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기 남자 화장실인데!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이 닫히는 찰나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

"거기 남자 화장실인데!"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치마를 입고 다닐 때였는데, 짧은 치마 입고 남자 화장실 들어갔을 때 밖에서 한 여성분이 외친 소리 이후 거의 1년만인 것 같다. 치마를 안 입은 지 (아니 못 입은 것에 가깝다) 11달쯤 되었으니 1년쯤 된 게 맞을 거다. 이유는 안다. 예쁜 다리(다리 예쁘다며 부럽다는 이야기 듣는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스키니 진에 파마한 것처럼 보이는 곱슬머리 그것도 어깨를 넘길 정도로 긴 머리의 뒷모습 때문에 여자인 줄 알았던 거다.

굳이 문을 열어 해명하는 것도 우스운 것 같아서 그냥 넘기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남자 같지 않아 여자라 생각하고 탄성을 내뱉는 것을 보면 짧은 머리의 여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그것도 놀라실 분 아닐까?

분명 남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성폭력 염려 때문에 놀랄 수는 있을 것이다. 여성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 역시 그런 염려라고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외모로 편견을 갖고 소수자를 억압하는 것일 수 있다.


2. 내가 잘못 들어왔나?

화장실에 들어가서 소변을 볼 때면 항상 재빠르게 소변을 보는 자세를 취한다. 안 그러면 들어오며 뒷모습만 보고 놀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소변 보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좌변기에서 대변을 보고 나오다 내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해서 좀 주의한다.

손을 씻을 때는 거울을 보면서 손을 씻는다. 사람이 들어오면 표정을 굳힌 채 눈을 마주친다. 일단 생물학적으로 남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안 그러면 들어오다 놀라서 도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게 걱정되어 일부러 고개를 들고 손의 감각으로만 손을 씻는다.

소변기가 문 옆에 붙어 있어 들어오며 소변 누는 사람 얼굴을 볼 수 있어도 놀라서 되돌아 나가 남자 화장실 여부를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얼굴을 보고도 머리가 긴 것 때문인지, 화장한 얼굴 때문인지 소변기에서 소변을 누는 모습을 보아도 놀라서 되돌아 나간다. 그럴 때면 내가 예쁜가 싶어 내 미모에 감탄하기도 한다.


3. 듣기 싫은 소리 촤르르르르르

소변기에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좌변기 화장실로 들어가서 소변을 누는 사람들이 있다. 급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소리가 들린다. 물줄기가 물을 지속해서 치는 소리가 들린다. 굉장히 불쾌하다. 나는 나중에 큰 게 마려우면 들어가서 앉아서 눠야 하는데, 소변 줄기가 물을 치면서 여기저기 튈 것 아닌가? 심지어 바닥에도 축축하게 소변 흘린 자국이 있다. 앉아서 누면 될 것을 왜 서서 눌까?


젠더 중립 화장실이 필요해

3번까지는 모르겠지만, 1번과 2번과 같은 혼란을 피하려면 젠더 중립 화장실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젠더 중립 1인 화장실이다. 겉모습으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같은 성소수자의 화장실 이용 문제나 화장실의 줄이 성별에 따라 불균형하게 긴 모습도 해결할 수 있다.

장애인의 구분도 없이 누구나 한 데서 누구에게도 볼일 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배변을 해결할 수 있다. 더불어 장애인 화장실을 따로 둘 때 나타나는 관리 부실 문제도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직원의 화장실 관리도 성별을 가리지 않고 1인씩 들어가기 때문에 민망할 문제가 줄어든다. 또 1인씩 들어가기 때문에 화장실에 누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성폭력 예방에도 도움될 것이다.



사족 - 손 좀 씻어라.

화장실에 있으면 소변이든 대변이든 볼일 보고 손 안 씻고 나가는 남성들이 있다. 정말 싫다. 안 튈 것 같지만 다 튄다. 그리고 아무리 잘 털어도 조금씩은 남아 있고 그게 팬티에 조금씩 묻어난다. 남성 팬티는 앞에, 여성 팬티는 밑에 흡습 면이 만들어진 것은 이 성기 구조에 따른 차이 때문이다. 팬티에 묻어난 것이 성기에 어떻게든 묻을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더라도 성기 주변에서 땀이나 피지가 나와서 습해지기 때문에 냄새나거나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그러니까 남자들 화장실 다녀올 때는 제발 손 좀 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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