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이즈 더 뉴 블랙 3강 - <퀴어의 다양한 형태 2 – 성별 정체성>

2018.8.14.(화) 19:00


1. Sexuality와 Queer

  - Sexuality: 신체적 성(Sex),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연애 지향(Romantic Orientation)뿐만 아니라 성에 관한 사고, 감정, 가치관, 관계, 행동 등을 포괄하는 개념


  - Queer: “괴상한”이라는 형용사에서 유래한, 남성 동성애자를 일컫던 말. 현재는 성소수자 전체를 포괄하는 단어


  - 성소수자: 사회적 다수로 알려진(사회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성애자, 시스젠더와 비교되는 성적 지향, 성정체성, 신체 등을 지닌 이들로 크게 신체,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연애, 관계 지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2. 성별정체성

  - 젠더(Gender): 신체적 성(Sex)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회적, 문화적으로 인식하는 성 역할 등에 관한 개념으로 사용. 언어학에서 단어의 성별을 설명할 때 쓰던 단어에서 유래.


  - 젠더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성역할로써 젠더

     + 표현으로써 젠더

     + 섹슈얼리티에 관한 사회적 이데올로기


  - 성별 정체성

     + 정체성(正體性): 국어사전에서는 “어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 또는 그 특성을 가진 존재.”라고 정의

     + 성별 정체성: Gender identity의 번역어로 스스로의 성(Gender)의 특성을 일컫는 말


  - 성별 정체성의 종류

     + 트랜스젠더(Transgender): 이분법적(Binary) / 비이분법적(Non-binary)

     + 시스젠더(Cisgender)


3.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

  - 시스젠더

     + Cis-: 라틴어에서 유래한 “같은 쪽의”라는 접두어. 유기화학에서 분자 이중 결합 따위의 구조에서 치환기가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는 부분입체 이성질체에 붙임.

     + 태어났을 때 지정받은 성(Sex Assignment)과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성으로 트랜스젠더에 대응하는 단어로 만들어짐.


  - 트랜스젠더

     + Trans-: 라틴어에서 유래한 “저편”, “건너서” “초월하여”라는 접두어. 유기화학에서 분자 이중 결합 따위의 구조에서 치환기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부분입체 이성질체에 붙임.

     + 태어났을 때 지정받은 성(Sex Assignment)과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을 가리키는 말. 지정받은 성에 정신적, 신체적 불편감(Dysphoria)을 느끼는 사람으로 정의할수도 있음.

     + 사회적으로는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hy)을 하는 중이거나 성전환 수술(SRS: Sex Reassignment Surgery)을 한 사람만을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트랜스젠더가 추구하는 젠더 디스포리아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으로 모든 트랜스젠더가 성전환이라고 하는 의학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 트랜스젠더 깃발

     + 사각형 깃발 제일 위와 제일 아래에 있는 연한 파랑은 전통적인 남아의 색으로 인식하는 색상

     + 위에서 둘째, 아래서 둘째에 있는 색인 연분홍색은 전통적인 여아의 색으로 인식하는 색상

     + 가운데의 하양은 성전환중인 사람, 젠더 이분법에도 속하지 않거나 성이 없다, 간성인을 상징

     + 어떤 모습으로 살던 바른 삶이며, 각자의 자아의 이름을 찾는 것을 상징


  - 성전환자

     + 트랜스젠더의 번역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 성전환 수술이라고 하는 SRS를 마친 트랜스젠더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기도 함

     + 성전환자라는 단어는 트랜스가 갖는 의미를 한정한다.



4. 이분법적(Binary) 성별 정체성

  - 이분법적 범주(Umbrella term)

     + 여성(Female)

     + 남성(Male)


  - 시스젠더

     + 여성(Female)

     + 남성(Male)


  - 트랜스젠더

     + MTF(Male to Female) 혹은 트랜스여성(Transwoman)

     + FTM(Female to Male) 혹은 트랜스남성(Transman)


     + MTF, FTM 이란 말에 대한 비판점

       1) 지정성별 언급

       2) to 때문에 성이 변화한다 내지 어떤 성이 된다는 뉘앙스


     + 트랜스여성, 트랜스남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비판점

       1) 여성으로 변화했다, 남성으로 변화한다는 뉘앙스

       2) 성별 재지정 수술(Sex Reassignment Surgery) 중심으로 사고할 수 있는 가능성


  - 이분법적 사고에 따른 간성 배제를 비판.



5. 비이분법적(Non-binary) 성별 정체성

  - 비이분법적 범주(Umbrella term): 비이분법적 범주로 세부적 정체성의 이름 있음.

     + Non-binary (Transgender) : 이분법적이지 않은 범주의 성을 포괄

     + Genderqueer: 성중립, 이분법 바깥의 성을 모두 호칭하는 범주

     + 두 단어 사이에 큰 차이를 찾기는 어려울 정도.


  - 논바이너리 깃발

     + 노랑은 성별 이분법 바깥쪽 사람들을 상징

     + 하양은 성별을 빛에 빗대어 모든 빛이 합쳐진 색으로 모든 성별을 상징

     + 보라는 여성과 남성을 상징하는 색을 혼합한 것과 논바이너리의 독특함이나 유동성을 상징

     + 검정은 성별을 빛에 빗대 빛이 없는 색으로 성별이 없는 것을 상징


  - 젠더퀴어 깃발

     + 라벤더는 여성과 남성의 사이 혹은 합쳐진 젠더를 상징

     + 하양은 무성 혹은 성 중립성을 상징

     + 밝은 녹색은 라벤더의 반대색상(보색)으로 성별 이분법 바깥의 사람을 상징



  - 멀티젠더, 젠더플루이드(유동적 성:Genderfluid)

     + Multigender: 두 개 이상의 성별 정체성을 갖고 동시에 경험하거나 시간 상황에 따라 성별 정체성의 변화를 경험하는 형태

       1) Bigender: 두 개(Bi)의 성별 정체성을 동시에 갖고 있음.

       2) Trigender: 세 개(Tri)의 성별 정체성을 동시에 갖고 있음.

       3) Quadgender: 네 개(Quad)의 성별 정체성

       4) Quintgender: 다섯 개(Quint)의 성별 정체성

       5) Polygender: 다중(Poly)의 성별 정체성


     + Genderfluid: 두 개 이상의 성별 정체성이 마치 액체처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형태


     + Genderflux: 두 개 이상의 성별 정체성이 있는데, 성별 정체성 감각의 강도가 변화


  - 팬젠더(Pangender): 모든 젠더를 통합적으로 갖고 있다고 정체화


  - 안드로진(Androgyne): 그리스어로 남성을 뜻하는 Andro-와 여성을 뜻하는 Gyne-의 합성어. Androgyny라고도 함. 형용사로 Androgynous 사용. 중성 내지 양성으로 번역함.


  - 무성(Agender): 없다는 것을 뜻하는 접두어 A-를 붙인 성별 정체성. 보통 무성으로 번역


  - Neutrois: 프랑스어로 중립, 중성을 뜻하는 neu와, 3을 뜻하는 trois의 합성어로 뉴트로이스, 뉴트로와 등 다양하게 발음하나, 한국에서는 보통 뉴트로이스로 발음.

     + Agender의 일종으로 보거나, 이하의 뜻으로 정의하는 다양한 논의들이 존재하며, 수술을 원하거는 경우, 수술을 원하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함.

       1) 중성(Neutral-gender): 중립의 성, 중성 정도로 번역 가능.


       2) 특징 없는 성(Null-gender): 어떤 성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 성.


       3) 남성도 여성도 아니다(Neither male nor female): 이분법에 해당하지 않는 성.


       4) 젠더 비존재(Genderless): 굳이 Agender와 비교하자면 젠더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거나 부정함.


       5) 무성(Agender): 굳이 성으로 보자면 성이 없다는 성.


  - 젠더 비존재(Genderless)


6. 정체화

  - 성별 정체성의 정체화의 특징

     + 다른 신조어들처럼 확정된 뜻을 가진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이름은 본인이 재정의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성의 정체화라는 과정은 성 정체성의 이름을 스스로 붙이거나, 이름을 찾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 이름을 붙이는 다른 것과의 차이는 이름을 붙이고 정의하는 주체가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라는 것이다.


  - 정체화 인식하기

     + 정체화는 어떤 성이 되는 것이나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나를 제대로 인식하는 과정이다. 이는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로맨틱 지향, 관계 지향 모두 마찬가지이다.


     + 정체화는 스스로가 갖고 있는 성의 이름을 붙이기 위한 것뿐 아니라 인식을 포함해야 한다. 정체화 이후에 섹슈얼리티에 관한 인식이 달라지며 다시 한 번 재정체화의 과정을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체화 이후 정체화나 정체화한 내용 자체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데, 이는 정체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정체화의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 먼저 젠더 비규범적 행동을 한 이후에 정체화할 수도 있다. 일탈 행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체화의 과정일 수도 있다.


     + 논바이너리, 젠더퀴어 범주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정체화가 늦는 경우가 많다. 성별 이분법이라는 인식을 넘어설 수 있다는 상상 자체를 못 하거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분법적 성으로 정체화한 이후에 비이분법적 성으로 정체화하는 경우도 있다.


     + 자신의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 성별 불쾌감, 성별 위화감) 내지 젠더 불일치(gender incongruence) 등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해결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


학교에서 근무하던 기간에도 성차별이 존재했다. 그냥 차별 정도가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큼의 성희롱이었다. 교사에게 당한 것도 있고, 학생에게 당한 것도 있다. 둘 다 그냥 넘어가기 힘들어서 정색하며 대처했다. 사과를 받아내긴 했지만, 그 스트레스에 몸이 아팠다. 이건 애초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일이지 사과를 받고 끝내봐야 별 소용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중할 필요도 있지만, 사람들이 가진 성편견을 없애야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두 가지 성희롱은 모두 학교에서 일어난 일로 나의 성적 지향, 혹은 성별 정체성을 두고 건든 일이다. 차이점으로 하나는 다른 학교에 출장 갔다가 겪은 일, 하나는 학교에서 수업 중에 겪은 일이다. 또 다른 점은 가해자의 직업이 하나는 교사, 하나는 학생이었다. 또 다른 점으로 가해자의 성이 하나는 여성, 하나는 남성이었다. 이 일들을 겪으며 가해자의 직업, 나이, 성별, 피해자의 직업, 나이, 성별은 애초에 특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16년 12월 19일 출장

교과연구회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음악 교사 록밴드 보컬이라 출장을 내서 음악회를 하는 학교에 찾아갔다. 밴드 멤버 중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컬이 악기 배치를 건들 것도 아니라 쉬기 위해 대기실을 찾았다. 남자 대기실에서 뭘 하고 있다며 나 보고 여자 대기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들어갔더니 고등학교 선배이자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 중 한 분이었던 분이 있었다. 인사를 했더니

"남자가 왜 화장을 하냐?"

내 화장을 지적했다. 난 바로 반발했다.

"그건 성편견이고 성차별적인 이야기예요."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 남교사는 남자답게, 여교사는 여자답게 해야지."

"성폭력 예방 연수에서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는 성평등을 방해하고 성폭력 예방에 좋지 않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학교에서는 애들한테 성역할을 제대로 가르쳐야지."

"그것 자체가 해서는 안 될 거라니까요."

"잘 들어봐."

"에에, 잔소리, 잔소리."

이때까지는 그렇게 기분이 상해있지 않았다. 공연 시작 직전이라 그 긴장감에 기분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잠시 후 같은 밴드 선생님들이 왔고 리허설을 했다. 우리 돈으로 커피를 사 왔고 그걸 마시면서 좀 쉬고 있었다. 잠깐 이야기하던 중 우리 차례가 왔다.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했고, 공연은 즐겁게 끝냈다. 우리 딴에 틀린 것도 거의 없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게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공연 끝나고 내려와 대기실로 갔더니 우리 커피는 다른 사람 입에 있거나 사라졌다. 우리보다 평균 연령이 15세 이상 높은 다른 팀이 자기네 주려고 사온 줄 알고 먹었다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그 황당한 중에 누가 나 보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예뻐서 여자인 줄 알았네. 장가는 갈 거라?"

난 화가 나서 바로 받아쳤다.

"장가는 가서 뭐할 겁니까?"

거기에 구시렁대는 소리인지 건방지다는 소리인지 무슨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우리를 일렬로 세우더니 자기소개를 하라는 것이었다. 자기네가 선배라고 우리를 집합시켜서 소개하라는 소리였다. 이후에 그 '선배님'들도 자기소개를 했지만,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우리를 내려다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난 서서히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예뻐서 여자인 줄 알았네. 장가는 갈 거?'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역겨웠다. 역겹고 수치심이 들었다. 모멸감도 들었다. 대체 왜 그따위 소리를 한 거야? 그날은 완전히 기분을 망쳤다. 쉬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도 수치심과 모멸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행사 주최 측 총무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성희롱으로 신고하면 일이 커지고 더 스트레스가 심해질 것 같아서 직접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 총무 선생님은 당황스러워했고 조심스레 의논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수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모멸감으로 심장이 아렸고 머리도 아팠다. 몸도 계속 떨렸다. 덕분에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최대한 내 마음을 다독이며 쉬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ㅇㅇㅇ 선생님? 나 ㅇㅇ."

"네 선생님."

"기분 나빴다면 미안. 기분 나쁠 거라고 생각 못 했어. 자연스럽게 받아치기에 괜찮은 줄 알았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생각해보니 잘못한 것 같아서 전화했어. 미안. 그런데 그건 성희롱까지는 아닌 것 같아.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런 뉘앙스는 아니었어."

화가 났다.

"전해 들었으면 분명히 어떻게 메시지를 보냈는지 알 거 아닙니까? 정황설명을 다 했고 사과와 재발 방지만 요청했는데 내가 왜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겁니까? '예뻐서 여자인 줄 알았다'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이후에 '장가는 갈 거?'라는 부분이 바로 들어가면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낀 건데 어떤 뉘앙스를 이야기하시는 겁니까?"

"내가 그 자리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한테 자세히 이야기하려고 전화한 거.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미안해. 나 때문에 시작한 것 같아서 자세히 듣고 사과도 하려고 했는데. 미안."

"지금 이러는 거 2차 가해예요. 내가 왜 추궁받아야 하는 거죠? 내가 모멸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꼈는데, 왜 내가 해명해야 하는 거죠?"

"미안해. 내가 전화해서 사과하게 하고 다시 전화할게."

이렇게 통화가 끝났다. 또 심장이 아렸다. 수치심도 더 올라오고 머리는 더 아팠다. 모멸감이 몸이 더 떨려왔다. 다들 성희롱당하고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이런 건가? 따지고 났더니 이런 사람들 때문에 더 힘들고 그런 것인가? 뭐 이따위인 거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더니 너무 지쳐서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는 지쳐 잠들었다. 어느 순간 전화가 왔고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

"여보세요."

"ㅇㅇㅇ 선생님 전화입니까?"

"네 맞습니다."

"나 ㅇㅇㅇ인데, 미안해요.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

어떻게 어떻게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썩 기분 좋은 사과는 아니었다. 모르면 언제든 배워야지 하면서 능구렁이처럼 넘어갔다. 난 나름 이성적으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고 그게 충족된 것 같아 끊었다. 전화를 끊은 후 난 피곤해서 다시 잠들었다.

다음 날도 별 차이 없었다. 사과를 받았는데 모멸감과 수치심에 온종일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결국, 지난번에 왔던 성폭력 상담센터 전화번호를 얻어서 전화를 걸어 상담을 예약하고 나를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 2016년 9월 초 수업 시간

표현영역 수행평가를 준비하면서 신체표현을 평가하고 싶었다. 뮤지컬의 한 장면을 체험할 겸 춤추는 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간단한 율동을 신체표현 수행평가로 준비했다. 한두 번의 수업시간 중 연습만으로는 불충분할 것 같아 학생들이 영상을 찾아볼 수 있도록 따로 영상을 만들었다.

음악실에 큰 거울이 없어 프로젝터에 노트북을 연결해서 거울 모드로 영상을 촬영하며 내가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내가 앞에서 함께 율동을 했다. 그 주는 2학년 수업에서 그렇게 열심히 춤을 추면서 수업하고 있었다. 어느 날 어떤 남학생반에서 한 학생이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남자친구 있어요?"

"뭐?"

"남자친구 있냐고요?"

"그거 성희롱이다."

"그게 왜 성희롱인데요? 누구나 저 영상 보면 그렇게 생각할 텐데요?"

"내 성적 지향을 네가 뭔데 마음대로 판단해서 그런 소리를 하냐? 그런 생각이 들든 안 들든 그걸 입 밖으로 꺼내서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게 성희롱이다."

"왜요? 나 말고도 그렇게 생각할 텐데요."

난 황당해서 벌점을 주고 끝나고 교무실로 불러 담임선생님께 벌점 사유를 말씀드리고 지도를 부탁드렸다. 그 학생은 거기서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텐데 뭐가 문제예요?'라고. 결국, 지도로 사과를 받긴 했지만, 썩 좋은 마무리는 아니었다.


내가 머리를 기르고 화장을 해서 외모를 꾸미는데 그것을 핑계로 아무렇게나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가 폭력이다. 그걸 성적 비하가 담긴 내용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성희롱이다. 이런 일이 특별한 것 같지만, 별로 특별하지도 않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학교는 그만큼 폐쇄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이런 것과 관련해서 다른 폭언을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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