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스타킹을 자주 신었다. 남자아이지만 반바지에 스타킹 신는 모양새는 별것 아니었다. 당연히 신어야 하는 것이었다. 난 어릴 때 보이스카우트에서 몇 년을 활동했다. 단복에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스타킹이라 안 신을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은 스타킹을 신을 일이 점점 없어졌다. 줄어들다 못해 없어졌다. 남성이 스타킹을 신는다는 생각도 못 할뿐더러 스타킹이라는 말이 남성의 입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민망했다. 아니면 성적인 농담을 할 때나 이야기를 할 때나 이야기가 오갈 뿐. 스타킹은 일상과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반바지 입을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사춘기 때는 다리털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까 민망했다. 한 번은 면도기로 털을 싹 밀기도 했었다. 나중에 20대가 되어서야 털에 덜 민감해졌고 반바지를 좀 편하게 입었다. 반바지를 입는다고 해도 무릎 정도 오는 게 거의 전부였다. 나도 그렇게 따라 입었었다. 그런데, 난 그런 반바지가 활동하기 불편했다.

언젠가 허벅지 중간보다 더 올라오는 짧은 바지를 사서 입기 시작했다. 짧은 바지를 입으면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입는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민망하게 여겼다. 왜 여성들이 핫팬츠라고 불리는 그렇게 짧은 반바지를 입는 건 별로 민망하게 여기지 않는데, 남성이든 여성이든 남성이 입는 핫팬츠를 입는 것을 민망하게 여겼다. 남성용으로는 짧은 반바지가 잘 나오지도 않은 것이 어찌 보면 그런 통념 때문이겠지만, 그래서 여성복 파는 데서 반바지를 샀다.

반바지를 사고 여름에만 입기 좀 아까웠다. 여자들은 추운 겨울에도 스타킹에 반바지를 입는데, 그것도 괜찮아 보였다. 치마도 입었던 내가 못 입을 게 뭐 있나 싶어서 오랜만에 스타킹 신고 반바지를 입었다. 날이 아직 덜 풀렸지만 바람에 다리가 시릴 정도는 아니었다. 차라리 긴 바지 입을 때에 바람이 직접 들어와 다리가 좀 더 시렸던 것 같다. 아직 다리털 제모가 좀 덜 되어 속이 덜 비치라고 150데니어 검은 스타킹을 신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조만간에는 팬티스타킹이 아닌 무릎 위 정도로만 올라오는 오버니삭스에도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이다. 내 패션에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스타킹 신고 핫팬츠까지 입기 시작했으니 곧 다시 치마 입을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 산 청치마를 애써 청바지에 레이어드해서 입었는데, 곧 그냥 청치마만 입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다리가 좀 더 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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