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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감상문의 논리를 갖고 수사적으로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글이 긴 데 비해 동성애만 문제로 보는 것, 특히 남성 동성애자만 거론하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라기에는 특정 종교의 논리와 매우 흡사해서 매우 놀랐습니다. 논리가 맞지 않는 점도 있고,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잘못 알고 있는 점도 있어 몇 가지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글은 크게 동성애는 선천적이지 않고 후천적이라는 것,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들의 에이즈 감염 문제와 성윤리, 동성애는 치료할 수 있으며 가짜 인권이다, 화장실은 생식기로 구분하여 만든 것이라는 네 부분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동성애는 후천적이며 유전적 근거가 없다?
먼저 후천적이라며 허점으로 일란성 쌍둥이를 제시했는데, 그 자체로 허점이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이나 목소리, 홍체 등 DNA를 제외하고 구분할 수 있는 생체 정보는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만 읽어보아도 유전자와 개체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생물학과 관련한 공부를 하게 되면 알게 되시겠지만, 유전 정보가 있다고 모두 발현되지 않습니다. 똑같은 논리로 반박하자면, 간성 중에는 성염색체가 XX로 나타나지만, 외성기가 음경과 음낭, 성염색체가 XY로 나타나지만 잠복 고환이거나 불완전한 난소가 있는 채 외성기가 질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굳이 일란성 쌍둥이와 GWAS를 언급하신 걸 보면, 보통 최근에 대형 교회 위주로 많이 언급하는 거라 여러가지로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한데, GWAS는 유전자 기법도 아니고 정확하게는 유전자 연구 방법입니다. 유전자 연구 방법이 GWAS만 있는 것도 아니고, 2000년대 초반부터 한동안 유전자 연구 방법으로 트렌디하게 많이 쓰였을 뿐입니다. GWAS도 통계적 오류 중 1종 오류가 빈번한 방법이며 개인별로 변이가 서로 다른 형질의 원인을 찾아내기는 어려운 방법입니다. 게다가 정확한 부분이 아니라 가까운 위치만 탐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논문의 트렌드가 아니라 많이 안 쓰긴 하지만 유전적 연관분석에서는 상관관계가 있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과학을 언급하실 때는 주의해야할 점이 과학은 미지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과학은 지금까지를 기준으로 확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지, 절대가 아닙니다. 탈모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유발인자의 유전자 위치가 정확하게 확인되었다는 논문은 올해야 나올 정도입니다. 심지어 그것도 탈모 발생시기와 유형에 관한 완전한 예측이 아닙니다.
또 저는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이야기는 안 했고, 트랜스젠더가 선천적이라고 했습니다. 그 선천적이라는 것에서도 저는 유전자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동성애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람은 어떤 성적 지향이든 어떤 성별 정체성이든 어떤 외모를 지녔든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애써 나누어 설명했는데, 동성애를 성정체성으로 말씀하신 데서는 절망했습니다. 동성애는 성정체성이 아니라, 성적 지향입니다. 성적 끌림입니다. 더불어 인간만 나타난다면 몰라도 포유류나 조류 등에서도 동성애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과연 그게 후천적 학습인지 의문입니다. 유전자의 발현은 특정 환경에서 억눌리거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약 동성애가 후천적이라고 하더라도 동성애를 문제 삼아야 할 이유로 보기에 부족하지 않습니까? 인간은 언어를 후천적으로 습득합니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종교를 믿습니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논리를 공부합니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이 주장에서 볼 수 있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GWAS를 언급한 논리적 오류로 권위에 의한 논증, 유전자를 그대로 사람으로 보는 자연주의적 오류입니다.

2-1. 먼저 AIDS, HIV
먼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이하 AIDS)는 감염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에이즈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이하 HIV)에 감염된 후 빠르면 1~2년 50% 정도는 약 10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면역체계가 망가진 후 각종 기회 감염에 걸렸을 때야 AIDS라는 병명이 붙습니다. 정확하게 전염 문제가 되는 것은 HIV입니다. AIDS는 전염병이 아니라 HIV를 방치했을 때 나타나는 것입니다.
HIV에 동성애자들이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은 정확하게는 남성간의 무분별한 섹스 때문으로만 보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HIV가 남성간 감염 비율이 더 높은 이유는 상처가 잘 나는 부분으로 섹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항문 성교도 감염 비율이 높습니다. 대장 점막만 약한 것은 아닙니다. 음경 역시 쓸리는 등 상처가 쉽게 생깁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콘돔을 쓰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도 물론 HIV 보균자와의 섹스만 해당합니다.
HIV는 윤리 문제보다 전염병 관리와 HIV 감염자 인권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내용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HIV는 만성 감염병으로 보고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염자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만약 HIV 감염자를 비윤리적인 섹스 때문이라고만 몰아가며 사회로부터 격리한다면, HIV에 대한 편견 때문에 검사와 발견이 더 늦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HIV 감염 경로를 더 음성화시켜 전염병 관리를 어렵게 만들 것이고, 치료를 늦춰 장기 생존 가능성을 더 낮출 것입니다.

2-2.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의 에이즈 감염 문제는 성윤리의 문제?
먼저 "(항문 섹스는) 신성한 성을 단순히 쾌락만 추구하는 문란한 행위"라는 말을 사용하셨습니다. 성이 신성하다는 말은 규범적 정의입니다. 유전자를 언급하신 후에 쓰기에는 적절한 말이 아닙니다. 성이 신성하다면 그 신성성은 어떤 과학적 증거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성이라는 게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HIV 감염과 연결지었기에 HIV는 어떤 신성한 힘이 작용한 건지 묻지 않기 어렵네요.
처음에 유전자를 언급하셨으니, 생물의 호르몬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남성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테스토스테론은 성욕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더 많습니다. 그 선천적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면 선천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윤리의 문제로 본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섹스를 하느냐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윤리적인가요?
생물학적 근거를 댈 때는 함부로 윤리라는 말과 섞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글 쓸 때는 규범적 정의, 조작적 정의 등을 구분해서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주장을 덮어 쓴 경우라 논리적 사고와는 좀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물론 두서 없는 감상문이라고 하셨지만, 주장하는 글로 보여지네요.


3-1. 동성애는 치료 가능하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기에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정확하게는 치료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40년도 더 전인 1973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정신과 진단의 표준을 제시하는 DSM 3판을 냈는데, DSM 2판과 달리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였습니다. 더 이상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선언입니다. 물론 미국 정신의학회의 가이드라인이지만, 세계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인 ICD에서도 1990년 5월 17일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했습니다.
더불어 2016년 3월 세계정신의학회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영속시킨 불행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대 의학이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향과 행동을 병리화하는 것을 그만둔 지는 이미 수십 년이 지났다(APA 1980). <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는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인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WHO 1992). <유엔인권이사회>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의 인권을 존중한다(2012). 두 주요 진단 및 분류 체계(국제 질병 사인 분류 ICD-10와 DSM-5)에서는 동성에 대한 성적 지향, 끌림, 행동, 그리고 성별 정체성이 병리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라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현대 의학에서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 신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유전자를 더 많이 언급하셨으니, 현대 과학의 하나인 (비록 순수 과학이 아닌 응용과학이지만) 현대 의학을 부정하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2. 양성애자는 모순됐다?
제가 처음에 성소수자를 섹슈얼리티에 따라 분류했고, 거기에 따라 말씀드렸습니다. 감상문 윗쪽에도 그 분류를 필기하셨는데도 호감, 인간적으로 좋은 것과 착각이라고 하시니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성적 끌림과 연애(로맨틱) 끌림은 다릅니다. 심지어 앞쪽에는 양성애자의 섹스를 이야기하시고는 감정의 착각이라고 하시니 더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연애 끌림을 설명 덜한 탓도 있을 겁니다. Homoromantic Homosexual이 있을 수도 있지만, Homoromantic Bisexual이나, Biromantic Heterosexual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연애 끌림과 성적 끌림은 비슷할 수도 있지만, 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반대로 사랑을 "호감", "인간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고 넘어간 적은 없을까요?

3-3. 동성애는 인권이 아니라 성적 취향 문제이고, 취향 인정해달라는 것은 가짜 인권이다?
왜 동성애는 가짜 인권인가요? 특정 종교집단에서 많이 보던 주장이라 신기할 것도 없지만, 종교집단이 아닌 데서 보니 신기합니다. 일단 인권이 무엇이고, 성적 취향이 무엇인지, 또 취향은 인권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인권은 보통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한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인간의 권리 및 지위와 자격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국가로 대표되는 권력 집단의 권력 남용과 억압에 피억압자 혹은 약자가 짓눌리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존엄을 보장하는 것을 인권으로 봅니다. 인권의 개념은 1세대 자유권적 인권, 2세대 사회권적 인권, 3세대 집단으로서 연대적 인권 이런 순으로 기초적인 개인의 자유부터 사회에서 개인의 존엄권 보장을 위한 권리를 지나 집단의 권리로 발전되었습니다.
성적 취향은 성적 지향과 다릅니다. 취향은 기호지만, 지향은 방향입니다. 성적 지향이라고 하면 성적 끌림이 일어나는 (인간을 향한) 방향을 이야기합니다. 성적 취향이리고 하면, 페티시즘이나 외모 기호 등을 이야기합니다.
취향은 인권이 될 수 없을까요? 제1세대 인권이라고 하는 자유권적 인권만 보아도 취향은 인권에 포함됩니다. 그 취향이 약자를 억압한다면 범죄거나 인권탄압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온전히 개인적인 경우에는 자유권적 인권과 평등과 관련한 인권인 사회권적 인권데 해당합니다.
동성애가 가짜 인권이라고 주장하려면 취향만 거론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동성애를 비롯한 소수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이 소수자(사회적 약자)를 억압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소수자를 탄압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권력적인 소수와 피억압적인 소수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습니다. 만약 동성애가 진짜 권력적인 소수라면 대한민국에서 동성혼만 인정되고, 이성혼은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4-1. 화장실은 생식기로 구분하여 만든 것?
화장실은 생식기를 구분하여 만들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은 생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배설물을 한 곳에서 모아 처리하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고, 음경은 소변과 생식을 길이 하나이지만, 질의 경우 소변을 위한 요도와 생식을 위한 질이 구분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생식기에 따른 구분이 나타나기 힘들었고, 현대에 와서 가족 단위를 위해 만들어진 주거공간이나 소규모 공동이용 건물에는 화장실이 층별, 혹은 공간별로 하나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소변기와 대변기가 구분되지 않았지만 어떤 필요와 습관에 따른 건지 소변기가 따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함께 성별이분법에 따른 화장실은 소변기의 존재 유무로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성전환자나 간성인의 인권을 이야기하더라도 이해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이야기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생식기를 다시 언급하면 먼저 생식이 어려운 음경이나, 질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는 간성인과 성전환자 및 완경 이후의 여성, 고환 손상 남성 등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의 성기는 생식이 불가능한데 생식기로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성기의 경우 생식기와 배설기관이 (무척 가깝기는 하지만) 구분되어 있습니다.
만약 성별을 XX, XY같은 성염색체로만 본다고 해도 문제가 많습니다. 성염색체가 X(터너증후군)인 사람과 XXY/XXXY(클라인펠터 증후군)인 사람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성염색체가 XX지만 선천부신과다형성증으로 난소와 자궁이 존재해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남성으로 보이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염색체가 XY지만,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으로 정소가 존재하지만(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방과 질이 존재하여 외부에서 보기에는 여성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니면 5α-환원효소 부족증으로 2차성징 전에는 남성기가 보이지 않아 여성으로 길러졌다가 2차 성징 이후에 남성기가 자라나며 남성으로 보이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염색체에 관계 없이 뮐러관과 볼프관이 모두 발달해서 두 생식기를 모두 갖고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트랜스 남성으로 수염과 근육 등 겉으로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은 특징을 보이나 질과 자궁, 난소가 존재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트랜스 여성으로 발달한 유방 등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은 특징을 보이나 음경과 고환이 존재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뉴트로이스로 생식기관을 모두 제거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4-2. 제가 화장실에 갔을 때 남자들이 놀라서 나가는 것에 대해
의문은 접어두고 앞에서 이야기한 인권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 그전에 두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저는 성정체성에 따른 화장실을 따로 만드는 건 반인권적이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성별 구분 없는 1인 화장실, 혹은 성중립 화장실을 이야기했습니다. 둘째로 화장실에서 남자들이 놀란다고 했을 때 그걸 젠더 폭력이나 혐오라고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화장실을 가면 그 놀라는 것 때문에 나도 모르게 위축되어 성별 이분법적으로 구분된 화장실에 가기 어렵기 때문에 꺼낸 이야기입니다.

5. 결론, 그리고 덧붙여
이렇게 길게 첨언하게 된 것에 대해 너무 기분 나쁘게 보지 말아주세요. 반인권적인 사고방식이라 생각되어 나중에 인권을 침해하여 상처를 주고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이렇게 길게 첨언한 겁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르지만, 그 생각이 표현되는 방식에 따라 어떤 이에게는 폭력이 되어 다가갈 수 있거든요.
또한 논리와 관련된 교양수업이라, 아무리 단순 감상문이라 해도 논리적으로 어떻게 주장해야 할지 알려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전공을 보고 놀랐지습니다. 그래도 전공한지 몇 학기 되지도 않은 상황이니 아직 전공에 따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는 못할 것으로 추정되어 전공을 언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글을 썼습니다. 혹시 이런 사고방식이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 학사 학위 취득 과정에서 학습에 장해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다른 글에 첨언하면서 글을 길게 써보는 것도 오랜만입니다. 2007년에 차별금지법과 관련하여 블로그를 통한 온라인 토론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상태로 자신이 한쪽에서만 본 내용을 토론이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토해내기만 했던 분들이 떠오릅니다. 답답한 것은 저나 다른 차별금지법 지지자 뿐이었죠. 당시에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렇게 소통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덧, 내용과 글의 내용에 책임을 회피하는 언어에 기분이 나빠져 중간 중간 비꼬듯이 따라한 말투도 있습니다.

아침 여섯시쯤 일어나 열심히 화장하고 부족한 게 없는지 다시 점검했다. 그날은 집에 아무도 없을 거라 혹시나 없을 때 무슨 일 생길까 봐 집안에 이것저것 좀 찾아 점검할 수밖에 없었다. 강아지 밥도 주고, 문단속도 했더니 어느새 여덟시가 넘었다. 그래도 집이 멀지 않은 덕에 간신히 시간 맞춰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탑승 수속하고 보안검색대로 가기 전 출발장에서 보안요원에게 내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보안요원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했다. 보통은 금방 체크하고 주는데, 본인 생년월일, 이름을 물었다. 주민등록증 사진은 머리가 짧고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데, 막상 당사자는 화장도 진한 데다 오프숄더 블라우스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어 본인이 맞는지 당황했던 것 같다. 퀴어문화축제에 가는 길부터 괴상한(queer) 존재였다.

출발장을 지나 보안 검색을 끝내고, 열심히 걸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이 다 되어갔지만 굽 있는 걸 신고 뛰기는 아직 힘들어 열심히 걸었다. 방송으로 내 이름이 나왔다. 전화도 왔다. 그때 뛸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뛰어 비행기에 탔다. 비행기에 타서 자리에 앉았는데 어느새 서울이었다. 긴장과 피로 때문이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열심히 걸어 지하철로 서울시청역까지 갔다. 서울광장을 찾아가는데, 분위기가 묘했다. 발랄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동성애 반대 집회하는 분들은 그분들대로 안내판을 들고 있었다. 이거 참 괴상한(queer) 모습이었다.

출구로 나왔더니 우산과 비옷을 파는 분들이 좌우로 엄청나게 있었다. 아직 비가 오고 있지는 않았지만, 비가 올 분위기였다. 난 미리 비옷을 준비해와서 그냥 지나쳐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부스도 굉장히 많았다. 대충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데 자세히 볼 생각으로 한번 쭉 돌아봤다.


줄이 조금만 길어도 접근하지 않다가 내가 후원하고 있는 앰네스티 부스가 보여 회원이라고 인사한 다음 가져온 과자를 드리고 굿즈를 받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여러 부스를 돌아보며 아는 사람을 만나면 가져온 말린 귤을 드렸다. 활동하는 커뮤니티 분들도 만나고, 페이스북으로만 알고 지내는 분들도 만나고, 제주에 오셔서 페미니즘 수업을 해주셨던 분 중 한 분인 이나영 교수님도 만났다.

이제 굿즈를 좀 받아볼까 하고 다니는데 여기저기 너무 줄이 길어서 꼭 갖고 싶었던 것을 먼저 찾았다.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모임 여행자> 부스에 가서 후원하고 젠더여행자를 위한 번역책자 <Non-binary>를 받았다. 그리고, 다른 데 가서 무지개 깃발, 무지개 뱃지, 안드로진 뱃지, 젠더퀴어 리본를 받았다.


중간중간 비가 많이 와서 너무 지쳤다. 그래서 돌아다니는 것을 포기했더니 제대로 체험하지는 못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봤는데, 웨딩드레스 입은 분도 멋졌고, 여기저기 멋지게 입은 분들 많았다. 그런 분들을 지켜보니 부러웠고 후회가 들었다. 괜히 몸매 생각하며 적당한 노출만 했는데, 몸매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다들 당당했다. 나는 좀 당당하지 못했다. 그래도 인터뷰 요청에 인터뷰도 하긴 했다.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종편인 티비 조선에서

퀴어퍼레이드 시간이 다 되어 일행들과 일찍 제일 앞쪽으로 갔다. 제일 앞은 트랜스젠더였다. 갔더니 트랜스젠더 깃발을 흔드는 분들이 보여 신났다. 행진 시작할 때쯤 비가 그쳤다. 많은 사람이 앞으로 몰려갔고 여러 사람이 다양한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가장 가까이 있었던 깃발은 대구 퀴어 문화 축제 깃발이었다.

행진할 때 앞서가는 트럭에서 분위기를 만들어 함께 춤추며 움직였다.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손에 트랜스젠더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이 좀 있었다. 중간에 유튜브로 구독하고 있는 파니님도 봤다. 파니님도 손에 트랜스젠더 깃발을 들고 있었다. 나도 자세히 보고 트랜스젠더 깃발 찾아볼 걸 아쉬웠다.

행진 중간중간 동성애 반대 팻말을 들고 외치는 분들을 보면 다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하트를 날렸다. 카페 같은 데 보여도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함께 있으니 즐거웠다. 따로 또 같이지만 함께 있으니 자긍심도 생기고 분위기 자체가 유쾌했다.

서울광장에 다시 도착하니 동성애 반대 트럭이 있었다. 수고했다면서 격려하나 싶더니 내년부터는 안 와도 된다면서 난리였다. 우스웠다. 그러면서 뒤에 오는 행렬들을 지켜봤다. 집단마다 힘이 남아있는 집단, 힘이 다 빠진 집단 재미있었다. 페미당당은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는데 가슴이 찡했다.

일행과 빠져나가려는데, 제주에서 온 친구, 창원에서 온 친구, 서울에 사는 친구 다양한 친구들과 마주쳤다. 행복했다. 여기저기서 오랜만에 보는 아는 사람들!

숙소를 잡고 상의만 크롭티로 갈아입고 이태원으로 갔다. 이태원 클럽 펄스에서 공식 파티인 프라이빗 비치를 하는데 난 미리 예매해두었다. 들어가서 춤추고 싶었지만 펄스는 사람이 꽉 차서 흔들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신나게 흔들었다.

12시 반이 넘었을 때 결국 너무 지쳐서 밖으로 나왔다. 오래 놀려고 했지만 아침에 6시에 일어나 0시까지 비행기 안에서 제외하고 거의 16시간을 돌아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택시는 잘 잡히지 않았다. 다들 예약, 예약, 카카오택시는 잡히지도 않았다. 빈 차라고 된 걸 타려고 했더니 문이 잠겨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장거리만 받으려고 다들 꼼수만 쓰는 것이었다.

한 시간을 택시 잡으려고 소비하다 그 꼼수를 알고 결국 택시 잡기를 포기하고 걸어가기로 했다. 숙소가 있는 서울역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발도 아프지만 밤새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걸어갔다. 걸어가던 중 공용 자전거 따릉이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창원 누비자처럼 새벽에 이용 못 하나? 싶었는데, 이용시간 제한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숙소 근처 따릉이 거치대의 주차 가능 공간을 확인하고, 자전거를 탔다. 미니스커트 입고 자전거를 타려니 참 민망했다. 새벽에 사람이 적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보여서 크로스백을 가랑이 사이에 두고 자전거를 탔다.

숙소에 들어가서는 씻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다음날 제주에 돌아와서도 피곤해서 금새 곯아떨어졌고 며칠 근육통에 시달렸다. 다음에는 좀 더 편한 신발을 신고,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행진이 그립다.

  1. 용살자 2017.07.25 10:50 신고

    저는 여장하는 걸 좋아하지만 게이들을 보면 쇠파이프로 쳐죽이고 싶네요.

    • 왜죠? 게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요? 잘못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게이 집단이 잘못한 것은 아닐 거잖아요.

  2. 2017.10.11 17:06

    비밀댓글입니다

  3. 신승진 2017.10.11 17:30 신고

    김선생님 감사합니다^^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매일 집 밖으로 나간다. 거의 카페에 앉아서 공부한다. 주에 한두 번은 혼자 영화도 보고, 밤에 바나 펍에 가서 다트 게임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거의 공부만 한다. 일없이 공부만 하는 게 처량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 그러지 않으려고 집 밖으로 나갈 때면 꼭 꾸민다. 화장하고 예쁜 치마를 골라 입으면 기분이 좋다. 가는 데는 거의 같지만, 꾸미고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나와서 기분 좋게 공부하거나 놀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생리현상이 찾아온다. 꾸미고 나온 내 모습이 아무리 예쁘다지만 나도 사람이다 보니 (웃음) 똥도 싸고 오줌도 눈다. 몇 시간씩 있으면 화장실에 몇 번 가게 되는데, 가려고 할 때마다 긴장한다. 화장실에서 나 때문에 깜짝 놀라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 내 미모 때문에만 놀라서 그런 거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다. 나는 남자 화장실을 쓴다.

나는 남성기가 있어서 남자 화장실을 쓴다. 내가 꾸미고 나온 모습 때문인지 화장실에 들어가려 하거나 들어가 있으면 밖에서 보고 "거기 남자 화장실이에요."라고 하는 여성분의 목소리도 가끔 들린다. 한 번은 내 모습을 보고 남자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여성분도 있었다. 조금 멀리서 보기에는 치마와 화장, 긴 머리 때문에 여성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보통은 화장실에 들어왔다가 나를 보고 되돌아 나가는 남성분을 보는 일이 많다. 나가서 남자 화장실이 맞는지 확인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들어온다. 옷차림이나 뒷모습이 아니라 얼굴만 보고도 그런 경우가 있다. 그게 아니면 내가 남자 화장실에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놀라는 남성분을 본다. 그럴 때면 얼른 소변기로 가서 (테니스치마 입을 때 빼고) 치마를 올리고 오줌을 눈다. 보통은 그러면 놀란 기가 좀 가라앉는다.

가끔은 당황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싫기도 해서 "남자입니다."라고 한다. 근데, 그럴 때면 굉장히 속상하고 어색하다. 나는 트랜스젠더다. 그것도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로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제3의 성인 안드로진이다. 나는 여성과 남성 모두 있는데 그걸 굳이 지정 성별인 남성이라고 하려니 속상한 것이다.

여성으로 패싱되는 일이 가끔 있다 보니 여자 화장실에 갈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가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고 긴머리를 했지만,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것도 어색하다. 만약 그냥 들어갔다가 패싱 안 될 경우에 두려워하거나 혐오스러워할 여성분이 있을까 싶어 갈 수 없다.

화장실에 성 구분이 없는 1인 화장실이라면 이용하기 편한데, 대체로 성 구분이 있다. 그래도 1인 화장실이라면 화장실 안에서 마주칠 일이 없어 괜찮다. 하지만 대부분 화장실은 성별 이분법으로 구분되어 들어가서 칸이 나뉘는 화장실이다. 바이너리 트랜스젠더들은 패싱되는 겉모습에 따라 들어간다고 하는데, 나 같은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나처럼 치마를 즐겨 입는 지정 성별 남성 안드로진은 우리 집 화장실만 이용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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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랜스젠더(Transgender)란?

트랜스젠더는 젠더(정신적인 성, 사회적·문화적 성)와 지정성별(출생시에 의사가 지정한 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소수자이다. 다르게 말하면 본인이 느끼는 자신의 성과 신체적인 성이 다른 사람이 바로 트랜스젠더다. 이런 트랜스젠더에는 성별 이분법에 따라 트랜스 여성(MTF: Male to Female)과 트랜스 남성(FTM: Female to Male)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non-binary transgender)라고 여성 혹은 남성 외에 제3의 성정체성을 갖는 트랜스 젠더도 있다.

제3의 성별 정체성이라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의 종류는 굉장히 많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정체성이 하나로 모여 존재하는 안드로진(Androgyne). 여성과 남성의 정체성이 따로 존재하며 변화하는 바이젠더(Bigender). 젠더 정체성이 없는 에이젠더(Agender). 에이젠더 중 하나로 성별 상징할 수 있는 것에 불편감(Dysphoria)을 느겨 제거하고자 하는 뉴트로이스(Neutrois). 성별 자체를 부정하는 젠더리스(Genderless). 성별 정체성이 유동적인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 성별 정체성의 강도가 달라지는 젠더플럭스(Genderflux). 세 가지 성 정체성이 따로 존재하며 변화하는 트라이젠더(Trigender). 통합적으로 모든 성별의 성별 정체성을 갖고 있는 팬젠더(Pangender) 등 다양한 성별 정체성이 존재한다.


2. 성별 불쾌감(Gender dyshporia)

트랜스젠더가 본인이 정체화한 젠더와 다른 지정성별에서 느끼는 불쾌감을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hporia)라고 한다. 젠더 디스포리아를 느끼는 건 MTF와 FTM뿐 아니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들도 젠더 디스포리아를 느낀다.

성기를 비롯한 생식기관 뿐 아니라 성별의 상징으로 읽힐 수 있는 엉덩이나 가슴까지 다양한 데서 젠더 디스포리아를 느낀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성기뿐 아니라 체형, 목소리까지 젠더 디스포리아를 느낀다. 뉴트로이스의 경우는 성별에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에 주로 생식기관과 가슴, 엉덩이 등 체형에 젠더 디스포리아를 느낀다. 안드로진의 경우 양성적인 면 때문에 생식기관보다 주로 가슴과 엉덩이 등 체형에만 젠더 디스포리아를 느낀다.

이런 젠더 디스포리아는 태아일 때 원인이 나타난다고 하며, 호르몬, 시상하부의 차이 등 다양한 학설이 있다.


3. 성전환(Sex Transition)

젠더 디스포리아가 강한 이들은 성전환을 거치고자 한다. 성전환을 한다는 건 의학적 조치 뿐 아니라 패싱이라고 하여 사회에서 외모가 자신이 정체화한 젠더로 통과될 수 있는 상태로 바뀌는 것까지 포함하여 본인이 본인의 성별 표현에 만족하는 상태로 가고자 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가 의학적으로 성전환을 하기 위해서 거치는 단계가 있다. 먼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젠더 디스포리아 진단, 호르몬 대체 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 성전환 수술(SRS: Sex Reassignment Surgery)이다.

정신과 진단은 유명한 병·의원이 있지만, 임상심리사가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면 어디든 진단이 가능하다. 임상심리사를 두지 않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진단이 불가능하다. 성전환증 진단을 위해서 종합심리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합심리검사는 특별하게 트랜스젠더만을 위한 검사는 아니고, 정신건강의학과의 일반적 심리 검사이다. 문장완성 검사, 트라우마 검사, 지능검사, 다면적 인성 검사, 로흐샤르 검사, 그림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한다. 여기에 성별과 관련한 수치도 있으며 이 검사 결과에 따라 임상심리사가 종합 의견을 내고, 의사는 이 검사 결과와 임상심리사의 의견을 종합하여 진단을 내리게 된다.

진단 결과에 따라 보통 F64.x의 진단을 받게 된다. F64.x는 성전환과 관련한 진단 코드이다. F64.0은 성전환증 혹은 성별 불쾌감이라는 명칭이며 호르몬 대체 요법 및 성전환 수술이 가능하고 성별 정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 F64.9는 상세불명의 성주체성 장애로 보통 호르몬 대체 요법까지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진단은 모두 최종 판단으로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임상적 추정으로 나오기도 한다.

진단 결과에 따라 먼저 호르몬 대체 요법을 하게 된다. 주로 수도권에 있는 산부인과 비뇨기과 병·의원이나 일부 대학병원에서 처방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기존에 하는 곳이 적다보니 트랜스젠더 개인이 찾아가서 요구해서 약을 구해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작하기 전 보통 간 기능과 신장 기능 및 호르몬 수치를 검사하고 시작하게 된다. 이 검사는 피를 뽑아 검사하며 개인 의원에서는 10만원 이하의 비용을 요구한다. 여성호르몬 주사의 경우 회당 2만원 남짓 비용이 든다. 그 외에 호르몬 억제제와 호르몬제를 병행한다.

성전환 수술의 경우 생식기 제거 및 외성기 재건 수술, 유방 확대 혹은 축소 수술 등을 하게 된다. 그 외에 MTF의 경우 목소리 수술과 성형수술도 많이 받는 편이다. 뉴트로이스는 생식기관 제거 수술, 지정성별 여성 안드로진의 경우 유방 축소 수술 등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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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나와 다른 카페로 가려고 버스를 탔다가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들을 마주쳤다. 내가 치마 입고 다니는 걸 처음 안 한 학생이 어색하다, 이상하다며 이야기하기에 안드로진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안드로진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을 모두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것만 보고 바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길지만,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젠더의 개념과 표현

우리는 모두 어떤 성(Sex: 생물학적 성)을 갖고 있으며, 그에 따라 혹은 그와 별개로 젠더(Gender: 사회문화적 성)를 표현한다. 그 표현은 연기에 가까운데, 연기가 몸에 익어 연기인 줄도 모를 뿐이다. 우리는 대부분 성별 이분법(Gender binary) 따라 특정 성별을 연기 혹은 표현하고 있다. 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젠더가 일치하는 시스젠더(Cisgender)의 경우 남성은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형태로 젠더를 표현하며, 여성은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형태로 젠더를 표현한다.

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일반적으로 반대라고 부르는) 다른 성의 젠더를 가진 경우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한다. 이 트랜스젠더는 보통 MTF(Male to Female)라고 하는 트랜스 여성과 FTM(Female to Male)이라고 하는 트랜스 남성으로 구분한다. MTF는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형태로 젠더를 표현하며, FTM은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형태로 젠더를 표현한다. 이들은 많은 경우 호르몬을 맞고 원하는 형태로 성전환 수술을 한다.

다른 트랜스젠더도 존재하는데 이들을 젠더 퀴어(Gender queer, 소수 성 정체성)라고 한다. 성별 이분법에 따르지 않는다고 논바이너리(Non-binary) 트랜스 젠더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해당하는 정체성으로는 두 개의 젠더를 가진 바이젠더(Bigender), 세 개의 젠더를 가진 트라이젠더(Trigender), 젠더에 관한 관념이 없는 젠더리스(Genderless), 젠더 정체성이 없는 에이젠더(Agender), 신체를 중성화하기를 원하는 제3의 성 뉴트로이스(Neutrois), 젠더가 유동적인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 모든 성의 정체성을 가진 팬젠더(Pangender), 그리고 나의 성 정체성인 남성과 여성 젠더의 혼합 형태인 안드로진(Androgyne) 등등이 있다.


2. 안드로진(Androgyne, Androgyny)의 뜻과 젠더 표현

먼저 어원을 갖고 설명하면 남성이라는 뜻의 접두어 'Andro'와 여성이라는 뜻의 'Gyne(혹은 Gyny)'를 합한 단어이다. 말 그대로 남성과 여성을 합한 두 성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젠더이다. 두 성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으니 성별 이분법에 따른 구분이 어렵다. 젠더 표현부터, 호칭, 신체까지 두 성의 특징을 모두 갖거나 두 성의 구분이 모호하다.

안드로진은 복장, 행동과 같은 젠더 표현을 지정 성별[각주:1]의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내지 않는다. 성의 구분이 모호한 패션이나 두 성의 특성을 모두 나타내는 옷을 입는다. 나 같은 경우 치마와 블라우스 입기를 좋아해서 치마와 블라우스를 자주 입는다. 나는 옷 자체에 성별을 부여하지 않고 입기 때문에 지정 성별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고 모호하거나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호칭의 경우 신경 쓰는 사람은 성별 호칭을 불편해할 수도 있다. 지정 성별 남성 안드로진의 경우 형, 오빠, 삼촌,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같은 호칭, 지정 성별 여성 안드로진의 경우 언니, 누나, 이모, 고모 같은 호칭 등 성별이 강하게 드러나는 호칭을 불편해할 수 있다. 나는 호칭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내 지정 성별 그대로 형, 오빠라고 불러도, 다르게 언니, 누나라고 불러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성별과 관계없는 김 선생님 호칭이 가장 마음에 들고 마음이 편안하긴 하지만, 상대의 버릇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신체의 경우 그대로 두는 안드로진도 있고, 변형시키는 안드로진도 있다. 지정 성별 여성인 안드로진의 경우 유방을 축소하는 수술을 받기도 하고, 반대로 지정 성별 남성인 안드로진의 경우 호르몬이나 수술로 유방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신체 변형에 관심이 없는 안드로진은 다른 형태의 젠더 표현만 신경 쓰거나, 아예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한다. 나는 유방을 만들어 성별 인식을 좀 더 모호하게, 혹은 양쪽을 모두 드러내고 싶어 하는 쪽에 속한다.


3. 안드로진의 성적 지향

안드로진에게는 이성애나 동성애라는 표현이 어렵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이성애라는 말과 동성애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 대신에 남성애, 여성애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 외의 성적 지향인 무성애, 양성애(혹은 다성애), 범성애는 다른 젠더와 똑같이 표현할 수 있다. 안드로진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성적 지향이 굉장히 여러 가지이다. 내 성적 지향은 양성애이다. 문제는 얼빠라… 남들 보기에는 여성애로 보기 쉽다.


4. 안드로진으로 정체화하기

안드로진이라는 말이 생소하다보니 안드로진이라는 정체성을 알기 전에 MTF 혹은 FTM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논바이너리 정체성 자체를 알기도 힘들다 보니, 그나마 알려진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으로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젠더 퀘스쳐너리로 살다가 인터넷 검색 등으로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사람을 찾다가 논바이너리 정체성을 알면서 스스로를 대입하며 정체성을 찾는다.

내 정체화 과정은 좀 독특한 편이다. 나는 복장에 젠더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면서 성평등 운동으로 치마를 입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때야 마음이 편안해지며 성적 지향을 알리거나 알려지는 것에 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간신히 젠더에 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지정 성별 남성으로 태어나서 남성 젠더 표현만으로 살기 불편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안드로진으로 정체화한 지금에 와서야 그 불편함이나 어색함을 이해하고 있다.

난 분명 어릴 때부터 안드로진의 기미가 느껴졌다. 난 화장이나 여성복이라고 생각하던 옷에 대한 욕망이 있기도 했다. 바지만을 입는 데 불만이 있었고, 여성의 신체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한 편으로 지금 신체를 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성별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신체에서 큰 변화를 바라지도 않았다. 또 가부장적 남성을 굉장히 어려워하거나 가부장제를 두려워했고, 남성은 이래야 한다는 규범도 너무 힘들었다. 남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여성이 편했는데, 여성과도 거리감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다른 점, 같은 점을 굉장히 다양한 데서 부분 부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여성이 되고 싶어 하는 건가 고민도 했고, 무엇일까 여러 가지 고민해봤는데, 난 남성과 여성 모두의 특징이 있고, 더 갖고 싶어 했다.


5. 내가 고민했던 젠더

나는 MTF 일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내 젠더에 의문을 품는 퀘스쳐너리 상태와 데미 메일(Demi male) 그러니까 반 남성 정도로만 생각해봤다. 젠더 플루이드라기에 나는 내 젠더가 움직인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고, 바이 젠더라기에는 두 성이 또렷하지도 않았다. 나는 제3의 성이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성기를 없애고 싶은 욕망은 없었으니 뉴트로이스도 아니었고, 젠더가 없다는 생각도 안 했으니 에이젠더나 젠더리스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빼다가 안드로진에 관한 개념에 내 속에서 명확해질 수록 나는 지정 성별 그대로인 시스젠더가 아니었다. 안드로진이었다. 고민은 내 정체성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불명확한 개념들을 소거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다.


6. 나는 안드로진이다.

나는 안드로진이다. 짧게 이렇게만 이야기하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내 젠더 표현이 내 주변을 넘어 전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너무 나중은 힘들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당장이었으면 좋겠다. 내 정체성은 지금의 정체성이다. 나중의 정체성이 아니다. 그런 만큼 내 인권도 지금 챙겨야 할 인권이다. 나중에 챙겨도 되는 그런 인권이 아니다.

  1. 사회에서 지정한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성별이다. 주민등록번호 뒤 7자리 중 첫 번째 숫자가 홀수면 남자 짝수면 여자인데, 9와 0은 19세기에 태어난 남성과 여성, 1과 2는 20세기에 태어난 남성과 여성, 3과 4는 21세기에 태어난 남성과 여성을 가리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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