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치마를 입고 외출했다. 며칠 전 바지 위에 레이어드해서 입긴 했다. 그건 덧댄 것이지 치마를 입었다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했다. 맨다리 혹은 스타킹이나 레깅스에 치마만 입어야 치마를 입은 느낌이 난다. 이렇게 치마를 입고 외출한 건 11개월 만이다.

며칠 전 스타킹에 반바지를 입었을 때 신은 80데니어 스타킹은 꽃샘추위를 막기에는 좀 부족했다. 그래서 좀 더 따뜻해지면 치마나 반바지를 다시 입을까? 아니면 따뜻하게 입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었다. 어제 마트 들렀을 때 150데니어 스타킹이 보여 샀다. 혹시나 해서 150데니어 스타킹을 신었더니 훨씬 나았다. 그래서 오늘 치마를 입고 나올 수 있었다.

앉았을 때 무릎 윗부분에서 한 뼘(25cm) 정도인데, H라인이라 그런가? 쪼그려 앉아 신발을 신을 때 엉덩이가 보일 것 같았다. 살펴보니 엉덩이 쪽이 굴곡지면서 뒤쪽만 많이 올라가서 밑으로 보면 엉덩이 쪽이 보였다. 스타킹 속으로 비치는 내 속옷을 보고 민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옷으로 드로즈를 입었는데, 보이면 민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삼각팬티로 입고 싶어졌다. 집에 삼각팬티가 없는데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웃음이 나왔다. '속옷이 보일 것을 가정하고 속옷을 입으려고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마 속을 안 보여줄 거고, 남도 안 봐야 하는 건데, 남 보기에 이 속옷이 어색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밑에 입는 속옷은 기능적으로 만들어졌다. 어느 기저귀 광고에서 여아용, 남아용은 흡수 면이 중요한 거라는 것처럼 여성용 팬티는 밑부분에, 남성용 팬티는 앞부분에 면으로 된 흡습부가 있다. 성기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비물 흡수 때문에 입는 속옷을 두고 그게 보일 것을 먼저 생각했다니 우스웠다. 평소에 속옷을 장식용으로 입지도 않는 주제에!


치마를 입고 외출해도 딱히 갈 데가 없다. 스터디 모임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 보니 어디 놀러 갈 생각도 못 했다. 그냥 기분 내려고 항상 꾸며 입는데, 카페에 앉아 공부만 하려니 입었다는 만족감 외에는 없다. 오히려 화장실 갈 때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까 걱정만 된다. 미니스커트 입어서 화장실에서 소변기에 소변 눌 때 편하긴 한데, 드나들 때 다른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불편하다. 바지를 입고 들어가도 사람들이 당황하는데, 치마 입고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더 당황스러워한다.

짧은 치마 입고 남자 화장실에 안 가본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치마 입고 다닌 초기에는 들어가면 항상 좌변기를 찾아서 들어가서 소변을 봤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덜 띄고 싶었다. 눈에 띄기 위해 입은 것도 아니라 상호 불편한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덜 보이기 위해 들어갔다. 하지만, 내가 익숙해지면서 그냥 들어가서 소변기에 누고는 했다. 엉덩이가 보일락 말락 치마 뒤쪽도 올라가는 게 좀 민망하긴 하지만, 서서 소변 보는 게 빠르고 편하긴 하니까 편한 대로 행동했다.


오랜만에 치마를 입으니 이것저것 걱정만 많다. 기분 좋은데 어색한 이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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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니클로 <'감탄' 팬츠> 광고 시리즈는 재미를 추구한다. 남자들의 바지가 불편하다면서 이 바지를 입으면 '감탄'할 만큼 편하다고 광고한다. 광고를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많다. 단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편안하다는 치마, 이 이야기가 조금 불편하다. 왜냐하면, 치마 입는 과정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커피를 들고 스커트를 입은 채 걸어간다. 여자들의 스커트를

남성이 여성들을 바라보는 듯한 모숩이다. 그들의 편안함을

여자들이 커피를 들고  걸어간다.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것인가


"여자들의 스커트를, 그들의 편안함을,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것인가."는 불편한 말이다.


먼저 치마를 입을 때 신경 쓸 것이 많다. 속옷이 보이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치마의 경우 H라인으로 팽팽하면 움직임도 불편하고 앉았을 때 틈으로 속옷이 보일까 봐, 허리를 숙일 때 뒤로 엉덩이와 속옷이 보일까 봐 신경 쓰인다. A라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짧으면 신경 쓰인다. 펜슬 스커트 같은 경우에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좁아지므로 다리의 움직임이 제한된다. 무릎까지 오는 치마도 H라인의 경우 다리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많이 불편해진다. 물론 이런 치마들이 바지에 비하면 통풍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긴 치마의 경우는 나풀거리면 나풀거리는 대로 다리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팽팽하면 팽팽한 대로 다리의 움직임을 많이 방해한다. 상대적으로 함기량이 많으므로 보온이 잘 되긴 하지만, 바지에 비하면 치마는 기본적으로 활동이 불편하다.

활동이 불편한 것만이 아니다. 과정이 추가된다. 치마를 입는 과정은 치마의 종류나 계절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스타킹을 신고 치마를 입는다. 스타킹은 통풍이 안 된다. 더군다나 치마를 입으며 스타킹을 신을 때 무릎보다 조금 위로 올라오는 스타킹보다 엉덩이까지 감싸는 팬티스타킹을 많이 신기 때문에 전체적인 압박감도 압박감이지만 통풍 안 되는 부분이 넓다. 특히 다른 데는 몰라도 발에 통풍이 안 되기 때문에 답답하다.

스타킹을 안 신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치마를 입을 때 스타킹을 안 신을 수 있는 계절이 얼마나 있을까? 거의 없다. 치마를 입으려면 스타킹은 거의 필수이다. 보온에도 필요하고 맨살끼리 부딪치며 마찰하는 것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라면 치마를 입을 때 검은 스타킹을 강제로 신어야 하는 시기도 있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물론 스타킹을 신으면 압박되어 각선미 보정 효과 등이 있다. 하지만 털이 있으면, 털이 보이면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제모한다. 여성에게 제모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제모를 많이 한다. 여성에게 다리털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털이 가늘거나 별로 없는 여성들 정도나 여성들에게 털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 후배는 동생 자취하는 집에 놀러 갔다가 면도기를 발견했다. 면도기를 보고 흥분해서 남자랑 동거하나 싶어 동생을 불러 야단을 치려고 면도기에 관하여 캐물었다. 동생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본인 제모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둘 다 여성이다. 언니는 털이 거의 나지 않아 미용을 위한 제모가 필요 없었고 동생은 본인의 미용을 위한 제모가 필요했다.

여하튼 그런 편견과 사회적 강요 때문인지 몰라도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같은 데 가면 제모 관련 용품들이 전시된 코너가 있다. 제모 크림, 제모 왁스, 제모 왁스 스트립, 여성용 면도기 등 다양한 용품들이 있다. 이런 게 왜 있을까? 제모 왁스 스트립을 보면 팔 및 다리용, 비키니 및 겨드랑이용, 얼굴용 등 여러 부분이 있다. 팔, 다리, 비키니 라인, 겨드랑이, 얼굴 등 미용을 위한 제모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이다. 

제모 크림은 크림을 바르고 10분 남짓 있으면 털이 불어난다. 파마약 같은 냄새도 나고 예민할 경우 피부가 따가울 수도 있다. 민감한 부분이나 상처에 바를 경우 한동안 쓰릴 수도 있다. 털이 불어나면 스패츌러로 밀어서 털을 뜯어낸다.

제모 크림


제모 왁스의 경우는 전자레인지로 녹이거나 물로 중탕해 녹여서 스패츌러로 바른 다음 스트립을 붙인 다음 한 번에 당겨서 수많은 털을 뽑아낸다. 제모 왁스 스트립의 경우 이게 스트립에 발라져 있어 손으로 비벼 뗀 다음 제모할 부분에 붙이고 한 번에 당겨 털을 뽑아낸다. 피부에 남은 왁스는 오일 시트나 오일로 닦아내거나 미온수로 녹여 씻어낸다. 좀 고통스러운 방식이지만, 털을 족집게로 일일이 뽑아내는 것보다 고통이 덜하게 느껴진다.

제모 왁스

제모 왁스 스트립

면도기의 경우 면도크림을 바르거나 해서 남자들처럼 면도한다. 면도해서 털이 겉에 드러나지 않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여성용 제모 면도기

살펴보면 털이 적으면 스타킹 착용 후 치마 입기 2단계이다. 털이 많으면 제모 후 스타킹 착용 후 치마 입기 3단계이다. 이래도 치마가 편해 보이는가?

분명 넷플릭스 광고 유세윤, 에뛰드 광고 전현무보다야 타깃 설정이 잘 된 광고이긴 하다. 하지만, 치마를 입지도 않는 이들에게 치마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 타깃 설정이 올바르다고 해도 성편견을 조장하는 광고는 바르지 않다.

어릴 때는 스타킹을 자주 신었다. 남자아이지만 반바지에 스타킹 신는 모양새는 별것 아니었다. 당연히 신어야 하는 것이었다. 난 어릴 때 보이스카우트에서 몇 년을 활동했다. 단복에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스타킹이라 안 신을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은 스타킹을 신을 일이 점점 없어졌다. 줄어들다 못해 없어졌다. 남성이 스타킹을 신는다는 생각도 못 할뿐더러 스타킹이라는 말이 남성의 입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민망했다. 아니면 성적인 농담을 할 때나 이야기를 할 때나 이야기가 오갈 뿐. 스타킹은 일상과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반바지 입을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사춘기 때는 다리털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까 민망했다. 한 번은 면도기로 털을 싹 밀기도 했었다. 나중에 20대가 되어서야 털에 덜 민감해졌고 반바지를 좀 편하게 입었다. 반바지를 입는다고 해도 무릎 정도 오는 게 거의 전부였다. 나도 그렇게 따라 입었었다. 그런데, 난 그런 반바지가 활동하기 불편했다.

언젠가 허벅지 중간보다 더 올라오는 짧은 바지를 사서 입기 시작했다. 짧은 바지를 입으면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입는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민망하게 여겼다. 왜 여성들이 핫팬츠라고 불리는 그렇게 짧은 반바지를 입는 건 별로 민망하게 여기지 않는데, 남성이든 여성이든 남성이 입는 핫팬츠를 입는 것을 민망하게 여겼다. 남성용으로는 짧은 반바지가 잘 나오지도 않은 것이 어찌 보면 그런 통념 때문이겠지만, 그래서 여성복 파는 데서 반바지를 샀다.

반바지를 사고 여름에만 입기 좀 아까웠다. 여자들은 추운 겨울에도 스타킹에 반바지를 입는데, 그것도 괜찮아 보였다. 치마도 입었던 내가 못 입을 게 뭐 있나 싶어서 오랜만에 스타킹 신고 반바지를 입었다. 날이 아직 덜 풀렸지만 바람에 다리가 시릴 정도는 아니었다. 차라리 긴 바지 입을 때에 바람이 직접 들어와 다리가 좀 더 시렸던 것 같다. 아직 다리털 제모가 좀 덜 되어 속이 덜 비치라고 150데니어 검은 스타킹을 신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조만간에는 팬티스타킹이 아닌 무릎 위 정도로만 올라오는 오버니삭스에도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이다. 내 패션에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스타킹 신고 핫팬츠까지 입기 시작했으니 곧 다시 치마 입을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 산 청치마를 애써 청바지에 레이어드해서 입었는데, 곧 그냥 청치마만 입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다리가 좀 더 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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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학생회에 있었다. 일을 잘하지는 못해서 그때 학우들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여하튼 학생회를 겪은 덕에 학생회에 관심이 많다. 특히 학생회의 자치와 자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학생회를 보면 항상 안타깝다. 대부분 교칙에 어긋나는 것 따위나 단속하는 선도부 역할밖에 못 하는 모습 때문이다. 어른들이 못 하게 막는 탓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래도 매해 공약으로 어떻게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까 기대하며 11월에 하는 학생회 선거를 유심히 살펴본다.

2016년에 겪은 학생회 선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약은 살색[각주:1](살구색, 베이지색) 스타킹 허용이다. 그 중 '허용'이라는 단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치마 교복을 입는 학생들이 보온을 위해 신는 스타킹인데, 그게 검은색이 아닌 살색이라는 이유로 '불허'하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맨다리나 검은색 스타킹은 되는데!

그 공약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살색 스타킹을 신는 곳이 많았다. 내가 순회 가는 학교는 살색 스타킹을 신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그 공약을 보고 다른 학교에서는 신는데 왜 못 신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말이 오갔다. 한 선생님이 너무 궁금해서 학생들 복장 규정과 가장 밀접한 학생부에 물어보았다.

"살색 스타킹을 왜 못 신게 하는 거? 이해를 못 하겠는데? 추우면 신을 수 있는 거 아니? 검은색만 신어야 돼?"

학생부의 계원인 선생님이 답했다.

"중부지역 학생부 협의회(대충 이렇게 기억한다.)에서 살색 스타킹을 신고 다리 벌려서 앉는 여학생들 때문에 남선생님들이 곤란해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속바지도 안 입어버려서 난감해서 살색 스타킹을 허용하지 않기로 그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난 여기까지 듣고 교무실 밖으로 나와버렸다. 수업 준비하러 가야 할 시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짜증이 났다. 권리에 앞서는 통제 중심주의, 그것도 성폭력 예방은 가해자가 해야 하는 것인데 그 예방을 피해자인 여성이 해야 한다는 투라 짜증이 났다. 이미 여성인 선생님께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서 내가 끼어들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른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복 입을 때 맨다리에 속바지 안 입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다리 벌리는 경우가 많다. 속옷이 보일 것 같으면 안 보면 되는 일 아닌가? 아니면 책상 앞을 가리면 되는 것이다. 별로 어려운 일 아니다. 아니면 치마 교복을 없애고 바지 교복만 입게 하면 된다. 그건 그저 교사 중심으로 학생을 통제하는 것일 따름이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다리 벌렸을 때 검은 스타킹을 신은 상태거나 속바지를 입은 경우에는 치마 속 보는 것이 안 민망하다는 이야기이다. 치마 속이 보이면 그 속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에 관한 반성은 애초에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네가 왜 안 가렸느냐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성폭력이 발생하면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1. 살구색이 인권적인 관점에서 맞는 표현이지만, 공약에서 표현이나 실제 겪었던 표현 떄문에 살색으로 썼다. [본문으로]

봄이 왔다. 꽃눈이 생겨나고, 피어나는 것이 보이니 마음은 벌써 따뜻하다. 그런데 아직 꽃샘추위가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추운 날도 있다. 그럴 때 치마 입기 좋은 계절이라고 살랑살랑 얇은 스타킹(그래 봐야 80데니어짜리)을 신고 나갔더니 다리가 좀 시렸다. 150데니어짜리 신었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그런데, 문득 다리털 걱정이 생겼다. 안 그래도 겨울에 털이 스타킹이나 레깅스 밖으로 삐죽삐죽 나올까 싶어 다리털을 제모했었다. 다리털을 제모할 때 제모 크림, 왁싱 테이프, 족집게, 면도기를 이용했다. 제모 크림은 편했다. 그런데, 피부에 안 좋대서, 왁싱 테이프와 족집게, 면도기를 조금씩 썼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피부에 좋을 리가 없었다.

여하튼… 이제 따뜻해지면 그에 맞춰서 점점 스타킹이 얇아지거나 없어야 한다. 내가 더운 걸 견디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면 잘 비쳐서 다리가 더 잘 보이거나, 맨다리로 다니게 될 것이다. 그러면 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짧으면 삐쭉삐쭉해서 별로 보기 안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잘 뽑고 다녀야 할까?

요즘 수염을 깎는 경우보다 뽑는 경우가 더 많다. 집에서야 일회용 면도기 대신 날 교체형 면도기 쓰니 상처 날 일이 거의 없지만, 상처라도 나면 꼭 염증이 생긴다. 그리고, 면도하고 나면 좀 따가운 것도 싫다. 그래서 요즘에는 수염을 깎기보다 뽑는 경우가 많다. 잘 안 깎이는 부분이나 면도하다 상처 나기 쉬운 부분 위주로 뽑다가 이제는 매일 면도하는 것이 귀찮아서 며칠에 한 번씩 눈에 띄는 것만 뽑고 있다.

점점 따뜻해지니 여러 가지 다 걱정이다. 털이 있으면 보기 안 좋을 것 같은 부분 때문에 걱정이다. 수염이야 항상 관리하는 부분이고 좁은 부분이니 덜 힘들 것이다. 그러면 다리는? 나 다리털을 잘 제모해야 하는 걸까? 가만, 다리털이 있으면 안 되는 걸까?

아아… 다리털 안 보이는 짧은 치마 입은 모습이 더 익숙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리털과 안 어울리는 것일까? 어렵다. 고민거리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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