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가 4월 25일 밤에 했던 jtbc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토론회에서 했던 말은 수많은 성소수자들에게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인권'변호사 문재인의 입에서 동성애 반대라는 말이 나온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정확하게는 홍준표 후보의 가짜뉴스를 이용한 트롤링에 말려들어 나타난 말이지만, 평소의 인식은 무의식중에 나타난다. 아니, 애써 평소의 인식이 아니라 정치 감각이 부족한 거라고 본다고 해도 '인권'변호사'인권' 감각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래는 홍준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군대 내 동성애 토론 영상과 전문이다.


홍준표 후보(이하 홍): 군 가산점 우리 동의하십니까? 문 후보님?

문재인 후보(이하 문): 형식의 문제지요.

홍: 아니 동의하십니까?

문: 동의하지 않습니다.

홍: 왜? 5.18 가산점은 동의를 하고 군 가산점은 왜 동의를 하지 않습니까?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고생하고 나왔는데 가산점쯤 줘야 할 것 아닙니까?

문: 군대를 가지 않는 우리 여성들, 우리 남성들 가운데서도 군대 못 가는 분도 있죠. 그런 분도 생각하셔야 하고, 군대 갔다 온 분들은 호봉을 가산해준다든지 국민연금에서 크레딧을 준다든지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홍: 아 그러니까 5.18 유공자는 가산점을 줘도 되고, 군 복무자, 갔다 온 사람은 가산점은 안 주는 게 옳다 그런 취지네요? 내 가볍게 물어본 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합니다. 군 동성애는 이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 거기는?

문: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 반대하지요.

홍: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 그럼요.

홍: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 파티도 서울 그, 그 앞에서 하고 있는데? 서울시청 앞에서

문: 서울 광장을 사용할 권리에서 차별을 주지 않은 것이죠. 차별을 금지하는 것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하고 같습니까?

홍: 차별금지법이라고 국회 제출한 게 이게 동성애 사실상 허용법이거든요. 문 후보 그 진영에서 민주당에서 제출한 차별금지법인가 하나 있는 게

문: 차별 금지하고 합법화하고 구분을 못 합니까?

홍: 아니 합법화가 아니고, 분명히 동성애는 반대하는 것이죠.

문: 예 뭐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홍: 좋아하는 게 아니고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죠

문: 합법화 찬성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성소수자들의 분노와 절망감이 엄청났다. 굳이 성소수자가 아니라도 여기에 분노해서 티비를 끈 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후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중에 심상정 후보는 자신의 발언 기회일 때 1분 찬스를 써가면서까지 동성애자 인권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사회자: 알겠습니다. 심 후보께 드리겠습니다.

심상정 후보자(이하 심): 네 우선 아까 그, 그 동성애 논란…, 논의가 좀 있었는데요. 저는 동성애가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성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입니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또 자유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사회자 : 예 시간 다 됐습니다.

심: 그런 면에서 차별금지법, 1분 더 쓰겠습니다.

사회자 : 그러시죠.

심 :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차별금지법 또 계속 차별금지법 공약으로 냈는데, 그것을 후퇴한 문재인 후보께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 이후에 홍준표 후보는 다시 동성애를 들고나온다. 거기에 에이즈라는 가짜뉴스([팩트체크] 홍준표의 "동성애 탓 에이즈 창궐" 은 일부만 사실 / [사실은]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 창궐" 홍준표 발언, 근거 있나)를 갖고 트롤링을 한다. 이전에 당한 것에 정신 차린 것인지, 심상정 후보 발언에 아차 한 것인지, 문재인 후보는 여기에서는 발언을 정정하려 한다.


홍: 아까 동성애 다시 물어보겠는데, 동성애는 반대한다고 하셨죠?

문: 동성혼 합법화할 생각 없습니다.

홍: 아 합법화가 아니라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했죠.

문: 차별은 반대합니다.

홍: 차별은 반대하다니?

문: 네

홍: 동성애 때문에 지금 얼마나 우리 대한민국에 에이즈가 만4천 명 이상 에이즈가 지금 창궐하는지 아십니까?

문: 그런 식의 성적인 지향 때문에 우리가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하고 우리가 동성혼을 합법화한다는 것하고 

홍: 지난번에 차별금지법 그게 사실상 동성애 합법화하는 법입니다.

문: 아니, 그 차이를 잘 모릅니까?


당일 성소수자들은 분노와 모멸감으로 어찌할 바를 모른다.[각주:1] 홧김에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는 성소수자[각주:2]도 있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긴급성명[각주:3]을 냈다. 일부 성소수자나 인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 일을 계기로 심상정 후보에게 후원하고 정의당에 입당하는 일도 있었다. 밤새는 동안 약 8000만 원 가량 되는 평소 몇 배나 되는 후원금이 쏟아졌다.

문재인 지지자 중 일부는 성소수자들의 분노를 이해 못 하고, 해명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다 다음날,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의 문재인 후보를 향한 기습 시위가 있었다. 그 후 문재인 지지자 측에 멱살을 잡았다는 루머가 떠돌았고, 성소수자들을 향한 비웃음과 멸시, 분노가 쏟아졌다. 거기다 더해 집회 자체가 문제라며 멱살 루머의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거나, 위법 자체가 문제라며 시위의 본질을 비껴가는 등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더불어 홍준표에게는 항의 성명 없이 말 꺼내주어 고마워했다는 등의 거짓 루머까지 떠돌며 성소수자 혐오를 더 심화시킨다. 또 성소수자들이 매일 같이 싸우고 있는 홍준표 같은 이에게는 별도로 항의하지 않는다고 혐오를 부추긴다. 문재인 후보가 변호사 앞에 '인권'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지 않았으면 왜 그에게 일상적으로 항의하는 게 아니라 별도로 특별하게 항의하러 갔겠는가?

혐오는 어떤 사람의 정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집단을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등의 폭력을 이야기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일반 혹은 기득권자에게 물이나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 소수자에게는 간절한데 그걸 가질 수 있는지 토론해야 한다고 할 때 역시 소수자 혐오라고 한다.

성소수자는 이해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 존재에 이해를 구하는 것만큼 큰 자기 혐오는 없다. 마찬가지로 타인이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논의하려 하거나 부정하는 것만큼 큰 혐오는 없다. 존재하는 자를 없는 것처럼 보는 것,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이 혐오 아니면 무엇인가? 왕따랑 다를 게 뭐가 있는가? 그게 바로 성소수자 혐오입니다.

당신들의 루머와 루머에 따른 비아냥, 본질이 아닌 딴 소리로 공격하며 본질을 묻어버리는 것, 성소수자 비하 그런 것들이 모두 성소수자 혐오입니다. 혐오를 멈추세요.

  1. 몇몇은 가족과 토론을 보다 울음을 참으며 메시지로 대화만 나누었다. [본문으로]
  2. 토론을 보고 분노해서 페이스북 등에 실명과 전체 공개 상태로 성적 지향을 공개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본문으로]
  3. 긴급규탄성명 성범죄 공모자 홍준표는 동성애 혐오 선동하는 그 입을 닥치고 사퇴하라! 홍준표와 맞장구치며 성소수자 혐오 조장하는 문재인은 사죄하라! 우려하던 참상이 현실화됐다. 대선 후보 티비 토론이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는 혐오 발언으로 점철됐다. 파렴치한 홍준표와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단 문재인의 합작품이다.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군내 동성애가 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저질질문에 사실검증을 먼저 따져물어야했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는 것도 무지의 산물이거나 거짓말에 불과하다.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비상식적 질문에 뻔뻔하게도 반인권을 커밍아웃했다. 성적 지향은 찬성이냐 반대이냐의 문제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인간 특성의 하나다. 서로 다른 피부색에 찬반을 따질 수 없는 것과 같다. 문재인의 발언은 성소수자의 존재, 인간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이다. 지난 10년 보수 정권 아래에서 박근혜-최순실-재벌의 부패 커넥션이 사람들을 기만할 때,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앞장선 극우 집단들이 혐오를 부추겨 왔다. 성소수자 혐오도 마찬가지다.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이 동성애 반대를 외쳐 왔다. 이것이 적폐가 아니고 무엇인가. 문재인의 발언은 스스로 적폐를 청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또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자신의 저열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무능력과 편견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한심한 작태다. 이것은 한국 성소수자 인권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지금 한 군인은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구속돼 있고, 수십 명의 애먼 군인들이 처벌에 직면해 있다. 홍준표가 지적한 군대의 심각한 동성애 문제의 실체는 이것이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인권규약기구들이 수차례 폐지를 권고한 반인권 악법인 군형법 제92조의6을 무기로 한 성소수자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의 발언은 당장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강제 구금된 폭력을 인정하고 찬성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티비 토론을 보며 충격을 받은 성소수자들과 분노를 함께하며, 문재인의 발언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싸울 것이다. 성소수자를 짓밟은 홍준표, 문재인은 당장 사죄하라! 당신들과 같은 자들로 인해 삶과 존엄을 빼앗긴 성소수자들 앞에 참회하라. 성소수자들은 이제 우리의 존재와 존엄을 짓밟는 사회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머무르는 자들과 결별을 고하자. 우리는 우리 손으로 존엄을 되찾고 변화를 일굴 것이다. 2017년 4월 25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본문으로]

평소 심심하면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다. 설 다음 날, 설 연휴에도 딱히 할 일 없어서 책을 가지고 카페에 갔다. 그것도 외출이라고 나름 꾸민다고 화장을 한다. 그날도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썹을 그렸다. 아이섀도, 마스카라, 립스틱까지 발랐다. 립스틱은 나름대로 발색을 신경 쓴다고 두 종류를 써서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냈다. 겨우 혼자 책 보러 가면서 정성 들여 화장했다.

두 시간쯤 책을 읽는데 몸이 너무 아팠다. 전날 저녁부터 몸살기가 좀 있긴 했다.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나왔는데, 가만히 있으려니 몸이 점점 아파져 왔다. 목욕탕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좀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목욕탕을 가려고 나왔다. 다른 건 괜찮은데 마스카라를 어떻게 지워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향했다. 전용 리무버를 갖고 나올 생각이었다.

집에 가까워지니 몸이 더 쑤셨다. 잠깐만 방에서 쉬다가 목욕탕 갈 준비를 제대로 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갔는데, 어머니 아버지가 거실에 나와 있었다. 어머니는 과일을 깎고 있으셨다. 난 두 분을 지나쳐 내 방으로 들어갔다. 엎드려서 잠시 쉬는데 무슨 말이 들렸다.

"동생 친구들 올 거다. 화장 지워라."

너무 황당했다. 동생 친구들 오는 거랑 나랑 무슨 관계라고, 아니 내 화장이 동생 친구들 오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지우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지워야 합니까?"

"너 동생 친구들 오는데 화장한 거 보일래?"

"오는 거랑 나랑 무슨 관계입니까?"

"넌 왜 그렇게 이기적이냐?"

내가 이기적이라고? 내가 언제 내 방식을 강요했었나? 나한테 강요하지 말라는 게 왜 이기적이야?

"내가 뭐가 이기적입니까?"

"화장 안 지우겠다는 거 너만 생각하는 거잖아?"

"아니 내가 화장하는 게 왜 나만 생각하는 겁니까? 난 못 지우겠습니다."

"왜 넌 너 입장만 생각하냐? 좀 가족 입장도 생각해라."

"또 같은 말 해야 됩니까? 내가 가족의 장식품입니까?"

"언제 장식품이라고 했냐?"

"내가 화장한 게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그게 중요한 걸 보면 장식품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넌 가족 생각해서 지우면 안 되냐?"

"내 생각은 하고 이야기하는 겁니까?"

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가 해서는 안 될 소리를 했다.

"너 정체성[각주:1]에 혼란 느끼는 거 아니냐?"

"지금 뭐라고 말 한 겁니까? 화장이랑 정체성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는 입을 닫았다. 하지만 나도 흥분했고 온갖 예전 이야기를 다 헤집어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소리 높여 싸우고 난리를 치고 나서야 내가 지쳐서 쓰러졌다. 중간에 동생은 왔다 가며 분위기를 보고 친구들 데려오는 것을 포기했다. 나는 한참을 씩씩대다

"덕분에 흥분해서 그런지 몸 아픈 것도 안 느껴지고 완전 좋네요. 사람 취급도 못 받으면서 사람 취급받으려고 한참을 지랄했더니 몸이 흥분해서 그런가 아픈 것도 안 느껴지고 정말 좋네요. 사람 취급도 못 받아서 살고 싶지도 않은데 아픈 감각도 없어지고 좋네요."

이렇게 비아냥대다 분을 못 이기고 부술 듯이 대문을 닫고 나왔다. 나와서 갈 데도 없어 한참을 근처를 돌아다니다 목욕탕에 갔다. 화장이 제대로 안 지워지면 나중에 집에 가서 다시 지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목욕탕 비누와 온수로 문질러 지워냈다. 한참을 몸 담그고 있으니 몸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목욕을 끝내고도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근처 맥주 가게에 들어가 바에 앉아서 맥주 한 잔과 감자튀김을 시켰다. 피자 한 판을 혼자 먹기는 부담스러워 감자튀김을 시켰는데, 몸이 다시 안 좋아져서 맥주도 감자튀김도 먹기 힘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버텨내다가 집으로 향했다.

들어가면서도 죽을 것 같았다. 사람 취급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다. 내가 사람 그 자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체면을 위한 도구 취급받았다는 생각에 모멸감이 들어 너무 들어가기 힘들었다. 난 기분 좋으려고 화장했는데 이게 무슨 난리인지, 이게 무슨 취급인 건지 모멸감에 더 몸이 아파져 왔다.

  1. 성정체성을 이야기한 것 같다.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