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꽃눈이 생겨나고, 피어나는 것이 보이니 마음은 벌써 따뜻하다. 그런데 아직 꽃샘추위가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추운 날도 있다. 그럴 때 치마 입기 좋은 계절이라고 살랑살랑 얇은 스타킹(그래 봐야 80데니어짜리)을 신고 나갔더니 다리가 좀 시렸다. 150데니어짜리 신었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그런데, 문득 다리털 걱정이 생겼다. 안 그래도 겨울에 털이 스타킹이나 레깅스 밖으로 삐죽삐죽 나올까 싶어 다리털을 제모했었다. 다리털을 제모할 때 제모 크림, 왁싱 테이프, 족집게, 면도기를 이용했다. 제모 크림은 편했다. 그런데, 피부에 안 좋대서, 왁싱 테이프와 족집게, 면도기를 조금씩 썼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피부에 좋을 리가 없었다.

여하튼… 이제 따뜻해지면 그에 맞춰서 점점 스타킹이 얇아지거나 없어야 한다. 내가 더운 걸 견디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면 잘 비쳐서 다리가 더 잘 보이거나, 맨다리로 다니게 될 것이다. 그러면 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짧으면 삐쭉삐쭉해서 별로 보기 안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잘 뽑고 다녀야 할까?

요즘 수염을 깎는 경우보다 뽑는 경우가 더 많다. 집에서야 일회용 면도기 대신 날 교체형 면도기 쓰니 상처 날 일이 거의 없지만, 상처라도 나면 꼭 염증이 생긴다. 그리고, 면도하고 나면 좀 따가운 것도 싫다. 그래서 요즘에는 수염을 깎기보다 뽑는 경우가 많다. 잘 안 깎이는 부분이나 면도하다 상처 나기 쉬운 부분 위주로 뽑다가 이제는 매일 면도하는 것이 귀찮아서 며칠에 한 번씩 눈에 띄는 것만 뽑고 있다.

점점 따뜻해지니 여러 가지 다 걱정이다. 털이 있으면 보기 안 좋을 것 같은 부분 때문에 걱정이다. 수염이야 항상 관리하는 부분이고 좁은 부분이니 덜 힘들 것이다. 그러면 다리는? 나 다리털을 잘 제모해야 하는 걸까? 가만, 다리털이 있으면 안 되는 걸까?

아아… 다리털 안 보이는 짧은 치마 입은 모습이 더 익숙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리털과 안 어울리는 것일까? 어렵다. 고민거리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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