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삼부작은 슈퍼 히어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은 작품이다. 많은 사람이 그중 제일을 둘째 편인 다크나이트라고 한다. 마지막 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다크나이트에 비하면 실망스럽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실망스러운 수준의 작품도 아니고 형식적으로 훌륭한 마무리였다. 고전시대의 소나타 형식이 엿보일 정도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잘 맞아 들어간 작품이다.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소나타 형식은 평균율을 바탕으로 한 까닭에 조성의 대비를 강하게 나타낼 수 있다. 또한, 화성 음악으로 만들어져 리듬과 가락이 명료한 까닭에 주제를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데, 이는 주제의 가락을 두 개로 만들어 대비를 더 강렬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되었다.

소나타 형식의 첫째 부분인 제시부에서는 조성과 리듬, 성격이 모두 대비되는 두 개의 주제 가락을 제시한다. 제1주제는 주 조성으로 제시되며, 제2주제는 대비되는 관계 조성으로 제시된다. 둘째 부분인 전개부에서는 두 개의 주제가 쪼개지고, 대위적인 형태로 등장하며 전조가 잦아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재현부에서는 제시부의 주제가 같은 조로 함께 등장하며 웅장하게 끝을 맺는다.

다크나이트 삼부작은 소나타 형식에 거의 맞아 들어간다. 각 편을 부분에 대입하면 배트맨 비긴즈를 제시부, 다크나이트를 전개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재현부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성격(character)의 대비를 나타내는 주제로 해석할 수 있는 인물(character)이 있기 때문이다. 고담이라는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선한 인물인 배트맨과 악당의 대결이 항상 나타난다.


- 고담이라는 배경을 조성으로

배트맨은 고담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히어로다. 고담은 범죄의 공포에 시달리는 도시이다. 배트맨은 고담에서 범죄자들을 공포로 제압한다. 이렇게 배경을 주 조성으로 보고, 이 조성과 가장 어울리는 공포의 상징 배트맨을 제1주제로 볼 수 있다. 배트맨은 범죄자를 공포로 제압하여 경찰에게 처분을 맡기며 본인은 심판하지 않는다. 오로지 악에 대해 공포로만 작용한다.

반대쪽에는 라스 알 굴과 리그 오브 어새신이 있다. 이들은 고담이라는 도시 자체를 악으로 보고 고담을 없애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담을 지키면서 심판하지 않는 배트맨과 대결하게 된다. 이렇게 제2주제로 보기 충분하다.


-제시부(배트맨 비긴즈)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공포의 상징인 어둠의 기사 배트맨이 탄생한다. 배트맨은 공포의 도시에서 공포를 극복하며 탄생했다. 리그 오브 어새신에게 수련을 받지만, 리그 오브 어새신에서 요구하는 살인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제시부에서 두 주제가 관계조(리그 오브 어새신의 일원)인데다 대비(살인 대 불살)를 주며 형식을 모두 충족한다. 더불어 배트맨과 반대편의 성격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전개부(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에는 배트맨의 조력자로 정의의 검사 하비 덴트, 주 악당으로 조커가 등장한다. 하비 덴트는 배트맨의 조력자인데도 불구하고 직업이 검사이기 때문에 제1주제인 악에 대해 작용하는 공포를 포함하지만, 법을 통해 심판의 내용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제2주제인 심판 역시 나타난다. 이런 양면적인 성질이 있지만, 오로지 긍정적으로 가기 위해 양면이 똑같은 동전으로 무시하고 산다. 그래서 하비덴트는 전조 과정에 있는 제1주제와 제2주제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조커는 순수한 악으로 배트맨의 반대 성격을 가진다. 누구도 심판하지 않지만, 악으로써 모두에게 공포로 작용하고 살인을 쉽게 저지른다. 이는 배트맨의 완전한 반대면으로 제1주제의 전위(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락)이자 제2주제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조커는 심지어 하비 덴트의 정신을 파괴하여 투 페이스라는 악당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는 하비 덴트의 양면을 더 드러내며 공포라는 조성으로 전조를 유도한다. 투페이스는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공포라는 제1주제가 변형된 상태에서 제1주제 쪽으로 전조된 제2주제가 합쳐지며 새로운 사건을 저지른다. 그렇게 조커와 함께 사건 전체를 동시에 움직이며 주제의 스트레토(주제가 짧게 끊어져 나오는 형태)처럼 나타난다.

다크나이트는 이렇게 제1주제와 제2주제가 변화무쌍하게 나타나며 분위기를 더 공포로 물들이며 각자의 기교를 뽐낸다. 전개부의 형식적 요건을 이렇게 충족시킨다.


-재현부(다크나이트 라이즈)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 비긴즈의 재현처럼 나타난다. 다크나이트는 악에 대한 공포와 도시의 구원자로 다시 등장한다. 더불어 도시를 심판하려는 자들이 다시 나타난다. 심지어 그들은 라스 알 굴의 리그 오브 어새신이다. 라스 알 굴은 없지만, 구원자처럼 나타난 베인과 탈리아 알 굴이 함께 있다.

다크나이트는 제1주제인 다크나이트는 다시 관계조인 리그 오브 어새신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도시를 구하기 위해 만든 원자로를 리그 오브 어새신에게 빼앗긴다. 그리고 척추가 부러지며 다시 리그 오브 어새신의 흔적과 합류하게 된다. 수장의 아이(the child)가 있던 감옥에 갇히는데, 여기서 수장의 아이처럼 공포를 극복하고, 공포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난다.

선한 사람처럼 나타났던 탈리아 알 굴은 주제를 구원할 것처럼 하다가 도시를 심판하려 한다. 이는 제1주제와 같은 조성으로 전조된 제2주제로 볼 수 있다. 결국 제1주제가 승리하며 끝을 맺고 주역은 사라지며 구원을 강렬하게 남긴다. 제1주제가 조성 싸움에서 승리했는데, 사라질 수는 없다. 그래서 그 흔적으로 로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 블레이크를 제2대 배트맨으로 만든다. 이렇게 코다를 제2대 배트맨으로 만들며 형식적 요소를 충족한다.


영화나 극을 전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처럼 음악 전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다크나이트 삼부작을 통해 이렇게 소나타 형식을 볼 수 있었다. 다른 형식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다크나이트 삼부작 분석해놓고 보니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사단조가 생각났다. 소나타 형식의 악곡 중 질풍노조 사조로 만든 곡이면 대체로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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