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던 학교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다. 이번 임용시험에서 떨어져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새로운 근무지를 알아봐야 했다. 공부만 하기에는 내 개인의 경제적 사정도 문제고, 마음 붙여 일할 데가 없으면 마음이 힘들다는 것도 문제라서 그렇다. 몇 군데 면접을 치렀는데 모두 떨어졌다. 망할, 어쩌면 올해는 직장 없는 교사로 살게 될지 모른다.

직장이 없어 소득도 소속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니 별로 마음이 좋지 않다. 결과라도 좋았으면 마음이 덜 힘들었을 텐데, 과정도 별로 좋지 않았다. 면접을 돌이켜 봤을 때 굉장히 불쾌한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에 한 번은 소신에 따라 바로 반발했고, 한 번은 굽히고 성실하게 소신에 따라 답했다. 둘 다 반발했어야 했다. 내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었는지, 가중치를 다르게 둔 것이었는지 하나만 반발했다.

그 질문은 성차별적, 반 인권적인 질문이었다. 그것도 내 외모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질문 중 하나는 화장에 관한 질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머리 길이에 관한 질문이었다. 각기 다른 성의 학생들의 학생들과 비교해서 질문했다. 질문 자체에 학교의 이중성, 성차별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 2월 21일 면접

이날 면접에서 들은 질문은 이렇다.

"선생님은 남자 선생님인데 화장을 좀 하셨네요. 그것 관련해서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 화장 엄격하게 단속하는데 학생들이 선생님을 보고 '선생님은 화장하는데 우리는 왜 안 돼요?'라고 물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난 화장을 한다. 꾸미는 것이 좋다. 화장이 재미있다. 단지 재미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성편견을 깨기 위한 내 나름의 운동으로써 하는 행동이다. 여성이 꾸미는 것은 당연하고 남성이 꾸미는 것은 이상하다는 것에 저항하고 사람들이 차차 익숙해지게 만들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행동이다. 언젠가는 화장이 개인의 선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는 것이다.

저 물음은 내 운동의 목적이나 목표를 모른 채 한 질문이다. 물론 내 운동의 존재 여부조차 모를 것이다. 심지어 저 날은 바빠서 색조 화장도 못 한 날이었다. 파운데이션에 눈썹 정도만 그린 날이었다. 그래서 화장을 제대로 했다는 생각도 못 했는데, 화장했다는 것을 콕 집어서 이야기하니 당황스러웠다.

황당하기도 했다. 질문한 면접관 본인도 화장한 상태였다. 학생들은 여교사의 화장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고, 남교사의 화장만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인가? 성차별적 질문이었다. 그래서 바로 반발했다.

"그런 성차별적 인식을 갖고 이야기하시다니요. 그러면 여자 선생님들 먼저 화장을 못 하게 하고 이야기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에 그 면접관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무엇인가를 적었다.

"학생과 교사는 다르다고 한다."

내가 한 말이 아닌 말을 중얼거리며 적었다. 너무 황당했다.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 계속 곱씹어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성차별이었다. 거기다 학생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가 동시에 들어가 있었다.

성차별적인 태도는 이렇다. '남성의 화장은 당연하지 않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남교사에게 자신들의 화장을 단속하는 것과 비교하며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니 그것에 관한 것을 물어보아야 하겠다.'며 특정 성의 화장만 문제 제기하는 것은 한 성은 당연히 화장해야 하는 존재, 한 성은 절대 화장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낙인 찍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는 이렇다. '학생들의 용의복장을 통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학생 통제를 당연하게 여긴다. 동시에 학생의 반발을 걱정한다. 통제하지 않으면 통제에 대한 반발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통제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모순이다.


- 2월 24일 면접

이날 면접에서 들은 질문은 이렇다.

"지금 머리를 묶으셨는데, 우리 학교는 남학교이다 보니 두발 규정이 엄격합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머리를 보고 '선생님은 머리 기르는데 우리는 왜 머리 기르면 안 돼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난 머리를 기른다. 큰 의미는 없다. 심한 곱슬머리이라 짧은 것보다 긴 것이 머리 정리하기 편하다. 추울 때 머리 풀면 따뜻하고 더울 때 머리 묶으면 시원하니 좋다. 내 머리의 곱슬거림은 예쁘다. 컬이 예뻐서 어디서 파마한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머리를 짧게 정리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그냥 그럴 생각이 들면 그때 자를 생각이다. 길이가 어느 정도 이상 되면 머리카락 기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저 물음은 생각도 못 해 봤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 면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반발을 못 했다. 소신에 따라 성실하게 답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기르다가 이왕 기른 김에 몇 달 정도 더 기르고 머리카락 기부를 해볼 생각으로 더 기르고 있다. 왜 기르면 안 되냐는 물음에는 답을 못하겠다. 교칙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나는 그 교칙으로 규제하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거든.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바꿔보는 것은 어떻겠니?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꿔보겠다면 응원할게.’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답은 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 성차별적 인식을 갖고 질문을 해도 되는 겁니까? 여교사에게는 하지 않을 질문을 왜 머리가 긴 남교사에게 하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머리 길이는 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까?”

질문 자체가 성차별이다. 이 질문에는 앞의 면접과 같이 학생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가 동시에 들어가 있다.


애초에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는지 이해하기 너무 힘들다. 이제까지 겪은 교직 생활을 돌이켜 보면 이 교직 사회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 성차별이고 폭력이다. 겪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학교에서 겪은 다른 성희롱, 성차별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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