하는 것 오로지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반면 일반적으로 남학생만을 대상으로 머리 길이를 단속하게 된다. 이는 성역할이나 성에 따른 외모 고정관념을 만들 우려가 있다.

화장을 단속하는 모습을 보는 남학생은 남학생대로 은연중에 화장은 여성의 욕망으로만 학습하게 될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는 여자가 화장하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성역할에 관한 생각이 고정될 것이다. '무슨 여자가 화장도 안 해?', '무슨 여자가 꾸밀 생각도 안 해?' 이렇게.

여학생은 여학생대로 성적 대상화에 저항하는 데 무력하게 될 것이다. 화장을 통해 외모를 꾸미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니까 자기결정권, 즉 권리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때는 화장해서는 안 돼. 어차피 사회 나가면 꾸미게 되어 있어'라는 말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내면화하게 만든다. 선택이 아니라 도덕적 규범으로 만들어 개인의 꾸밈을 선택이 아닌 사회의 요구로 만들어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게 한다. 이것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이다.

최근 CJ 등을 비롯한 서비스 관련 기업에서 여성 노동자에게 강요했던 외모를 생각해보면 학교와 별 차이가 없다. 남성의 외모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여성의 외모만 관여한다.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 화장, 긴 머리는 단정하게 묶기, 화장하기 등등. 화장을 못 하게 하는 것에서 당연히 화장하는 것으로 바뀌었지 화장을 강요하는 태도는 똑같다.

학교에서 학생들 외모 꾸미는 것을 단속하는 것에 관하여 솔직해지자. 그리고 생각해보자. 그건 성적 대상화가 아닌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 아닌지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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