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이즈 더 뉴 블랙 2강 - <퀴어의 다양한 형태 - 성적 지향과 로맨틱 지향>

2018.8.7.(화) 19:00


1. Sexuality와 Queer

  - Sexuality: 신체적 성(Sex),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연애 지향(Romantic Orientation)뿐만 아니라 성에 관한 사고, 감정, 가치관, 관계, 행동 등을 포괄하는 개념


  - Queer: “괴상한”이라는 형용사에서 유래한, 남성 동성애자를 일컫던 말. 현재는 성소수자 전체를 포괄하는 단어


  - 성소수자: 사회적 다수로 알려진(사회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성애자, 시스젠더와 비교되는 성적 지향, 성정체성, 신체 등을 지닌 이들로 크게 신체,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연애, 관계 지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성소수자라는 단어의 경우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이라기보다 사회 기준에 비추어 타자화된 이름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은 (아직 우리말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어 외래어로 볼 수 있는) 퀴어가 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인의 이해를 위해 스스로를 성소수자라고 부를 때도 있다.



2. 성적 지향

  - 성적 지향

      + 지향(指向): 가리킬 지(指), 향할 향(向)


      + 성적 지향은 Sexual Orientation의 번역어로 한국의 법률용어


      + 성적 끌림이 일어나는 방향


  - 성적 지향의 종류

      + 유성애(Allosexuality)

         1) 단성애(Monosexuality): 성적 끌림이 하나의 성에만 나타남

         2) 비단성애(Nonmonosexuality / Bi+ Umbrella): 성적 끌림이 둘 이상의 성에 나타남


      +  무성애(Asexuality): 성적 끌림이 나타나지 않거나 극히 적은 성적 지향


      + 이성애(Heterosexuality)와 비이성애(Non-Heterosexuality)로도 구분하는 경우 있음



3. 단성애

  - 이분법적(Gender binary): 이성애(Heterosexuality)와 동성애(Homosexuality)

     + 확장한다면 비이분법적으로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논바이너리 입장에서 동성은 드물고, 이성은 너무 다양하다.


  - 비이분법적: 여성애(Gynephilia)와 남성애 (Androphilia)

     + 논바이너리를 향한 성적 끌림을 가리키는 용어도 있지만, 논바이너리라는 범주는 하나의 성별 정체성이 아니다.


  - 이성애(Heterosexuality) - 성별 이분법 아래 여성과 남성 사이의 성적 끌림

      + Hetero

        1) 동일하지 않음, 그 밖의, 다른, 비정상의

        2) 생물학: 상동염색체의 대립 유전자가 다른 형태 - 예) 혈액형의 AO, BO, AB 등


  - 동성애(Homosexuality) - 성별 이분법 아래 여성 끼리 혹은 남성 끼리의 끌림

      + Homo

        1) 그리스어에서는 “같다”, 라틴어에서는 “인간”

        2) 생물학: 상동염색체의 대립 유전자가 같은 형태 - 예) 혈액형의 AA, BB, OO 등


  - 여성애와 남성애: 성별 이분법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나온 단어

     + Gynephilia - Gyne(여성) + philia(사랑). 여성을 향한 정서적, 성적 끌림


     + Androphilia - Andro(남성) + philia(사랑). 남성을 향한 정서적, 성적 끌림


  - 이성애주의(Heterosexism) - 비이성애(주로 동성애)에 대한 성차별(sexism)

     + Heterosexism: 이성애를 규범으로 하는 광범위한 이데올로기


     + Homophobia: 동성애에 대한 비합리적 공포나 반감과 그걸 바탕으로 한 행동




4. 비단성애(Nonmonosexuality) / Bi+ 범주(Umbrella term)

  - 양성애(Bisexuality)


     + Pride Flag

       1) 상단의 핑크는 동성애를 상징

       2) 하단의 파랑은 이성애를 상징

       3) 중간의 보라색은 핑크와 파랑을 섞어 양성애를 상징


     + Bisexual

       1) Bi- : 둘의

       2) 두 성(Sex/Gender)을 향한 성적 끌림(많은 경우 여성과 남성)


     + Homoflexible: 대체로 동성에게 성적 끌림을 경험. Bisexual Spectrum으로 보기도 함.


     + Heteroflexible: 대체로 이성에게 성적 끌림을 경험. Bisexual Spectrum으로 보기도 함.


     + Bi-curious: 레즈비언, 게이, 이성애자 등 단성애자로 정체화하고 있으나 또 다른 성과 성적 경험을 하려는 호기심을 갖고 끌리는 형태. Bisexual Spectrum으로 보기도 함.




  - 범성애(Pansexuality/Omnisexuality)


     + Pride Flag

       1) 핑크와 파랑은 특정 성이 아니라 범주를 나타냄.

       2) 핑크는 여성 범주의 사람을 향한 성적 끌림.

       3) 파랑은 남성 범주의 사람을 향한 성적 끌림.

       4) 가운데 노랑은 논바이너리를 향한 끌림. 


     + Pansexuality

       1) Pan- 모든 것, 종합적

       2) 성적 끌림에 있어 성을 따지지 않음(Genderblind)

         * Genderblind의 경우 blind가 비장애인주의(장애인차별 ableism)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단어. 젠더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썼으나, 대체 단어가 필요함.




  - 다성애(Polysexuality)


     + Pride Flag

       1) 최상단 핑크는 여성 정체성을 향한 성적 끌림.

       2) 최하단 파랑은 남성 정체성을 향한 성적 끌림.

       3) 가운데 초록은 여성과 남성 외 정체성을 향한 성적 끌림.


     + Polysexuality

       1) Poly- 복수의

       2) 둘 이상의 성(Gender)을 향한 성적 끌림


  - 단성애적 성차별(Monosexism)

     + Monosexism: 단성애를 규범으로 하는 광범위한 이데올로기라고 정의하고 싶으나, Heterosexism과 성별 이분법, Monogamy, Monoamory 등의 규범이 전반적으로 결합한 형태. 보통 바이포비아와 양성애 지우기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남.


     + Biphobia: Homophobia와 같이 양성애에 대한 비합리적 공포나 반감과 그걸 바탕으로 한 행동


     + 양성애 지우기(Bisexual erasure / Bisexual invisibility)


  - Bi + Umbrella에 범성애와 다성애를 포함하려는 것 때문에 Bi+ 범주를 부정적으로 보며 Nonmonosexualiy Umbrella로 묶으려는 입장도 있음.



5. 무성애 범주(Asexual Spectrum, Asexual Umbrella term)

  - 무성애 범주

     + 타인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거나, 굉장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끌림을 느끼는 사람들을 묶는 범주

       * GrayAsexual을 Allosexual의 일종으로 보는 입장도 있어 이 경우는 Asexual에서 GrayAsexual까지를 연속된 스펙트럼으로 보지 않아 Asexual Umbrella term으로 부르길 원함.

       * Asexual, GrayAsexual, Allosexual을  연속된 정체성으로 보는 경우 Asexual Spectrum으로 부름.


     + 성적 끌림과 성욕은 관계 없다.



     + Pride Flag: 최상단 검정은 무성애(Asexuality),  중상단 회색은 회색 무성애(Gray-Asexuality),  중하단 하양은 유성애(Allosexuality),  최하단 보라는 커뮤니티(Community)


     + Asexuality

       1) A- 존재하지 않는

       2) 성적 끌림이 존재하지 않는 성적 지향


  - 무성애의 끌림(attraction) 범주

     + 성적 끌림(Sexual attraction): 성적 신체접촉 끌림


     + 감각적 끌림(Sensual attraction): 비성적 신체접촉


     + 로맨틱 끌림(Romantic attraction): 연애 감정


     + 미적 끌림(Aesthetic attraction): 외모에 끌림


     + 정서적 끌림(Emotional attraction): 정서적 유대감에 끌림


     + AVEN(the Asexual Visibility & Education Network)에서는 끌림(Attraction) 자체를 “사람 간에 서로 끌리는 심적, 정서적 기운(A mental or emotional force that draws people together)”이라 정의하며, 앞의 네 가지만 언급하여 정서적 끌림을 따로 두지 않음.


  - 성적 끌림 정도에 따른 무성애 범주

     + Asexuality: 성적 끌림을 경험하지 않음


     + Gray(Grey)Asexuality/Graysexuality): 무성애와 유성애 사이


  - 로맨틱 끌림에 따른 무성애 범주

     + Aromantic Asexual


     + Grayromantic Asexual


     + Romantic Asexual

       1) Heteroromantic Asexual

       2) Homoromantic Asexual

       3) Biromantic Asexual

       4) Panromantic Asexual

       5) Polyromantic Asexual


  - 성적 끌림의 양상애 따른 무성애 범주

     + Demisexual(반성애자/반무성애자): 감정적 유대 후에야 성적 끌림 경험


     + Quoisexual/WTFsexual(뭐?성애자): 다양한 형태의 끌림을 구분 못함


     + Fraysexual(자유성애자): 잘 모르는 사람에게 끌리며 알면 안 끌림


     + Reciprosexual(화답성애자): 상대의 성적 끌림 이후에 본인이 끌림


     + Lithsexual(돌성애자): 성적 끌림을 경험하나 감정 교류 안 원함


     + Cupiosexual(성애희망자): 성적 끌림 경험 안 하나 성적 교감 원함


     + Nebulasexual(성애혼미자): 성적 끌림의 구별에 어려움


     * 제주말로 내불라(놔둬라)! 구별 못하난 내불라!로 기억해도 되겠네요.

        → (웃음)


     + Automonosexual(자기성애자): 자기 자신에게 성적 끌림


     + Autochorisexual(무주체성애자): 성적 욕구나 판타지가 있지만, 성적행위로 이어지지 않음


     * 이런 말 모두 필요 없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토코리섹슈얼로 정체화하는 에이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리쓰의 경우 리쓰부치에서 왔다며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도 문제가 있어 쓰지 말자고 하니 이 말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6. 로맨틱 지향(Romantic Orientation)

  - 로맨틱 지향: 로맨틱 끌림이 일어나는 방향을 뜻함
 성적 지향과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음


  - 로맨틱 지향의 범주

     + Aromantic


     + Grayromantic / Demiromantic


     + Romantic

        1) Heteroromantic

        2) Homoromantic

        3) Biromantic

        4) Panromantic

        5) Polyromantic


  - 무로맨틱 지향의 범주

     + Aromantic: 로맨틱 끌림을 느끼지 않음


     + Grayromantic: 무로맨틱과 로맨틱 중간


     + Demiromantic: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 후에 로맨틱 끌림


     + Lithromantic: 로맨틱 끌림을 경험하나 교류 안 원함


     + Reciproromantic: 상대의 로맨틱 끌림 이후에 본인이 끌림


     + Apothiromantic: 로맨틱 끌림을 못 느끼며, 의식적으로 거부


     + Requies(휴식)romantic: 나쁜 경험, 감정 소모로 거의 로맨스를 느끼지 않음


     + Quoiromantic / WTFromantic: ? 기존 끌림 개념이 유용하지 못함


     + Squish: 로맨틱의 Crush에 대응하는 무로맨틱의 감정



7. 서로 말 나누기(질문/설명/그외)

  - 질문있어요.

     * 바이 스펙트럼도 젠더 정체성을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요?

        → 네, 바이섹슈얼의 두 성에서 성은 Sex와 Gender를 가리지 않습니다. 실은 제가 바이섹슈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몰랐을 때는 성별 이분법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그래서 아직도 스스로를 바이섹슈얼이라고 하는 것에 관하여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도 크게 젠더 정체성을 상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팬(섹슈얼)이라고 하기에는 저는 모든 젠더를 안 가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쌓여온 말, 텍스트의 분량이 성별 이분법과 가부장제 중심이기 때문에 이런 언어를 정의하는 데 논쟁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학계가 있다 해도 학계에서도 합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것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학계에서 합의된다고 해도 일상에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 조금 위험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는 동성애자인데, 이성애 성향도 갖고 있어, 나는 80%는 동성애자이고, 20%는 이성애자야 같은 양성애 혐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걱정입니다. 그런경우는 플렉시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적절한데,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양성애를 부정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경우가 있어 걱정입니다.

        → 물론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본인이 끌림이 나타나는 빈도가 성에 따라 몇 %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성격(성향)과 성별정체성, 지향과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 그러게요?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걸 고정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스테레오 타입)이 나타날 수도 있어 뭐는 뭐라고 확정해서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 (무성애)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 무성애 깃발에서 회색무성애와 유성애를 넣고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내용까지 묶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확하게는 회색무성애 내지 회색성애가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회색성애를 무성애 커뮤니티에 포함시켰다는 것 때문에 연속성을 가진 스펙트럼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무성애 커뮤니티 내부의 치열한 논쟁에서 회색성애를 유성애로 분리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알고 있지만, 저로서는 제가 내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무:대(Acetage)나 AVEN(the Asexual Visibility & Education Network)의 공개된 자료를 중심으로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공공장소  or 사람이 많은 곳에서 성적 욕구를 느끼는 사람도 구분이 있나요?

        → 그쪽은 BDSM이나 페티시 쪽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치플레이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요. 돔, 섭, 사디스트, 마조히스트 등 역할에 관한 다양한 말이 있고, 아직 잘 모르는 바닐라나 위치가 바뀌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별개로 저는 취향도 퀴어에 들어가지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섹슈얼리티에서 비규범적, 소수자 위치라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니까요. 함께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아포시 로맨틱/섹슈얼에 대해 궁금합니다.

        → 성적 끌림이나 로맨틱 끌림을 못 느끼며 의식적으로 그 끌림을 거부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 그러면 안티섹슈얼과 차이가 없는 것 아닐까요?

        → 설명 부탁드립니다.

        → 만나보면 분명하게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티의 경우는 성적 끌림 자체에 대한 반감과 문제 제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포시는 개인적인 끌림에 관한 것입니다.



  - 설명할게요.

     * 트랜스OOO(네이밍)은 무조건 혐오적이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 나중에 이야기하려 하지만, 트랜스와 젠더의 정의에 관하여 이야기 나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젠더는 각 단어별 성별이 있는 언어에서 단어의 성별을 설명하기 위한 단어였고, 이후 사회 규범이자 이데올로기로서 젠더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이후 트랜스젠더의 등장으로 성별 정체성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트랜스젠더에서 트랜스는 젠더를 바꿨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원하는 규격이 아닌 비규격의 젠더, 사회의 젠더 규범과 다른 형태라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모두를 대변할 수 없지만) 트랜스젠더 당사자 입장에서 트랜스젠더는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젠더 규범에 맞지 않거나 맞추지 않는 성별로 정체화하고 있고, 그 성별이 사회의 입장에서 비틀렸기 때문에 트랜스가 붙은 겁니다. 그런 입장과 맥락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 트랜스OOO는 혐오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 다른 형태의 몸을 갖고 싶다거나 바뀌고 싶다는 욕망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비아냥대거나 혐오의 맥락으로 트랜스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 물론 그런 형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섹슈얼리티가 항상 고정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체화는 된다의 개념이 아니라 본인의 이름을 찾는다는 개념입니다. 트랜스라는 개념도 아까 설명한 것처럼 사회의 규범과 다르다는 쪽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랜스젠더퀴어들이 트랜스OOO라는 데 분노를 느끼는 것입니다. 본인들은 젠더가 사회 규범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지, 본인이 변하겠다는 의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용하는 맥락이 혐오적인 데 분노하는 게 가장 크지만, 트랜스와 젠더가 합쳐진 맥락부터 명확하게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외

     * 모르는 단어나 내용이 너무 많다. 공부할게요.

        → 함께 공부해요.


     * 정체성을 구구절절 읊는 게 지친다

        → 가시화를 목적으로 두다보니 최대한 많은 것을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지쳐요 ㅠ

안드로진 이야기를 했을 때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면 내 성적 지향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을까? 성적 지향에 관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젠더 퀴어로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깨달은 것은 바이섹슈얼이고, 이 성적 지향은 젠더와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1. 성적 지향의 개념과 종류

성적 지향은 성적 감정이 향하는 방향이다. 한문으로는 性的指向, 영어로는 Sexual orientation 이렇게 쓴다. 모두 성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지 말한다. 이런 성적 지향이 동성을 향할 때는 같다(Homo-)에 성애(-sexual)를 붙여서 동성애(Homosexual)라고 부른다. 성적 지향이 이성을 향할 때 다르다(Hetero-)에 성애를 붙여서 이성애(Heterosexual)라고 한다. 이런 말은 성별 이분법적(Gender binary)인 구분으로 두 개의 성(Sex 혹은 Gender)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나 그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 방식의 구분이다.

두 개의 성, 즉 여성과 남성 외에도 다른 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좀 더 젠더 중립적인 말을 사용한다. 남성애(Androphilia)라는 말이나 여성애(Gynephilia)라는 말이 그것이다. 본인의 젠더를 드러내지 않고 어떤 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지 쓸 때 사용한다.

두 가지 성에게 성적 감정이 향할 때는 양성애(Bisexual)라고 한다. 보통 성별 이분법적 구분에 따라 여성과 남성 두 성 모두에게 성적 감정이 향하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나는 젠더 퀴어이지만, 아직은 직접 만난 사람이 남성과 여성 외에는 없어서 아직 성적으로 끌리는 경우가 여성과 남성뿐이라 양성애자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성적 감정이 누구도 향하지 않을 때 무성애(Asexual)라고 부른다. 젠더적인 구분 없이 사람 그 자체만을 향할 때는 범성애(Pansexual), 성적 감정이 특정 젠더를 구별하면서 셋 이상의 여러 젠더에 끌릴 때는 다성애(polysexuality)라고 한다. 이런 것들을 고민할 때 고민하는 그 상태를 퀘스쳐너리(Questionary)라고 쓴다. 퀘스쳐너리는 젠더에도 쓰인다.


2. 단성애자들 -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한 성에게만 성적 감정이 향한다. 이렇게 하나의 성만을 향한 성적 감정이 향하는 것을 단성애(Monosexuality)라고 한다. 단성애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성애자, 성소수자 중 하나인 동성애자를 포함한다.

동성애는 단성애 중 하나이므로 한 성에게만 성적 감정이 향한다. 게이(Gay)는 보통 남성 동성애자를 이야기한다. 남성인 남성애자라고 생각해도 좋다. 레즈비언(Lesbian)은 여성 동성애자를 이야기한다. 여성인 여성애자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성애자도 마찬가지로 단성애중 하나이므로 한 성에게만 성적 감정이 향한다. 남성인 여성애자, 여성인 남성애자를 이성애자라고 한다. 


3. 무성애자들 - 무낭만과 낭만

무성애자는 성적 감정이 어디로 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연애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이들에게는 연애 지향(Romantic orientaion)이라는 말을 따로 사용한다. 크게 무낭만(Aromantic)과 낭만(Romantic)으로 나눈다. 낭만적 감정이 생기지 않거나 연애에 관심이 없는 무낭만적 무성애(Aromantic Asexual)가 있고, 낭만적 감정이 생기며 순수하게 연애 감정만 있고 성적 끌림이 없는 낭만적 무성애(Romantic Asexual)이 있다. 낭만적 무성애는 연애 감정이 향하는 방향에 따라 로맨틱 앞에 동성, 이성, 양성, 범성 등을 붙이기도 한다.

유성애와 무성애 사이에 정체성이 있는 회색인 사람들도 존재한다.


4. 양성애자

양성애는 보통 남성과 여성 두 성에게 성적 감정이 향한다. 어떤 이는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에 있는 스펙트럼 전체를 양성애자로 보기도 한다. 거의 한 성에게만 끌리고 다른 성에게는 가끔 끌리는 경우도 양성애자라고 하는데, 이를 두 성애 사이에 있는 긴 스펙트럼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성애자나 동성애자와는 다른 별개의 정체성으로 생각한다. 범성애자나 무성애자, 다성애자들을 생각할 때 이들을 동성애와 이성애 사이의 스펙트럼에 넣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성애자만 보면 그 안에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한다.


5. 성적 지향 고민과 두려움

나는 성적 지향 때문에 두려웠다. 고민을 한 시기도 있었지만, 고민 자체를 할 시간은 별로 없이 두려움이 훨씬 더 컸다. 내 성적 지향은 어떤 이들에게는 놀림거리이거나 혐오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특히나 역겨웠고 무서웠던 놀림은 군대 가면 비누 줍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군대 가면 비누 줍지 말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강간인 혐오적 농담이기도 했지만 성소수자, 특히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에 대한 혐오가 가득한 농담이었다. 이 상황에서 내 성적 지향이 알려지면 어떤 취급을 받을지 두려웠다. 실제 군대 내 성추행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동성애자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컸는데, 실제로 그중 동성애자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군형법 92조 6항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색출 당해 성추행이나 다른 피해를 볼까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여하튼 남의 피해를 비난하거나 어떻게 이야기할 수도 없어 난 침묵해야 했다.

또 하나, 트랜스젠더, 크로스드레서[각주:1], 드랙퀸[각주:2], 게이를 구분 못 하는 선배들이 연락 안 되는 과거 (그들 기준으로) 여성스러웠던 한 선배와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꾸 꺼냈었다. 그러면서 사람을 살살 게이라는 식으로 놀리거나 여장 관련 농담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고민할 틈도 없이 두렵기만 했다.

고민이 끝난 건 우연히 본 한 남성에게 끌림을 느꼈고, 거기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을 때였다. 그전까지 여성 외에 한눈에 반해본 적 없었는데, 그게 처음이었다. 그때 내 성적 지향에 관한 고민을 완전히 끝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도 두려웠다. 내 마음을 들킬까, 들키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두려웠다. 지향에 관한 고민은 결국 두려움만 남기고 끝났다.


6. 나는 바이섹슈얼이다.

나는 바이섹슈얼이다. 양성애자다. 나는 양성애자라는 말을 잘 안 쓴다. 솔직히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양성애자라는 말이 어색하기도 하다. 그냥 두 자로 줄여서 '바이'라고만 이야기 하고 싶다. 왜 그런지 몰라도 그러면 정말 편하다.

여성과 남성을 둘 다 좋아하지만, 나는 얼빠다. 예쁜 여자는 흔한데, 잘생기거나 예쁜 남자는 드물다. 그래서 그런가? 낭만적 감정이 생기는 비율이 여성99 대 남성 1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래서 솔직히 양성애자라고 말하면서도 부끄러울 때가 많다. 마음을 먼저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먼저 다가오지 않으면 마음을 먼저 보기도 힘든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요즘은 동성애자의 인권 이야기를 먼저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나마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시화되고 그들의 인권이 먼저 챙겨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시화될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내 젠더 정체성인 안드로진은 말만 들어도 생소할 정도이다. 하지만, 바이섹슈얼, 양성애자라고 하면 그나마 알아듣기는 한다. 덜 알려져서 애초에 탄압될 일도 없긴 하지만, 얼른 가시화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다를 거 없다고. 모든 사람에게 연애 감정 갖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것도 아니라고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렇게 열어둔 건, 내 과거의 학생, 내 미래의 학생들을 생각해서 그렇다. 난 교사로서 정체성도 갖고 있다. 내가 가시화되고, 내가 열어두고 있으면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희망 내지, 의지할 곳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양성애자다. 바이섹슈얼이다.

  1. Cross dresser, 반대 성별의 옷을 입는 사람들을 뜻한다. 남성의 경우 여성복을, 여성의 경우 남성복을 그 성의 방식 그대로 입고 꾸미는 사람들이다. [본문으로]
  2. Drag Queen 크로스드레서와 비슷하지만, 과장되게 꾸미고 쇼를 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여성이 남성처럼 꾸미고 쇼를 하는 경우 드랙킹. [본문으로]

학교에서 근무하던 기간에도 성차별이 존재했다. 그냥 차별 정도가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큼의 성희롱이었다. 교사에게 당한 것도 있고, 학생에게 당한 것도 있다. 둘 다 그냥 넘어가기 힘들어서 정색하며 대처했다. 사과를 받아내긴 했지만, 그 스트레스에 몸이 아팠다. 이건 애초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일이지 사과를 받고 끝내봐야 별 소용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중할 필요도 있지만, 사람들이 가진 성편견을 없애야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두 가지 성희롱은 모두 학교에서 일어난 일로 나의 성적 지향, 혹은 성별 정체성을 두고 건든 일이다. 차이점으로 하나는 다른 학교에 출장 갔다가 겪은 일, 하나는 학교에서 수업 중에 겪은 일이다. 또 다른 점은 가해자의 직업이 하나는 교사, 하나는 학생이었다. 또 다른 점으로 가해자의 성이 하나는 여성, 하나는 남성이었다. 이 일들을 겪으며 가해자의 직업, 나이, 성별, 피해자의 직업, 나이, 성별은 애초에 특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16년 12월 19일 출장

교과연구회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음악 교사 록밴드 보컬이라 출장을 내서 음악회를 하는 학교에 찾아갔다. 밴드 멤버 중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컬이 악기 배치를 건들 것도 아니라 쉬기 위해 대기실을 찾았다. 남자 대기실에서 뭘 하고 있다며 나 보고 여자 대기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들어갔더니 고등학교 선배이자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 중 한 분이었던 분이 있었다. 인사를 했더니

"남자가 왜 화장을 하냐?"

내 화장을 지적했다. 난 바로 반발했다.

"그건 성편견이고 성차별적인 이야기예요."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 남교사는 남자답게, 여교사는 여자답게 해야지."

"성폭력 예방 연수에서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는 성평등을 방해하고 성폭력 예방에 좋지 않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학교에서는 애들한테 성역할을 제대로 가르쳐야지."

"그것 자체가 해서는 안 될 거라니까요."

"잘 들어봐."

"에에, 잔소리, 잔소리."

이때까지는 그렇게 기분이 상해있지 않았다. 공연 시작 직전이라 그 긴장감에 기분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잠시 후 같은 밴드 선생님들이 왔고 리허설을 했다. 우리 돈으로 커피를 사 왔고 그걸 마시면서 좀 쉬고 있었다. 잠깐 이야기하던 중 우리 차례가 왔다.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했고, 공연은 즐겁게 끝냈다. 우리 딴에 틀린 것도 거의 없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게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공연 끝나고 내려와 대기실로 갔더니 우리 커피는 다른 사람 입에 있거나 사라졌다. 우리보다 평균 연령이 15세 이상 높은 다른 팀이 자기네 주려고 사온 줄 알고 먹었다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그 황당한 중에 누가 나 보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예뻐서 여자인 줄 알았네. 장가는 갈 거라?"

난 화가 나서 바로 받아쳤다.

"장가는 가서 뭐할 겁니까?"

거기에 구시렁대는 소리인지 건방지다는 소리인지 무슨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우리를 일렬로 세우더니 자기소개를 하라는 것이었다. 자기네가 선배라고 우리를 집합시켜서 소개하라는 소리였다. 이후에 그 '선배님'들도 자기소개를 했지만,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우리를 내려다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난 서서히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예뻐서 여자인 줄 알았네. 장가는 갈 거?'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역겨웠다. 역겹고 수치심이 들었다. 모멸감도 들었다. 대체 왜 그따위 소리를 한 거야? 그날은 완전히 기분을 망쳤다. 쉬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도 수치심과 모멸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행사 주최 측 총무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성희롱으로 신고하면 일이 커지고 더 스트레스가 심해질 것 같아서 직접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 총무 선생님은 당황스러워했고 조심스레 의논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수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모멸감으로 심장이 아렸고 머리도 아팠다. 몸도 계속 떨렸다. 덕분에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최대한 내 마음을 다독이며 쉬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ㅇㅇㅇ 선생님? 나 ㅇㅇ."

"네 선생님."

"기분 나빴다면 미안. 기분 나쁠 거라고 생각 못 했어. 자연스럽게 받아치기에 괜찮은 줄 알았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생각해보니 잘못한 것 같아서 전화했어. 미안. 그런데 그건 성희롱까지는 아닌 것 같아.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런 뉘앙스는 아니었어."

화가 났다.

"전해 들었으면 분명히 어떻게 메시지를 보냈는지 알 거 아닙니까? 정황설명을 다 했고 사과와 재발 방지만 요청했는데 내가 왜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겁니까? '예뻐서 여자인 줄 알았다'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이후에 '장가는 갈 거?'라는 부분이 바로 들어가면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낀 건데 어떤 뉘앙스를 이야기하시는 겁니까?"

"내가 그 자리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한테 자세히 이야기하려고 전화한 거.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미안해. 나 때문에 시작한 것 같아서 자세히 듣고 사과도 하려고 했는데. 미안."

"지금 이러는 거 2차 가해예요. 내가 왜 추궁받아야 하는 거죠? 내가 모멸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꼈는데, 왜 내가 해명해야 하는 거죠?"

"미안해. 내가 전화해서 사과하게 하고 다시 전화할게."

이렇게 통화가 끝났다. 또 심장이 아렸다. 수치심도 더 올라오고 머리는 더 아팠다. 모멸감이 몸이 더 떨려왔다. 다들 성희롱당하고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이런 건가? 따지고 났더니 이런 사람들 때문에 더 힘들고 그런 것인가? 뭐 이따위인 거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더니 너무 지쳐서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는 지쳐 잠들었다. 어느 순간 전화가 왔고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

"여보세요."

"ㅇㅇㅇ 선생님 전화입니까?"

"네 맞습니다."

"나 ㅇㅇㅇ인데, 미안해요.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

어떻게 어떻게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썩 기분 좋은 사과는 아니었다. 모르면 언제든 배워야지 하면서 능구렁이처럼 넘어갔다. 난 나름 이성적으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고 그게 충족된 것 같아 끊었다. 전화를 끊은 후 난 피곤해서 다시 잠들었다.

다음 날도 별 차이 없었다. 사과를 받았는데 모멸감과 수치심에 온종일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결국, 지난번에 왔던 성폭력 상담센터 전화번호를 얻어서 전화를 걸어 상담을 예약하고 나를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 2016년 9월 초 수업 시간

표현영역 수행평가를 준비하면서 신체표현을 평가하고 싶었다. 뮤지컬의 한 장면을 체험할 겸 춤추는 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간단한 율동을 신체표현 수행평가로 준비했다. 한두 번의 수업시간 중 연습만으로는 불충분할 것 같아 학생들이 영상을 찾아볼 수 있도록 따로 영상을 만들었다.

음악실에 큰 거울이 없어 프로젝터에 노트북을 연결해서 거울 모드로 영상을 촬영하며 내가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내가 앞에서 함께 율동을 했다. 그 주는 2학년 수업에서 그렇게 열심히 춤을 추면서 수업하고 있었다. 어느 날 어떤 남학생반에서 한 학생이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남자친구 있어요?"

"뭐?"

"남자친구 있냐고요?"

"그거 성희롱이다."

"그게 왜 성희롱인데요? 누구나 저 영상 보면 그렇게 생각할 텐데요?"

"내 성적 지향을 네가 뭔데 마음대로 판단해서 그런 소리를 하냐? 그런 생각이 들든 안 들든 그걸 입 밖으로 꺼내서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게 성희롱이다."

"왜요? 나 말고도 그렇게 생각할 텐데요."

난 황당해서 벌점을 주고 끝나고 교무실로 불러 담임선생님께 벌점 사유를 말씀드리고 지도를 부탁드렸다. 그 학생은 거기서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텐데 뭐가 문제예요?'라고. 결국, 지도로 사과를 받긴 했지만, 썩 좋은 마무리는 아니었다.


내가 머리를 기르고 화장을 해서 외모를 꾸미는데 그것을 핑계로 아무렇게나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가 폭력이다. 그걸 성적 비하가 담긴 내용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성희롱이다. 이런 일이 특별한 것 같지만, 별로 특별하지도 않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학교는 그만큼 폐쇄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이런 것과 관련해서 다른 폭언을 들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