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서 선임이 비누 주워달라고 하면 비누 줍지 마라."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낄낄댔다. 나는 거기에 대고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너무 무력했다. 화를 낼 수도 없다. 기억에 대고 화를 낼 수 없는 노릇이니까. 그 뜻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미 몇년이나 지난 일일 뿐 아니라 앞으로 그 선배를 만날 일도 없다. 갑자기 떠올라서 수치스럽고 두렵기만 하다.

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 있는 그를 오래 쳐다보고 싶은데, 오래 쳐다볼 수 없었다. 한참 쳐다보면 그는 내게 왜냐고 물을 것 같다. 그러면 난 할 말이 없다. 자꾸 쳐다보고 싶을 뿐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내가 남자를 보고 두근 거리는 건 괜찮다. 나는 내가 남자도 좋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문제는 갑자기 비누가 떠올라서 수치스럽고, 들키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두렵다.

다음날부터 그를 볼 일은 없을 거다. 잠깐 눈에 뭐가 씌었던 것처럼 그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분위기만 기억나고 내 두근거림만 기억난다. 두려움이 커졌다. 내가 그를 보고 두근거렸다는 걸 들켰으면 어떻게 할지 두렵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런 두려움만 커졌다.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 그는 눈치도 못 챘을 것이다. 좀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보니 이상한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그 자체만으로 두려워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내가 사람을 보고 두근거리고 호감을 갖는 건 내 의지로 하는 게 아니다. 나도 모르게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 건데, 두려워하다니 이상하다.

그 선배의 혐오스런 농담 때문인 것 같다. 그 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났을 때 다른 선배를 예로 들며 그 선배가 굉장히 여성스러워서 게이 같다느니, 서울에서 여장한 걸 봤다느니 하며, 나 보고 꼭 닮았다며 낄낄댔다. 그렇게 수치심을 내게 줘서 수치심이 쌓이고 자기 검열을 한 것 같다.

지금은 눈을 피하지 않는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티를 낸다. 바이섹슈얼이라고 커밍아웃한 이후에는 두렵지 않다. 치마 입고 다닌지 오래 되다 보니 그 선배의 말은 이젠 별로 안 신경 쓰인다. 상처받아서 한동안 움츠러든 것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자를 보고 두근거리지 않는다. 길거리를 다녀도 예쁘거나 잘생긴 여자는 많은데 잘생긴 남자가 진짜 안 보여서 그렇다. 난 얼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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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은 성적 끌림의 방향을 이야기한다. 이 성적 끌림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붙이는데, 이들을 묶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성적 끌림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크게 유성애(Allosexuality)와 무성애(Asexuality)로 분류할 수 있다. 유성애는 또 한 성의 사람만 좋아하는 모노섹슈얼(Monosexual, 단성애자)과 두 성 이상의 사람을 좋아하는 논모노섹슈얼(Non-monosexual, 비단성애자)로 나눌 수 있다.

모노(mono)는 '하나', '한 가지' 라는 뜻이다. 그러니 모노섹슈얼은 한 성에게만 성적 끌림이 존재한다. 이런 모노섹슈얼의 종류에는 이성애자(Heterosexual), 동성애자(Homosexual), 여성동성애자(Lesbian), 남성동성애자(Gay), 여성애자(Gyenphilia), 남성애자(Androphilia) 등이 있다.

논모노(non-mono)는 '하나가 아닌'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논모노섹슈얼은 둘 이상의 성에게 성적 끌림이 존재한다. 멀티섹슈얼(Multisexual)이라고도 한다. 이런 논모노섹슈얼의 종류에는 양성애자(Bisexual), 양성애자보다 더 많은 성에게 끌림을 느끼는 다성애자(Polysexual), 모든 성별 혹은 성별 구분 없이 성적 끌림을 느끼는 범성애자(Pansexual) 등이 있다.


1. 연애의 가지 뻗기 - 모노아모리와 폴리아모리

연애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모노아모리(Monoamory)라고 하는 1대 1로 하는 독점적 연애와 폴리아모리(Polyamory)라고 하는 다자간 비독점적 연애가 있다. 다수가 선택하는 연애는 모노아모리이다. 성적지향에 관계없이 대다수가 연애는 1대 1로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명에게만 온전히 신경 쓰는 모노아모리를 선택하고, 그 외에 더 많은 연애 관계를 원할 경우 몰래 따로 연애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는 바람을 피운다고 한다.

폴리아모리는 연애의 가지를 늘린다. 비독점적으로 여럿과 연애를 한다. 여럿을 공평하게 사랑하고 그들의 다른 사랑을 인정해줘야 한다. 모노아모리 같은 독점적 연애관을 가진 이에게는 질투로 파국을 맞을 수 있는 형태이다. 그래서 폴리아모리는 상호간 비독점적이라는 원칙을 갖는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난잡할 수도 있지만, 상호 간 평등 관계를 전제하고 있다.

모노섹슈얼이든 논모노섹슈얼이든 대체로 모노아모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논모노섹슈얼들은 연애할 때 한 사람을 선택한 것이 한 성을 선택해서 연애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현재의 모습이나 과거의 연애 경험만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과연 당신은 논모노섹슈얼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논모노섹슈얼은 필수적으로 폴리아모리를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닌데, 이성애 중심주의를 벗어난 사람들도 단성애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해 끊임없이 모노섹슈얼로 끌어온다.

바이섹슈얼인데 현재 동성과 연애하거나 과거에 동성과 연애했다고 동성애자라고 하거나 현재 이성과 연애하거나 과거에 이성과 연애했다고 이성애자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바이섹슈얼 같은 논모노섹슈얼이 동성애자들이 성적지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거치는 과정 정도로 취급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논모노섹슈얼을 지우는 것이다.

폴리아모리를 하지 않는 논모노섹슈얼은 모노섹슈얼이 아니다. 논모노섹슈얼의 연애는 길이 여러 개가 있고 거기서 어디로 가지를 뻗느냐일 뿐이다. 논모노섹슈얼과 모노섹슈얼의 차이는 길의 개수 차이이다. 안 간다고 길이 없는 것이 아니다.


2. 논모노섹슈얼의 성적 끌림

논모노섹슈얼의 성적 끌림은 모두가 일정하지 않다. 모노섹슈얼에게도 취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논모노섹슈얼에게도 취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모노섹슈얼처럼 성적인 끌림이 한 성에게만 지속해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논모노섹슈얼은 모노섹슈얼화된 것일까?

나는 안드로진이고 바이섹슈얼이다. 그런데, 나는 여성하고만 연애해봤다. 성적인 끌림이나 연애 감정도 대부분 여성에게만 느낀다. 태어나서 성적인 끌림을 느껴본, 혹은 연애 감정을 느껴본 남성은 한 명뿐이다. 그러면 그 한 명만 특이한 것이었고 나는 여성애자인 걸까? 아니다. 나는 분명 바이섹슈얼이다. 과거로 돌아가 남성에게 끌렸던 사건을 없앤다고 해도 나는 바이섹슈얼이다.

논모노섹슈얼이라는 성적 지향은 성적 끌림의 방향이 더 많을 뿐이다. 성적 에너지가 폭발하거나 통계적으로 여러 젠더를 공평하게 사랑하는 성적 지향이 아니다.

단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과 다른 젠더와 섹스를 해봤다고 해서 단성애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만약 게이라고 하더라도 여성과 섹스를 할 가능성이 있다. 여성 이성애자라고 해도 여성과 섹스를 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본인의 지향이 어떤지 파악할 수도 있다.

논모노섹슈얼에게는 성적 끌림과 성 경험, 연애를 증명해야 할 의무가 없다. 그걸 증명하도록 하는 분위기나 묻는 행위는 논모노섹슈얼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다. 논모노섹슈얼은 존재한다. 현상이 나타나면 과거의 경험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새로운 현상은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지 그 현상을 있을 수 없다고 부정하거나 증명하라고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다.


논모노섹슈얼은 존재한다. 내가 논모노섹슈얼이라고, 바이섹슈얼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논모노섹슈얼에서 모노섹슈얼로 변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논모노섹슈얼, 바이섹슈얼, 팬섹슈얼, 폴리섹슈얼이라고 하면 그게 맞다. 타인이 의심하거나 의문을 품는 건 옳지 않다. 난 당신이 모노섹슈얼이라고 하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당신이 모노섹슈얼인지 의심하거나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다.

안드로진 이야기를 했을 때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면 내 성적 지향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을까? 성적 지향에 관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젠더 퀴어로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깨달은 것은 바이섹슈얼이고, 이 성적 지향은 젠더와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1. 성적 지향의 개념과 종류

성적 지향은 성적 감정이 향하는 방향이다. 한문으로는 性的指向, 영어로는 Sexual orientation 이렇게 쓴다. 모두 성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지 말한다. 이런 성적 지향이 동성을 향할 때는 같다(Homo-)에 성애(-sexual)를 붙여서 동성애(Homosexual)라고 부른다. 성적 지향이 이성을 향할 때 다르다(Hetero-)에 성애를 붙여서 이성애(Heterosexual)라고 한다. 이런 말은 성별 이분법적(Gender binary)인 구분으로 두 개의 성(Sex 혹은 Gender)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나 그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 방식의 구분이다.

두 개의 성, 즉 여성과 남성 외에도 다른 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좀 더 젠더 중립적인 말을 사용한다. 남성애(Androphilia)라는 말이나 여성애(Gynephilia)라는 말이 그것이다. 본인의 젠더를 드러내지 않고 어떤 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지 쓸 때 사용한다.

두 가지 성에게 성적 감정이 향할 때는 양성애(Bisexual)라고 한다. 보통 성별 이분법적 구분에 따라 여성과 남성 두 성 모두에게 성적 감정이 향하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나는 젠더 퀴어이지만, 아직은 직접 만난 사람이 남성과 여성 외에는 없어서 아직 성적으로 끌리는 경우가 여성과 남성뿐이라 양성애자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성적 감정이 누구도 향하지 않을 때 무성애(Asexual)라고 부른다. 젠더적인 구분 없이 사람 그 자체만을 향할 때는 범성애(Pansexual), 성적 감정이 특정 젠더를 구별하면서 셋 이상의 여러 젠더에 끌릴 때는 다성애(polysexuality)라고 한다. 이런 것들을 고민할 때 고민하는 그 상태를 퀘스쳐너리(Questionary)라고 쓴다. 퀘스쳐너리는 젠더에도 쓰인다.


2. 단성애자들 -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한 성에게만 성적 감정이 향한다. 이렇게 하나의 성만을 향한 성적 감정이 향하는 것을 단성애(Monosexuality)라고 한다. 단성애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성애자, 성소수자 중 하나인 동성애자를 포함한다.

동성애는 단성애 중 하나이므로 한 성에게만 성적 감정이 향한다. 게이(Gay)는 보통 남성 동성애자를 이야기한다. 남성인 남성애자라고 생각해도 좋다. 레즈비언(Lesbian)은 여성 동성애자를 이야기한다. 여성인 여성애자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성애자도 마찬가지로 단성애중 하나이므로 한 성에게만 성적 감정이 향한다. 남성인 여성애자, 여성인 남성애자를 이성애자라고 한다. 


3. 무성애자들 - 무낭만과 낭만

무성애자는 성적 감정이 어디로 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연애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이들에게는 연애 지향(Romantic orientaion)이라는 말을 따로 사용한다. 크게 무낭만(Aromantic)과 낭만(Romantic)으로 나눈다. 낭만적 감정이 생기지 않거나 연애에 관심이 없는 무낭만적 무성애(Aromantic Asexual)가 있고, 낭만적 감정이 생기며 순수하게 연애 감정만 있고 성적 끌림이 없는 낭만적 무성애(Romantic Asexual)이 있다. 낭만적 무성애는 연애 감정이 향하는 방향에 따라 로맨틱 앞에 동성, 이성, 양성, 범성 등을 붙이기도 한다.

유성애와 무성애 사이에 정체성이 있는 회색인 사람들도 존재한다.


4. 양성애자

양성애는 보통 남성과 여성 두 성에게 성적 감정이 향한다. 어떤 이는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에 있는 스펙트럼 전체를 양성애자로 보기도 한다. 거의 한 성에게만 끌리고 다른 성에게는 가끔 끌리는 경우도 양성애자라고 하는데, 이를 두 성애 사이에 있는 긴 스펙트럼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성애자나 동성애자와는 다른 별개의 정체성으로 생각한다. 범성애자나 무성애자, 다성애자들을 생각할 때 이들을 동성애와 이성애 사이의 스펙트럼에 넣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성애자만 보면 그 안에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한다.


5. 성적 지향 고민과 두려움

나는 성적 지향 때문에 두려웠다. 고민을 한 시기도 있었지만, 고민 자체를 할 시간은 별로 없이 두려움이 훨씬 더 컸다. 내 성적 지향은 어떤 이들에게는 놀림거리이거나 혐오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특히나 역겨웠고 무서웠던 놀림은 군대 가면 비누 줍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군대 가면 비누 줍지 말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강간인 혐오적 농담이기도 했지만 성소수자, 특히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에 대한 혐오가 가득한 농담이었다. 이 상황에서 내 성적 지향이 알려지면 어떤 취급을 받을지 두려웠다. 실제 군대 내 성추행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동성애자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컸는데, 실제로 그중 동성애자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군형법 92조 6항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색출 당해 성추행이나 다른 피해를 볼까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여하튼 남의 피해를 비난하거나 어떻게 이야기할 수도 없어 난 침묵해야 했다.

또 하나, 트랜스젠더, 크로스드레서[각주:1], 드랙퀸[각주:2], 게이를 구분 못 하는 선배들이 연락 안 되는 과거 (그들 기준으로) 여성스러웠던 한 선배와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꾸 꺼냈었다. 그러면서 사람을 살살 게이라는 식으로 놀리거나 여장 관련 농담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고민할 틈도 없이 두렵기만 했다.

고민이 끝난 건 우연히 본 한 남성에게 끌림을 느꼈고, 거기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을 때였다. 그전까지 여성 외에 한눈에 반해본 적 없었는데, 그게 처음이었다. 그때 내 성적 지향에 관한 고민을 완전히 끝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도 두려웠다. 내 마음을 들킬까, 들키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두려웠다. 지향에 관한 고민은 결국 두려움만 남기고 끝났다.


6. 나는 바이섹슈얼이다.

나는 바이섹슈얼이다. 양성애자다. 나는 양성애자라는 말을 잘 안 쓴다. 솔직히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양성애자라는 말이 어색하기도 하다. 그냥 두 자로 줄여서 '바이'라고만 이야기 하고 싶다. 왜 그런지 몰라도 그러면 정말 편하다.

여성과 남성을 둘 다 좋아하지만, 나는 얼빠다. 예쁜 여자는 흔한데, 잘생기거나 예쁜 남자는 드물다. 그래서 그런가? 낭만적 감정이 생기는 비율이 여성99 대 남성 1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래서 솔직히 양성애자라고 말하면서도 부끄러울 때가 많다. 마음을 먼저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먼저 다가오지 않으면 마음을 먼저 보기도 힘든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요즘은 동성애자의 인권 이야기를 먼저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나마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시화되고 그들의 인권이 먼저 챙겨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시화될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내 젠더 정체성인 안드로진은 말만 들어도 생소할 정도이다. 하지만, 바이섹슈얼, 양성애자라고 하면 그나마 알아듣기는 한다. 덜 알려져서 애초에 탄압될 일도 없긴 하지만, 얼른 가시화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다를 거 없다고. 모든 사람에게 연애 감정 갖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것도 아니라고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렇게 열어둔 건, 내 과거의 학생, 내 미래의 학생들을 생각해서 그렇다. 난 교사로서 정체성도 갖고 있다. 내가 가시화되고, 내가 열어두고 있으면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희망 내지, 의지할 곳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양성애자다. 바이섹슈얼이다.

  1. Cross dresser, 반대 성별의 옷을 입는 사람들을 뜻한다. 남성의 경우 여성복을, 여성의 경우 남성복을 그 성의 방식 그대로 입고 꾸미는 사람들이다. [본문으로]
  2. Drag Queen 크로스드레서와 비슷하지만, 과장되게 꾸미고 쇼를 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여성이 남성처럼 꾸미고 쇼를 하는 경우 드랙킹. [본문으로]

나는 성소수자(Sexual minority)입니다. 나와 같은 성소수자는 대체로 아래 네 가지 범주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합니다.

1.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사람.

2.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을 지정 성별 그대로 인식(Cisgender)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정체성으로 인식하는 사람

3.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인식하는 이성애자(Heterosexual)가 아닌 사람

4. 연애 지향(Romantic orientation)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인식하는 이성연애지향(Heteroromantic)이 아닌 사람


보통 LGBT, LGBTAIQ, LGBTAIQP 등이 이들을 부르는 명칭을 모은 것이며, 퀴어(Queer)라고도 합니다.

L은 Lesbian(레즈비언), 즉 여성 동성애자(Homosexual)입니다.

G는 Gay(게이), 즉 남성 동성애자(Homosexual)입니다.

B는 Bisexual(바이섹슈얼), 즉 양성애자입니다.

T는 Transgender(트랜스젠더) 혹은 Transsexual(트랜스섹슈얼)은 성전환자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A는 Asexual(에이섹슈얼)이며 무성애자라고 합니다.

I는 Intersex(인터섹스)이며 간성인을 말합니다.

Q는 Questioning(퀘스처닝)으로 스스로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질문중인 사람을 말합니다.

P는 Pansexual(팬섹슈얼)로 범성애자, 즉 성을 구분하지 않는 성적지향을 이야기합니다.


이외에도 논바이너리(Non-binary) 혹은 젠더퀴어(Genderqueer)라 부르는 두 성으로 부를 수 없는 젠더가 있습니다.

에이젠더(Agender) 혹은 젠더리스(Genderless)라고 하는 무성인 사람

안드로진(Androgyne)이라고 하는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사람

바이젠더(Bigender)라고 하는 두 가지 성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

팬젠더(Pangender)라고 하는 모든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

트라이젠더(Trigender)라고 하는 세 가지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

써드젠더(Third gender)라고 하는 제3의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라고 성별 정체성이 유동적인 사람


언급한 것들 외에도 다양한 성소수자가 있습니다. 언급한 것만 다시 정리하면

1.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사람 : 간성(Intersex)

2. 성적 정체성(Gender identity)이 지정 성별 그대로 인식(Cisgender)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정체성으로 인식하는 사람 : 트랜스젠더(Transgender), 논바이너리(Non-binary)

3.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인식하는 이성애자(Heterosexual)가 아닌 사람 : 여성 동성애자(Lesbian), 남성 동성애자(Gay), 양성애자(Bisexual), 무성애자(Asexual), 범성애자(Pansexual)

4. 연애 지향(Romantic orientation)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인식하는 이성연애지향(Heteroromantic)이 아닌 사람 : 보통 무성애자들이 많이 구분하는데, 에이로맨틱(Aromantic), 호모로맨틱, 바이로맨틱, 팬로맨틱 등으로 성적 지향과 비슷하나 성접촉 없는 연애 지향 종류입니다.


이런 성소수자들을 상징하는 깃발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들을 모두 통틀어 상징하는 깃발이 있습니다. 무지개 깃발(Rainbow Flag) 🏳️‍🌈[각주:1]입니다.

무지개 깃발(Rainbow Flag)Ludovic Bertron from New York City, Usa - https://www.flickr.com/photos/23912576@N05/2942525739 Rainbow flag flapping in the wind with blue skies and the sun.

모르는 사람을 위해 사전 설명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저는 얼마 전 홧김에 커망아웃을 했습니다. 어떤 금수저 비스무레하게 자란 인간이 자칭 흙수저라는 사람들이 금수저라는 말을 만들어서 노력도 안 하는 게 XX같다며 욕을 하기에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하며 함부로 말하지 말고 좀 공부하면 달라질 거라고 했더니

"쫌 지랄하지마 게이새끼야 죽여버리기 전에 XX같은 새끼가 걍 쪄져 있어"


메시지를 보내고는 바로 차단하더군요. 화가 나서 홧김에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커밍아웃했습니다.

"참고로 저 게이 아닙니다. 열받아서 홧김에 커밍아웃하는데 저 바이섹슈얼, 논바이너리 젠더이자 젠더 퀘스처너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인권 따위 뭣같이 여기고, 성소수자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면서 쉽게 떠들어대는 인간 항상 역겨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홧김에 커밍아웃한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그 와중에 4월 25일 대선후보자 토론회에서 홍준표, 문재인 발언에 스트레스가 심해졌습니다. 저 말고도 스트레스 받은 사람이 많았는지 그날 홧김에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들이 좀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성소수자 단체의 문재인 후보에 대한 항의와 사과 요구 이후 멱살을 잡았다거나 주먹질을 했다는 루머와 함께 나타나는 문재인 지지자들의 성소수자 혐오에 점점 위축되고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당신들의 루머와 비아냥, 비하 그것이 바로 성소수자 혐오입니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이렇게 쓰고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성소수자 혐오가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설명하고 커밍아웃합니다. 내 성적지향은 바이섹슈얼(Bisexual, 양성애자)이며, 젠더는 고민중(Questioning)인데 논바이너리(Non-binary)로 안드로진(Androgyne) 혹은 데미메일(Demimale)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는 일상적으로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조용히 항상 싸우고 있는데, 만만한 사람한테만 떼 쓴다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성소수자는 언제까지 숨어서 조용히 지내야 하는 겁니까? 당신 옆에 있는 사람, 당신 가족, 당신 친구가 성소수자일 수 있습니다. 인구의 대략 2~4%는 성소수자라고 하니, 당신 주변에도 흔할 겁니다.

안 보인다고요? 그건 당신이나 주변 사람이 지웠기 때문에 숨어 있는 겁니다. 누구도 눈에 띄려고 살아가는 사람 없습니다. 당신들처럼 그냥 살아갑니다. 싸울 때마다 우리의 깃발을 항상 올리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깃발 밑에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항상 존재합니다.

지워지지 않기 위해 솔직히 위험과 위협을 무릅쓰고 이렇게 커밍아웃합니다. 나는 성소수자입니다.

  1. 무지개 깃발은 전자 문자 표준체계인 유니코드에도 이모지 중 하나로도 들어가 있습니다. (1F3F3 FE0F 200D 1F308), http://www.unicode.org/Public/emoji/5.0/emoji-test.txt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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