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삼부작은 슈퍼 히어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은 작품이다. 많은 사람이 그중 제일을 둘째 편인 다크나이트라고 한다. 마지막 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다크나이트에 비하면 실망스럽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실망스러운 수준의 작품도 아니고 형식적으로 훌륭한 마무리였다. 고전시대의 소나타 형식이 엿보일 정도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잘 맞아 들어간 작품이다.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소나타 형식은 평균율을 바탕으로 한 까닭에 조성의 대비를 강하게 나타낼 수 있다. 또한, 화성 음악으로 만들어져 리듬과 가락이 명료한 까닭에 주제를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데, 이는 주제의 가락을 두 개로 만들어 대비를 더 강렬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되었다.

소나타 형식의 첫째 부분인 제시부에서는 조성과 리듬, 성격이 모두 대비되는 두 개의 주제 가락을 제시한다. 제1주제는 주 조성으로 제시되며, 제2주제는 대비되는 관계 조성으로 제시된다. 둘째 부분인 전개부에서는 두 개의 주제가 쪼개지고, 대위적인 형태로 등장하며 전조가 잦아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재현부에서는 제시부의 주제가 같은 조로 함께 등장하며 웅장하게 끝을 맺는다.

다크나이트 삼부작은 소나타 형식에 거의 맞아 들어간다. 각 편을 부분에 대입하면 배트맨 비긴즈를 제시부, 다크나이트를 전개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재현부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성격(character)의 대비를 나타내는 주제로 해석할 수 있는 인물(character)이 있기 때문이다. 고담이라는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선한 인물인 배트맨과 악당의 대결이 항상 나타난다.


- 고담이라는 배경을 조성으로

배트맨은 고담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히어로다. 고담은 범죄의 공포에 시달리는 도시이다. 배트맨은 고담에서 범죄자들을 공포로 제압한다. 이렇게 배경을 주 조성으로 보고, 이 조성과 가장 어울리는 공포의 상징 배트맨을 제1주제로 볼 수 있다. 배트맨은 범죄자를 공포로 제압하여 경찰에게 처분을 맡기며 본인은 심판하지 않는다. 오로지 악에 대해 공포로만 작용한다.

반대쪽에는 라스 알 굴과 리그 오브 어새신이 있다. 이들은 고담이라는 도시 자체를 악으로 보고 고담을 없애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담을 지키면서 심판하지 않는 배트맨과 대결하게 된다. 이렇게 제2주제로 보기 충분하다.


-제시부(배트맨 비긴즈)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공포의 상징인 어둠의 기사 배트맨이 탄생한다. 배트맨은 공포의 도시에서 공포를 극복하며 탄생했다. 리그 오브 어새신에게 수련을 받지만, 리그 오브 어새신에서 요구하는 살인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제시부에서 두 주제가 관계조(리그 오브 어새신의 일원)인데다 대비(살인 대 불살)를 주며 형식을 모두 충족한다. 더불어 배트맨과 반대편의 성격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전개부(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에는 배트맨의 조력자로 정의의 검사 하비 덴트, 주 악당으로 조커가 등장한다. 하비 덴트는 배트맨의 조력자인데도 불구하고 직업이 검사이기 때문에 제1주제인 악에 대해 작용하는 공포를 포함하지만, 법을 통해 심판의 내용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제2주제인 심판 역시 나타난다. 이런 양면적인 성질이 있지만, 오로지 긍정적으로 가기 위해 양면이 똑같은 동전으로 무시하고 산다. 그래서 하비덴트는 전조 과정에 있는 제1주제와 제2주제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조커는 순수한 악으로 배트맨의 반대 성격을 가진다. 누구도 심판하지 않지만, 악으로써 모두에게 공포로 작용하고 살인을 쉽게 저지른다. 이는 배트맨의 완전한 반대면으로 제1주제의 전위(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락)이자 제2주제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조커는 심지어 하비 덴트의 정신을 파괴하여 투 페이스라는 악당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는 하비 덴트의 양면을 더 드러내며 공포라는 조성으로 전조를 유도한다. 투페이스는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공포라는 제1주제가 변형된 상태에서 제1주제 쪽으로 전조된 제2주제가 합쳐지며 새로운 사건을 저지른다. 그렇게 조커와 함께 사건 전체를 동시에 움직이며 주제의 스트레토(주제가 짧게 끊어져 나오는 형태)처럼 나타난다.

다크나이트는 이렇게 제1주제와 제2주제가 변화무쌍하게 나타나며 분위기를 더 공포로 물들이며 각자의 기교를 뽐낸다. 전개부의 형식적 요건을 이렇게 충족시킨다.


-재현부(다크나이트 라이즈)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 비긴즈의 재현처럼 나타난다. 다크나이트는 악에 대한 공포와 도시의 구원자로 다시 등장한다. 더불어 도시를 심판하려는 자들이 다시 나타난다. 심지어 그들은 라스 알 굴의 리그 오브 어새신이다. 라스 알 굴은 없지만, 구원자처럼 나타난 베인과 탈리아 알 굴이 함께 있다.

다크나이트는 제1주제인 다크나이트는 다시 관계조인 리그 오브 어새신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도시를 구하기 위해 만든 원자로를 리그 오브 어새신에게 빼앗긴다. 그리고 척추가 부러지며 다시 리그 오브 어새신의 흔적과 합류하게 된다. 수장의 아이(the child)가 있던 감옥에 갇히는데, 여기서 수장의 아이처럼 공포를 극복하고, 공포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난다.

선한 사람처럼 나타났던 탈리아 알 굴은 주제를 구원할 것처럼 하다가 도시를 심판하려 한다. 이는 제1주제와 같은 조성으로 전조된 제2주제로 볼 수 있다. 결국 제1주제가 승리하며 끝을 맺고 주역은 사라지며 구원을 강렬하게 남긴다. 제1주제가 조성 싸움에서 승리했는데, 사라질 수는 없다. 그래서 그 흔적으로 로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 블레이크를 제2대 배트맨으로 만든다. 이렇게 코다를 제2대 배트맨으로 만들며 형식적 요소를 충족한다.


영화나 극을 전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처럼 음악 전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다크나이트 삼부작을 통해 이렇게 소나타 형식을 볼 수 있었다. 다른 형식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다크나이트 삼부작 분석해놓고 보니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사단조가 생각났다. 소나타 형식의 악곡 중 질풍노조 사조로 만든 곡이면 대체로 어울릴 것 같다.


학교는 여성 관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학기말 인사철마다 “제발 ‘여성 관리자’가 안 왔으면 좋겠다.”, “내신 냈는데, 1순위가 아니라 차순위 학교로 가면 관리자 때문에 힘들 텐데.” 같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발령이 나면 학교 관리자에 대한 질문 전화를 하긴 하지만, 여성 관리자일 경우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가 보인다. 어느 지역에는 ‘마녀’가 있다는 이야기도 가끔 있다. 학교는 성차별이 심한 곳인 걸까? 아니면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이 심한 곳일까? 아니면 실제 여성의 전반적 성향이 문제인 것일까?

잘 맞는 여성 관리자와 일을 하며 업무 능력과 자존감이 향상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여성 관리자에 대한 편견을 들었을 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다른 학교에서 개인적으로 교권침해를 넘어 인격적 모욕이라 생각할 정도로 당한 적이 있다. 그분은 다른 관리자들보다 좀 더 특별한 경우라고 했다. 스트레스를 주는 간격도 좁았기에 너무 지쳤었다. 그렇게 다른 형태의 관리자를 만났기 때문에 개인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는 여성 관리자가 점점 많아지게 될 것이다. 학교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직장이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 59.2%(2015 교육통계 기준), 초중등교육기관만을 대상으로 하면 62.1%로 다섯 중 셋이 여성이다. 여성의 비율이 높은 학교에서도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교육통계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초등학교는 2015년 기준 여성의 비율이 76.9%로 가장 높은 만큼 관리자 중 여성의 성비도 가장 높다. 교감의 54.3%, 교장의 28.7%가 여성이다. 교감으로 근무 중 (전직하지 않을 경우) 길면 5년 후에 교장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비슷한 비율로 승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2020년에는 초등학교의 여성 교장 비율은 55% 가까이 될 것이다. 교감 승진에 필요한 경력을 20~25년으로 보면, 몇 년 후에는 재직 교사의 비율과 엇비슷하게 맞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학교의 경우 2015년 기준 68.6%로 10명 중 7명 가까이 여성이다. 관리자는 교감의 30.1%, 교장의 23.2%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50.1%로 반 이상이 여성이다. 교감은 10.7%, 교장은 9.1%가 여성으로 중학교보다 훨씬 적은 편이다(1990년대에는 특이하게도 여성 교감보다 여성 교장의 비율이 높았던 시기가 있다). 추세를 보았을 때 향후 10년 정도면 초등학교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20년 전 여성 재직 비율을 따라가거나 초과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재직자 중 여성의 비율이 높고, 여성 관리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곳이 학교이다. 그런 곳에서 동성에 대한 편견이 많은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크게 심할 것이라 보기도 힘들다. 그런 학교에서 그런 학교에서 여성 관리자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꺼리게 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중등학교의 경우 승진에 유리한 전공이 있었다고 들었다. 즉, 대회 등으로 가산점을 얻을 수 있는 전공이 있어 유독 승진이 잘 됐다. 성별보다 전공이 더 장해물이었다. 그런데 승진의 유리한 전공 교사의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그래서 성 평등 문제 제기도, 제도 개선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산점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전공의 교사에게는 경쟁이 더 버거웠을 것이다.

교육사를 공부할 때 지나친 경쟁이 가져온 폐단에 대해서 본 적 있다. 굳이 교육사가 아니더라도 지나친 경쟁은 발전이라는 목적 대신 이긴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경쟁이라는 수단에 치우쳐 본질을 왜곡한다. 특히나 겉보기에는 특정 전공이 유리한 편에 가까웠지만, 실질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승진 구조였다. 그래서 경쟁이 더 치열했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점수 경쟁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한 박탈감과 함께 완벽과 실적에 대한 집착이 컸을 것이다. 그래서 심리적 보상으로 권위가 필요하게 된 것 아닐까?

앞으로 여성 관리자의 비율이 재직 비율과 비슷하게 되면 여성 관리자를 만났을 때 특히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사라지게 될까? 사라졌으면 좋겠다. 나는 관리자로 누구를 만나든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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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OTL-숨은 인권 찾기] ‘맥’으로도 보고싶다

한겨레21 독자편집위원회 활동하면서 글을 한 번 기고하고 싶었는데, 딱 한 번 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맥용 한컴 뷰어와 한컴오피스가 출시되었고, 맥용 MS오피스 역시 한국어로 사용할 수 있게끔 현지화되어 있습니다. 많이 좋아졌지만, 공공의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유료 프로그램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썩 좋은 일이 아니지요. 보안이라는 명목 아래 여전히 웹접근성도 문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공공기관에 웹문서 인코딩조차 제대로 설정 않은 곳이 많아 다운로드 받을 때 파일명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2008년 10월 3일에 블로그에도 따로 포스팅했었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글을 옮길 생각입니다.

아래는 기고한 글의 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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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는 동생이 여행을 다녀왔다며 여행기를 첨부해서 메일을 보내왔다. 여행이 어땠는지 궁금해 첨부파일을 다운받으려고 보니 확장자가 ‘hwp’, 한/글 문서다. 나처럼 한/글을 구입하지 않은 맥(매킨토시) 사용자는 안 읽어도 상관 없다는 건가? 윈도 말고는 한/글 뷰어도 없는데… 관공서 말고 개인한테까지 시위할 수도 없고 해서 문서 못 연다고 답장을 보냈다. 덕분에 문서 하나로 생긴 일이 생각나 씁쓸했다.
작년 대선 때, 시험 준비 때문에 집에 갈 수 없어 부재자 투표를 신청하려는데 신고일을 몰랐었다. 홍보도 없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갔는데 공지도 없고 답답했다. 한 일주일 잊고 지내다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신고 마지막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야 하는데 공지일자에 어이없고, 맥에서 깨지는 페이지에 황당하고, 아무 배려 없는 한/글 문서로 된 공문에 화가 났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12월 13일 부재자투표일에 부재자투표소로 갔다. 홍보 시기, 웹 접근성, 한/글 문서의 폐쇄성 문제를 거론하는 내용을 담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선관위 소속이 아닌 많은 공무원 분들이 “참고하려 한다”며 관심을 보여 보람있었다. 그런데 정작 지역 선관위는 사과와 시정 약속은 커녕 지역선관위 직원의 무단 채증(?)에 타당하면 연락주겠다며 ‘인적사항’ 요구(취조?). 나가서 시위나 계속 하라는 말은 덤이다. 덕분에 화가 이만큼 났는데 어떤 높아 보이는 사람이 와서 “문서가 안 열리면 되는 곳에 가서 열면 되는 것 아니냐”며 훈계를 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공문을 내가 따로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열어야 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당연한 반박에 “전화로 민원을 넣어도 되는 것 아니냐”며 한 마디 덤을 주신다.
이정도 일이 있었으니 선관위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총선 즈음하여도 홍보 외에는 바뀐 것이 없었다. 기가 차서 중앙선관위에 직접 전화를 했더니 민원 게시판을 활용하라고 한다. 들어가보니 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로는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없었다. 쓸 수 있다해도 몇 개월 전에 올라온 광고 글 투성이로 전혀 관리가 안되는 게시판에 쓰나마나 아닌가? 결국 다시 전화하여 홈페이지 문제에 대한 수정할 것과 한/글 문서로 된 공문을 PDF파일로 변환하여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금방 금방 처리해 주었지만,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전산 담당자는 윈도 외의 다른 운영체제와 그 현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항의를 받은 후에야 조취를 취한 것일까? 하긴 웹표준(또는 웹접근성)을 무시하여 익스플로러와 윈도만 생각하여 독점을 방조하는 것도 무죄 판결하는 나란데…
웹표준을 지키고 웹접근성을 조금만 높이면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하며 편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액티브엑스로 생긴 보안 문제를 줄일 수 있고, 시각장애인 전용 페이지 또는 음성안내 시스템으로 시각장애인의 웹서핑을 방해하는 일도 줄일 수 있지 않은가? 문서도 열린문서캠페인에서 이야기 하는 표준 문서 포맷(TXT, PDF, ODF)을 쓰면 윈도를 안 쓰더라도 누구나 읽거나 쓸 수 있다. 모든 운영체제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오피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구나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왜 윈도만 되게 할까?
그나저나 이친구는 내가 문서 못 연다고 답장 보낸지가 언젠데 왜 아직 답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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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치마를 입는다. 치마는 특별한 때에나 반강제로 입던 것이었다. 스스로 입기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좀 넘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어색해서 청바지 위에 랩스커트로 입었었다. 그렇게 1주일 후 용기를 얻고, 스타킹 내지 레깅스를 신고 치마를 입는다. 이제 남들처럼 치마를 입은 지 3주가 지났다. 이제는 이렇게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되었다. 그런데 대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난 남성기를 갖고 태어난 인간이다.

길에서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이나 카페에 앉아 있는 것 자체는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나한테 시선이 집중되는 기분도 없다.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나한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걸 알게 된 후로 별로 신경 쓰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성별을 보더라도 얼핏 보고 판단할 뿐인 것 같다. 그렇게 자세히 뜯어보지 않는다. 파마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곱슬머리에 길이는 어깨 근처. 키도 170cm가 안되는(169cm) 데다 마른 몸이다. 걸친 옷을 보면 아래는 치마, 위는 허리까지밖에 안 오는 짧은 니트, 오른쪽을 위로 하여 여미는 재킷까지 자연스럽게 남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다 가방은 성별이 느껴지지 않는 에코백.

그런데 가슴은 평평하고, 어깨는 넓다. 목에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여성의 특징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처음부터 그렇게 자세히 볼까? 아는 사람이나 자세히 보고 나서야 “나보다 치마가 잘 어울리고 예쁘다. 어깨만 좁으면 딱인데.” 라는 말을 한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도 중성적인 인상 때문인지 나의 인상을 두고 성별에 대해 내기를 하는 한 쌍을 본 적도 있다. 혼자서 말을 할 일이 없으니 조용히 있었다. 주문한 것을 기다리는데,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눈치도 분명히 나다. 굳이 시비를 가리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상큼한 김선생 고객님, 주문하신 오늘의 커피 나왔습니다.” 내 음료가 나왔다고 알리는 소리에 가서 커피를 받았다. 그때 수군대던 한 쌍 중 남자의 소리 “거봐 여자 맞잖아.” 남자는 신난 표정, 여자는 묘한 표정. 내기했다면 분명 여자 쪽이 이긴 게 맞다. 둘 중 한쪽은 이겼고, 한쪽은 진 게 아닌 것 같은데 라는 표정을 잠깐 보는데, 어이없기도 했고 우습기도 했다.


-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게 뭔가?

아무튼, 평소에 나한테 대놓고 물어보거나 뭐라고 하는 사람 없으니 남의 눈이야 알게 뭔가? 그렇게 치마 입는 것 자체는 거리를 걷거나, 커피 마시러 가도 신경 쓰일 게 없었다. 어머니도 내가 치마 입고 싶어 하고,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을 안다. 여자친구도 알고 있고, 치마를 골라주기도 한다. 주변의 사람들도 치마를 입는 것 자체 갖고 타박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신경 쓰일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 며칠은 스트레스를 좀 심하게 받았다. 육체적인 부분은 없었지만, 성폭력과 성차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내가 치마 입은 것을 보고 뭐하는 거냐? 남자가 그런 것 왜 입느냐고 하셨다. 분명 두어 번 보셨을 텐데, 신경을 아예 안 쓰셨나? 아니면, 잘 모르셨나?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도 입었었는데? 어차피 어머니는 인정해주시고, 아버지가 화를 내는 것에 대해 나를 그냥 두라고 두둔해주셔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문제는 친구들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였다.


- 그런데, 몇 명

그런데 요 며칠은 스트레스를 좀 심하게 받았다. 육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성폭력과 성차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께서 내가 치마 입은 것을 보고 화를 내셨었다. 남자가 그런 것을 왜 입느냐고 하셨다. 분명 두어 번 보셨을 텐데, 신경을 아예 안 쓰셨나? 아니면, 잘 모르셨나?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도 입었었는데? 어차피 어머니는 인정해주시고, 아버지가 화를 내는 것에 대해 나를 그냥 두라고 두둔해주셔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문제는 친구들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였다.

내가 페이스북에 치마를 입어보겠다고 선언한 글을 올리고, 이후에 입은 사진을 일부러 올렸다. 그렇게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알기 시작했다. 나를 대하는 것도 별문제 없었고, 치마를 왜 입는지 정도만 물었다.

고등학교 교악대 동문회에 갔을 때도 별일이 없었다. 한 선배는 왜 치마 안 입고 왔느냐? 농담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내가 치마 입는 것에 대해 내 생각을 알게 되면서 치마 입는 것에 대해 지지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 생각을 먼저 들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가 튀는 사람일 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만난 친구들 모임에서는 달랐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동문회 때와 비슷하게 시작했다. 왜 치마 안 입고 오냐고 시작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놀다가 2차가 되어 아이를 데려온 친구들은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갔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쯤에는 부부관계, 그러니까 섹스 이야기가 나왔다.

성욕이 커지는 시기가 남녀가 각각 어떠니, 남자는 일정 기간에 한 번은 빼줘야 한다느니, 어떤 형태나 도구를 사용한 섹스에 대해서 변태적이라느니, 남자는 빼줘야 한다느니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고자 취급당할까, 트랜스섹슈얼이라 오해할까 싶어 남자는 빼줘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고, 그냥 자위하라고 했다. 어떤 형태나 도구를 사용한 섹스는 변태적이기에 옳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집에 갈 때쯤 화재가 나로 바뀌었다. 섹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나로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성과 복장. 엄청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으니까.

어떤 녀석은 “너 그렇게 입고 다니면 따먹힐 수 있다. 내가 아는 게이 형이 있는데, 너처럼 입고 다니는 것 보면 분명 너 따먹을 거다.” 거기에 그럴 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녀석은 “너 왜 치마를 입고 다니냐? 성 정체성이 흔들리냐?” 아니, 그냥 입고 다닌다. 나 나름의 성 평등 운동이기도 하고, 치마 입고 싶어서 입는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말로 “너 스타일이 특이하고 앞서 나가는 건 알겠다. 일본 스타일인 것은 인정하겠는데, 이 동네에서는, 아니 한국에서는 아니다. 여기서는 절대 그렇게 될 수도 없다.”

따먹힐 것이라는 복장이 성폭력을 부른다는 여성혐오에 가까운 전형적인 피해자 탓하기와 특정 성적 지향에 대한 비난. 성 정체성이 흔들리느냐는 타인의 성적 지향, 성별 지향 자체에 대한 비난. 여기서는 아니라는 문화상대주의를 가장한 비난. 이런 성폭력과 성차별을 띄는 비난에 굉장히 힘들었다. 덕분에 며칠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 그래도 계속

나는 스트레스에 좀 약하다. 아니, 스트레스에 약해졌다. 다시 튼튼해져야 한다. 내가 알기에 이런 식으로 성 평등, 성 인식 전환 운동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 나다. 내가 약해지면, 누가 대신 운동해줄 것인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내 마음대로 못 입으면 그것도 스트레스일 텐데, 좋아하는 일 하고 스트레스받는 게 낫다. 튼튼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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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버리어 2016.01.05 14:03 신고

    지지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남성으로서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지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 또한 치마를 입어볼까 고민해봅니다. 일단 혼자 사는 집에서라도 시작해볼게요. 머리는 기르고 있는데 치마는 더 겁이 나서 입지 않았었거든요. 님의 글 읽고 용기내봅니다.

    • 지지 감사합니다 :)
      치마를 입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나 바지 위에 덧입는 것부터 시작해보셔요.
      용기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트랜스젠더는 화장실을 어떻게 가야 할까?

트랜스젠더는 화장실을 어떻게 가야하는 것일까? 『내가 같이 가줄게(http://www.huffingtonpost.kr/janna-barkin/story_b_8626260.html?utm_hp_ref=korea)』와 같은 글에서는 “아주 어렸을 때도 우리 '딸'은 여자 화장실에 있으면 이상해 보였다. 내가 아마야를 화장실에 데리고 가면 눈에 띄게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꾸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더불에 그 경험에 따라 “사람들 대부분은 어떤 화장실이 자기에게 자연스러운지 본능적으로 알고, 자신의 젠더 정체성과 가장 가까운 화장실을 고른다.“며 젠더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쓸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한다.

거기에  “트랜스젠더, 특히 트랜스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범죄 사례는 많이 있다.”며 통계를 보여주며 시스젠더들의 시선이 불편함을 함께 이야기한다.

나는 이 글도 조금 불편했다. 나는 시스젠더인데, 치마를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화장실의 성별표시

(출처 한국표준정보망 http://www.kssn.net/Pictogram/KS_pictogram_detail.asp?code=PI%20PF%20003&gotopage=1)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별 표시가 있다. 남성은 바지 입은 모습, 여성은 치마 입은 모습의 픽토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글을 읽지 않고 직관적으로 보기 편하라고 만든 것이다. 이런 상징은 글을 몰라도 쉽게 구분하여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화장실이라는 폐쇄적 공간에 동성끼리 몰아넣음으로써 이성이 같이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배변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배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민망함, 혹은 성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화장실의 이 성별 표시와 구분 정도로는 괜찮은 것일까?

먼저 이 성별표시가 의상을 다룬다는 것은 그 젠더가 일상적으로 착용한 복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여성이라는 젠더는 치마, 남성이라는 젠더는 바지가 당연한 규범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지를 입은 여성, 치마를 입은 남성은 어떻게 화장실에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바지를 입은 여성은 지금 굉장히 흔하다. 치마의 불편함 때문에 바지를 입는 여성도 많고, 체육복의 경우 반드시 바지를 입는다. 그래서 바지를 입은 여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치마를 입은 여성과 바지를 입은 여성 사이에 서로 불편한 일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바지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여성에게 일반적이지 않았었다. 서유럽은 여성에게 바지를 입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었고, 심지어 조례를 지정(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3/02/05/0619000000AKR20130205001400081.HTML)하기도 했었다. 조선 같은 곳은 예외적으로 여성이 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흔했다(속바지 일지라도). 하지만, 겉은 치마였으니 바지가 겉에 보이게 입은 여성이라는 것은 20세기 이전에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바지를 입는 여성이 늘어난 것과 반대로 지금은 치마를 입은 남성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킬트 같은 전통의상이라고 해도 대부분 일상에서 입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체 행사에서 남성에게 치마를 입혀 여장이라며 조롱 내지 오락거리로 만드는 것이 가장 흔하게 보는 형태. 그외에 특별한 전공의 사람들이나 남성용 치마를 입고, 나머지는 게이(오해다 https://namu.wiki/w/여장남자#s-1.2)이거나 트렌스 젠더가 되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치마를 입은 남성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불편한 일이 된다. 머리만 길어도 목욕탕, 화장실 등에서 뒷모습에 깜짝깜짝 놀라는 사람이 좀 있다. 뒷걸음질 쳐서 남자 화장실이 맞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얼굴과 복장에 안심하고 다시 들어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것을 머리 길이만으로 겪을 때는 괜찮다. 복장이 치마가 되어버리면 화장실 청소하러 들어온 여성 그 이상으로 불편한 시선이 걱정된다.

일단 남성이 치마를 입는 것 자체를 여장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만약 그게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에 여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쳐도 그것이 왜 오락거리이거나 조롱거리, 혹은 (호모포비아로 보이는) 시스섹슈얼이나 시스젠더에 의해 따가운 시선이나 호기심 충족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일반적인 젠더 역할에 대해 불만이 있다. 모계사회든 가부장제든 차별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모두 불만이다. 능력이나 상황에 따라 역할을 나누면 될 것을 굳이 젠더 역할을 부여하면서 개인의 외모의 지향점부터 삶의 양식까지 나누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해외에는 장난감이나 캐릭터 의상 등에서 젠더 인식에 대한 변화(http://www.huffingtonpost.kr/2015/09/25/story_n_8193874.html)가 나타나는 것 같다. 어린이들의 불만을 시작으로 나타난 변화다. 아이들의 호불호를 성별을 통해 나누지 않게 하여, 아동의 취향이나 선호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를 존중하지 않는 어른들 역시 그대로 존재(http://www.huffingtonpost.kr/2015/10/22/story_n_8364204.html)하긴 한다. 장난감 부엌 세트를 바라는 아이를 갖고 성을 따지며, 비하하는 의미로 특정 성적 지향으로 만들어낸다고 비난한다. 아이의 선호를 존중하는 것이 왜 비난받을 거리가 되는 것일까? 시스젠더만이 정답이 아닐텐데, 아이의 선호까지 강제해야하는 걸까?


- 겉모습으로 판단하기는 괜찮은 것일까?

잠깐 영상을 하나 보자.

EBS 다큐프라임 - 인간의 두 얼굴 2. 2부 아름다운 세상(https://www.youtube.com/watch?v=9Gfyen0jHS4)을 보고 여성이 성격을 본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며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일부 남성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오독이다. 이 영상은 외모만으로 보는 첫인상에 대한 실험일 뿐이다. 사람들이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미리 판단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만화 선천적 얼간이들의 30번째 에피소드 헤드윅 사우나(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478261&no=31)는 머리 긴 남성들이 겪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재는 많이 없을지 몰라도 비슷한 상황들이 한 번씩 발생한다. 화장실에서 뒷모습을 보고 놀란다거나 정면 가슴위 만을 보고(내가 겪었다…) 놀라기도 한다. 일부 남성으로 오해 받는 여성의 경우에도 화장실에서 비슷한 일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이렇게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당신의 눈매가 날카로워 보인다고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당신이 항상 웃는 모습이라고 무슨 일이든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당신의 눈매가 날카롭고 인상이 딱딱하여 나쁜 짓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다 허용할 수 있는가?

당신이 잠깐 졸았다고 평소 밤에 놀기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당신이 몸무게가 적어 보인다고 밥을 안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몸무게가 많아 보인다고 밥을 많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다 허용할 수 있는가?

당신이 빛이 바랜 셔츠를 입었다고 소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당신이 갖고 싶은 휴대전화를 겨우 하나 샀는데 갑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추위에 떨지 말라고 협찬으로 받은 옷(http://www.dispatch.co.kr/429747)빅이슈 판매원이 모욕을 받는 것(http://www.insight.co.kr/newsRead.php?ArtNo=42177) 다 옳다고 생각하는가?


- 젠더 블라인드, 젠더 비순응 운동을 제안한다.

겉모습을 꾸미는 것 자체를 반대하거나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겉모습을 보고 타인을 억압하고 있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그리고 겉모습만을 보고 문제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평등(양성평등이 아니다)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젠더 블라인드 운동을 제안한다. 이 글을 읽고 이 운동에 동의하는 분은 남성의 치마입기, 채용 담당자의 경우 이력서에 사진 및 성별표시 없애기, 남녀 화장실 따로 설치 대신 장애인 구분 없는 공용 1인 화장실 2개 이상 설치, 쇼핑몰의 경우 남성복 여성복 대신 카테고리와 사이즈 상세 표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했으면 한다.

나는 공공연히 치마를 입는 것을 시작으로 젠더 블라인드 운동을 하고자 한다. 함께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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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를 대표하는 것이 돌하르방 말고 또 무엇이 있느냐는 이야기에, 제주의 상징을 찾는 것보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바람에 몇 년 전에 썼던 소설 『마지막 용사』가 떠올랐다. 당장 보기에 이상하거나 어색한 부분만 고쳐보았다. 제주시 산지천에서 놀랐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 소설이다. 산지천과 칠성로 쇼핑거리를 잇는 곳은 영화의 거리처럼 꾸며져 있다. 내가 보기에는 박제된 장소일 뿐이다.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경험과 이야기이다. 포스터 타일 따위가 아니다.



마지막 용사


1.


용사는 술을 얼큰하게 마시고, 술집 문을 열었다.


‘어차피 내일은 일 없는 날이니, 밤바다 구경이나 좀 하자.’


천천히 바다를 향하는데, 웬 여자 둘이 용사를 향해 다가왔다. 뭐지 하면서 잠깐 쳐다보고 바로 지나가려고 했다. 용사를 계속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용사는 기분이 좋지 않아 따지려 고개를 돌렸다.


“쵸과으내와구아”


‘이거 무슨 소리야?’


용사는 당황했다.


“네?”


“쵸과내와구가”


이상한 느낌에 한 여자의 눈을 쳐다봤다. 텅 빈 눈빛.


‘미친 사람인가? 말을 잘 못하나? 돈이 필요하나? 돈 없는데’


“미안해요,. 돈 없어요.”


“에푸낙시소”


‘무슨 말이야?’


용사는 이들을 뿌리치고, 바다로 향했다. 스물 스물 이상한 기운에 섬뜩했지만, 용사는 별 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걸었다.


“츄과으내와가”


“쵸과내와구가”


“쵸과으내와구아”


‘뭐, 뭐야? 왜 이래?’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용사는 알 수 없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비슷하게 내는 그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둘러보니, 옆에 그들 뿐 아니라, 수많은 텅 빈 눈빛의 사람들이 용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좀비? 이 세계에도 결국 좀비가 나타나버린 건가? 아니, 경비대에서는 왜 모르는 거지?’


용사가 좀비라고 생각한 이들은 용사에게 다가가며 사람의 말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로 웅성댔다. 몸을 붙잡거나 때리는 등 물리적 피해를 주는 것은 없지만,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몇 몇은 텅 빈 눈빛으로 쫓아 달려오는데, 무섭다.


‘무기는 없다. 이 세계는 무기를 가지려면 허가도 받아야 한다. 경비대는 법에 의해 정해진 절차로만 활동한다. 경비대가 아닌 사람 역시, 무기 없이 함부로 싸워서도 안된다. 뭐 이따위 세상이 다 있지?’


용사는 이 세계의 규칙을 속으로 욕했다. 비명 소리 조차 못 내고 좀비 떼가 나타난 바다 방향을 등지고 도망쳤다.




2.


“얘”


한 여자가 용사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안녕하세요”


“왜 놀라?”


“아, 그…”


“이따 저녁에 시간 있어?”


“네? 뭐 저녁에 일 없어요.”


“그러면, 이따 퇴근하고 나랑 밥 먹자.”


“네? 왜…”


“밥 먹는데 이유가 어디 있니?”


“네.”


“좀 부탁할 게 있어서 그래. 그렇게 힘든 건 아니야.”


“아, 네…”


용사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뭐지? 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3.


“고생했어.”


“아, 아녜요.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 걸요.”


“짐 들어줄 사람 있다고, 간만에 욕심 좀 부렸어. 대신 오늘 술도 살게.”


“아녜요. 괜찮아요. 얼마나 힘든 일 했다고…”


“언니가 술 먹고 싶어서 그래.”


“네… 누나 알았어요.”


용사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겨우 쌀 한 포대, 세제 같은 거 차에서 잠깐 들어준 것 뿐인데…’


“조금만 기다려. 사온 것들 정리하고 가자.”


“네.”


용사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현관문을 닫지도 않은 채, 신발장에 기댔다. 기대고 보니 불편했지만, 부끄러워 자세를 고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지금 몇 시야?”


용사는 시계를 봤다.


“아홉시 좀 넘었어요.”


“응. 거의 다 됐어. 이제 이것만 넣고 냉장고 문 닫으면 끝! 가자.”


용사는 말 끝나기가 무섭게 몸을 세워 밖으로 나갔다.




4.


“짠”


여자가 용사에게 맥주 캔을 내밀었다.


“실망했니?”


“아녜요.”


“바닷가에서 캔맥주라 실망했구나? 미안, 누나가 요즘 좀 돈이 없어.”


“아, 그런 거 아녜요. 좀 긴장해서 그래요.”


“내가 덥칠까봐?”


“네?!”


용사는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대답하고 제 소리에 놀랐다.


“너 누나 좋아하는구나?”


“네?!”


“농담이야 농담. 근데, 아까 무슨 소리야? 그냥 동네서 운동하는 아줌마들 같던데?”


용사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아녜요. 제가 예전에 이상한 꿈을 꾼 적 있어서, 그거랑 착각했나봐요.”


“무슨 꿈인데?”


“말 안 할래요.”


“무슨 꿈인데? 야한 꿈이야? 말 해봐.”


“아, 그런 거 아녜요. 자꾸 놀리지 마요.”


“그러니깐 그냥 말해봐.”


겪었던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진짜 꿈이었나 싶어 용사는 고민했다.


“아까 거기 지나가는데 거기 사람들이 갑자기 괴물로 변해서 저를 공격했었어요.”


“너는 어떻게 했는데?”


“도망쳤죠.”


“에이, 재미 없다.”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겠죠?”


“푸하핫, 괜찮아. 그런 일 없어. 그런 건 영화에나 나오는 거야. 귀여워라. 하하핫.”


“아, 뭐예요.”


“좀 어둡긴 어둡지? 나중에 누나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 하하핫.”


“놀리지 마요!”




5. 


“피곤하다. 돌아서 가면 머니까, 아까 왔던 길로 가자.”


여자가 말했다. 용사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가 계속 놀릴까봐 다른 데로 가자고 하기도 싫었다. 어쩔 수 없이 왔던 길을 통해 돌아가기로 했다.


‘시간이, 그날하고 비슷한데….’


용사는 시간을 보고 불안해서 긴장했다.


“괜찮아? 돌아서 갈까?”


여자가 용사를 걱정했다.


“아녜요. 괜찮아요. 이쪽으로 가요.”


하지만, 용사는 부끄러워 그냥 가자고 했다.


“부끄러워서? 하하핫. 귀여운 녀석. 무슨 일이 있으면 소문이 안 났겠니? 가자!”


용사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 부끄러워. 마왕을 베러 갈 용기가 있던 용사였었는데, 왜 이렇게 겁쟁이가 된 거지? 아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 약해졌어. 그 때 처럼 강하지 않아. 여기는 그곳처럼 큰 위기로부터 구해줄 용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지도 않아. 용사가 되려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곳이야. 어쩔 수 없어.’


용사는 입안의 살을 깨물었다.


“보조개도 있었어?”


“네? 없는데?”


용사는 놀랐다.


“어, 없네? 잘못 봤나보다. 얼른 가자.”


“네.”


용사는 전에 좀비들을 봤던 길 쪽으로 여자와 함께 걸었다.


‘걷는 게 어색한 느낌이 든다.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드네. 무슨 일 생기지는 않겠지?’


“보조개!”


“네?!”


“보조개 또 생겼네? 잘못 본 거 아니였어.”


“보조개 있어요?”


‘아, 깨문 것 때문인가?’


“근데 너 이상하다. 무서워? 다른 길로 갈까?”


“아녜요. 무슨, 안 무서워요. 그냥 이쪽 길로 가요.”


용사는 허세를 부렸다.


‘별 일 없겠지. 능력도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안되는데…. 아냐, 안 생길 거야. 괜찮을 거야.’


용사는 자위했다.




6.


‘나무들 때문에 잘 안 보이네.’


“여기 어둡구나. 나무들 때문에 가로등이 있어도 그림자가 많아서 좀 그렇네.”


“네, 어둡네요.”


“지나다니는 사람이 조금 있네?”


“네, 있네요.”


용사는 긴장했다. 좀비는 겉보기에 사람과 별 차이 없다. 특히나 깨끗한 모습일 경우 덤벼들지 않는 이상 이상한 구분하기 쉽지 않다. 소리를 내거나 특정 동작을 느릿느릿 무의미하게 반복할 때나 겨우 의심할 수 있다. 좀비가 출현했던 곳이라면, 더욱 더 의심해봐야 안전하다. 좀비의 움직임을 차단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면 당장은 조심스럽게 피해야 한다.


“얼른 가요.”


용사는 용기있게 움직였다.


“어 저기 아주머니 한 분이 뛰어오네?”


“네?”


“근데, 뭐 저렇게 느리냐?”


용사는 식은땀이 흘렀다. 여자의 눈을 따라갔더니, 웬 사람이 느리게 뛰어 온다.


‘확실히 좀비다. 좀비. 오지 말 걸 그랬어.’


“저 앞에도 아주머니들 많네?”


‘어떻게 방법이 없다. 다시 바닷가 쪽으로 가자.’


“누, 누나….”


용사는 여자를 부르며 뒤돌아보았다. 뒤에도 사람들이 있다.


‘갇혀버린 건가?’


용사는 혼란스러웠다. 무기도 없고, 지켜야할 사람도 있다.


“응? 왜?”


“저 사람들…”


“더워서 밤에 잠이 안 오나봐. 산책,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 같은데?”


“네?”


“봐봐. 웃기지 않니? 나무 기둥을 등으로 치는 것 말야. 저 아주머니는 뒤로 걷고 있지. 저 아주머니는 뛰어다니고 있지?”


용사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방금까지 이쪽을 향하던 사람들이 딴 짓을 하고 있다.


‘여, 여기 뭐야?’


“아… 네, 하… 하…”


계속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 딴 짓을 하고 있다. 용사는 계속 입을 벌리고 주변을 살펴보며 갔다.


“이제 밝아졌네?”


용사는 이제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다.


“하아, 하아”


용사는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괜찮니?”


“네, 하아, 괜찮, 아요. 하아.”


“긴장 많이 했었구나. 다음에는 이 길로 가지 말자.”


“하아, 괜찮, 하아, 아요. 앞으로, 하아, 는 하아, 괜찮을, 하아, 거예요.”


“말 하지마. 일단 앉아서 좀 쉬어.”


용사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물이라도 마실래?” 


“예, 하아 하아”


“잠깐만 기다려.”


여자는 용사를 두고 갔다. 용사는 지나온 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과호흡으로 몸에 힘이 다 빠져,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몸 움직이기 너무 힘들다. 나 왜 이렇게 긴장했지? 아까 별 일 없었잖아?’


간신히 몸을 돌린 용사는 숨을 헐떡이며 지나온 길을 쳐다봤다. 많은 나무에 가려져 뒤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안 보이네. 아까도 나무들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는데…’


용사는 소름이 돋았다.




7.


“괜찮아?!”


여자가 큰 목소리를 냈다.


“네? 네.”


용사는 놀랐다.


“밤에 응급실 갔었다면서, 왜 이렇게 멀쩡해보여? 놀랐잖아.”


“아, 어제 밖에서 호흡 발작으로 쓰러졌어요. 푹 쉬고나면 괜찮아지는 걸요.”


“그래? 너 어제 나랑 술 마셨잖아? 나 때문이야?”


“아녜요. 놀라갖고.”


“왜?!”


“거기 갔었어요.”


“거기? 왜 또? 안 들어가고 뭐 했어?”


“아, 그게… 하아…”


‘거기 다시 지나가면서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그거 때문에?”


“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다고 그래? 꿈하고 현실도 구분 못 해?”


“네, 극복은 해야하지 않나 싶어서…”


“… 잘났어.”


용사는 부끄러웠다.


“이따 나랑 거기 같이 가자.”


“네? 아녜요.”


“너 집착하고 병원에 또 가는 꼴을 보느니,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낫겠다.”


“그럴 필요 없어요.”


“이따 시간 내라.”




8.


“이제 괜찮을 것 같네?”



용사의 숨 쉬는 모습이 편해 보인다.


“고마워요.”


“내가 신경 쓰이는 게 싫어서 그랬어. 내일 보자.”


“네, 누나. 내일 봐요.”


용사는 작별인사를 하고, 여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았다. 여자가 안 보이는 데도 한참을 쳐다보았다. 숨을 몇 번 크게 쉬고, 뒤돌아섰다.


‘이번에는 혼자 가보자.’


용사는 좀비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으로 보이는 것들이 하나 둘 씩 용사를 향해 다가왔다.


“쵸과으내와구아”


“예프나시쏘”


“츠가유내와구가”


“예프나가씨쏘”


용사는 뛰었다. 한참을 뛰어 바닷가까지 왔다. 용사는 멈췄다. 용사는 몸을 떤다.


‘확실해. 좀비야. 여자는 피하고, 남자만 공격하는 신종 좀비야.’


숨을 몇 번 크게 쉬고는 가방을 풀었다. 가방의 지퍼를 열고 주섬주섬 꺼냈다. 장갑을 끼고 몽둥이와 칼을 꺼냈다. 뒤돌아섰다. 용사는 마왕을 없애기 위해 성을 나서던 그 날의 결심을 다시 떠올렸다.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악물었다.


‘오늘 아니면 안돼.’


용사는 소리를 죽여 느릿느릿 걸어갔다.


‘처음부터 한 번에 많이 오면, 내가 먼저 당할 수 있어. ’


사람 형상의 뭔가가 다가왔다. 용사는 섬뜩했다. 손에 힘이 조금씩 빠진다.


‘이렇게 짧은 칼을 잡는 건 오랜만인데, 묶어둘 걸 그랬나?’


사람 형상을 한 것이 점점 빠르게 다가온다. 


“쵸과으 이으내와구아”


‘으아악!’


용사는 좀비들이 떼로 몰려 올까, 걱정에 소리도 못 질렀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는 달려가 가슴팍을 차 넘어뜨렸다. 넘어진 좀비의 목에 칼을 박아넣었다. 용사는 손에서 힘이 빠졌다.


‘으윽. 몸이 너무 약해졌어.’


좀비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칼을 잡아빼려 했지만, 손에 힘이 빠져 쉽지 않다.


‘마을로 복수하러 오면 곤란해. 오늘 다 해치워야하는데.’


용사는 애써 칼을 빼고 다시 천천히 걸었다. 하나가 아니다, 셋이다. 좀비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좀비가 아닌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


“쵸과으 이으내왁구가”


“예프낫씻쏘”


한 번에 셋을 동시에 노렸다. 용사는 몽둥이로 하나의 머리를 치고, 발로 다른 하나의 가슴팍을 밟았다. 나머지 하나의 몸뚱이에 칼을 박기 위해 달려갔다. 그 좀비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꺄악!”


‘좀비가 다른 좀비들을 부른다! 위험해!’


좀비는 뒤돌아 도망갔다. 용사는 달아나는 좀비를 쫓아갔다. 


“하리아! 하리아! 므이힌!”


용사는 좀비의 등짝을 차 넘어뜨렸다. 앞으로 넘어진 좀비의 뒷목에 칼을박았다.


“흑!”


좀비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하아! 사하!”


용사는 넘어뜨린 좀비들이 지르는 소리라 생각해 바로 뛰어갔다. 다행스레 다른 좀비들은 보이지 않았다. 엎드려 벌벌 떠는 좀비를 향해 달렸다.


“어? 억!”


용사는 휘청했다. 옆에 있던 다른 좀비가 달려가던 용사를 쳤기 때문이다. 용사는 움직이는 좀비를 향해 칼을 휘두르다 폭약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용사는 쓰러졌다. 누가 용사의 팔을 묶었다.


“미친 새끼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용사는 어이 없었다.


‘왜?’




9.


마지막 용사


이 세상에 다신 없을 용사, 미친놈, 실제 존재한 도플갱어


목차

1 사건

2 마지막용사

   2.1 마지막 용사의 정체

   2.2 의문

      2.2.1 쌍둥이

      2.2.2 지문

      2.2.3 살해 이유


3 증언


1 개요

O월 OO일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거리에서 50대 여성 둘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그는 처음에 “경찰 대신 할 일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괴물을 소탕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발언은 심신미약으로 감형 받기 원해서 그러는 것 이라며 비난받기도 했다.(Y통신 O월 OO일자 보도) 하지만, 그는 이 비난에 대해서 “나는 미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할 뿐.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도축 장소나 방법에 대한 비난이나 죄라면 받아들이겠다.”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K신문 보도)

젊은 남성이 어머니 뻘 여성을 살해하고도 뻔뻔한 반응을 보인다며 분노했다. 동시에 저런 가해자의 인권을 왜 보호하냐며 얼굴과 이름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C신문이 제일 먼저 가해자의 얼굴 사진과 이름을 공개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었다. C신문에 대한 비난 여론은 뒤이어 여러 언론사에서 공개한 실명과 사진에 묻히는 듯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갖는다. “피의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주변 인물에 대한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 “피해자와 피의자 간 원한 관계는 없다.” 언론은 앞다투어 경찰의 무능함을 질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날, “구치소를 탈출한 피의자가 공항에서 체포되었다”는 속보(O신문)가 나왔다. 청와대는 바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의자는 구치소에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O신문의 A 기자는 SNS를 통해 피의자는 구치소를 탈출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같은 신문에서 손발이 안 맞는다며 SNS에서 O신문을 비난하는 내용이 나타났다. 하지만, 뒤이어 여러 다른 매체들도 비슷하게 상반된 내용을 발표했다. 심지어는 경찰 마저 서마다 상반된 발표를 했다. 청와대는 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발표했다. 피의자를 구치소에 가두고 있는 경찰서는 CCTV와 피의자를 언론에 공개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피의자를 체포했다는 다른 경찰서 역시 피의자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난 날, K신문에 익명의 경찰이 제보를 했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피해자는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를 하던 여성으로 피의자는 그들이 좀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의자는 자신이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서 온 마지막 용사라고 주장한다. 피의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가족이 피의자의 해외출국을 주장했고, 실제 출국기록과 현지 경찰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둘의 외모, 목소리, 지문이 모두 일치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출처 필요)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났을 때, 이 사건을 언급하는 언론이 드물었다.

2 마지막 용사

   2.1 마지막 용사의 삶

“어느날 갑자기 다른 세상에서 이쪽으로 왔다”고 주장. 50대 여성 2명 살해 직후 검거, 공판이 시작되기 전 구치소에서 체액으로 추정되는 것만 남고 신체가 사라졌음.



   2.2 의문

      2.2.1 쌍둥이

출생한 병원에 가보았으나 쌍둥이가 태어난 기록 없음. 남아있는 초음파 사진 역시 쌍둥이가 아닌 것으로 확인.

도플갱어?


      2.2.2 지문

지문이 같다. 쌍둥이도 지문은 같지 않다.

도플갱어로 추정하는 이유 중 하나


      2.2.3 살해 이유

50대 여성들은 사람이 아니라 좀비이기 때문이라 주장. 마지막 용사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이런 이상한 소리를 냈다고 한다. “쵸과으내와구아”, “쵸과내와구가”, “에푸낙시소”, “츄과으내와가”, “쵸과내와구가”, “쵸과으내와구아”, “쵸과으 이으내왁구가”, “예프낫씻쏘” 등

살해된 여성들은 성매매 호객꾼이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총각 연애하고 가.”, “예쁜 아가씨 있어.”를 잘못 들은 것이라고 추정.


3 증언

살해된 여성들을 본 적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링크


O월 OO일

「20대 남성 칼부림, 50대 여성 사망」

「범인은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긴급체포」

칼부림으로 50대 여성 다섯 명이 살해당하거나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순찰중이던 경찰의 빠른 대응으로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다. 경찰은 피의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원한 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O월 OO일

「“경찰 대신 할 일을 했다” 억울함 호소」

「피의자 정신 질환으로 감형 노리나?」

50대 여성 살해로 현장에서 체포된 김씨는 경찰 대신 할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곳의 치안은 엉망", "경찰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아", "괴물을 소탕하는 게 뭐가 문제" 만 반복, 경찰은 신원파악도 못 하고 있어.


O월 OO일

「알권리 위해 피의자 얼굴 공개」


O월 OO일

「피의자 신원파악, 자택 압수수색」

「피의자 원한 관계 없는 것으로 파악」

「피의자 폭력 게임에 중독」

「피의자 음란, 폭력물 다량 소지」


O월 OO일

「피의자 관리 어떻게 하나? 도주 이틀이 지나도 단서 하나 못 찾아」

「경찰 CCTV기록 조작 했나? 피의자 도주 경로 미스터리」

「수사 왜 진척 없나? 피의자 지문과 일치하는 주민등록 없어」


O월 OO일

「도주 사흘만에 공항에서 발견, 도주하던 피의자는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 주장」


O월 OO일

「CCTV 및 기록 확인. 피의자 같은 시간대 해외에 있어. 사건 다시 원점.」


O월 OO일


(사건 관련 기사)




나는 예쁜 옷을 좋아한다. 옷을 사러 가면 별로 예쁜 옷이 없어 항상 고민했다. 조금이라도 예쁘다 싶으면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여성복으로 파는 것들이었다. 그런 여성복을 사볼까 하다가 다른 사람의 눈이 무서워서 구입해본 적이 없다. 사이즈가 안 맞을까 걱정, 이상하게 볼까 걱정. 걱정, 걱정, 걱정, 그렇게 걱정만 하며 내 취향을 피하기만 했다.

육지에서 2년 가량 살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내 상태는 엉망이었다. 마지막 1년에 겪었던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이었다. 그래도 만나는 사람이 생기면서 상태가 점점 좋아졌다. 하지만, 방황하게 되었다. 긴장이 아직 남아 있는 데다, 다가오는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로 방황을 선택한 것이다. 방황을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던 중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변화를 줄까 고민하던 중 흥미가 생기는 구인 광고를 봤다. 교사를 하고 싶지만, 이곳이라면 잠시 교직을 벗어나서 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음식과 관련되어 있고, 나 같은 성향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쓰던 중 저항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내가 저항하지 않고 피했을 때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다시 저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환절기도 오고 해서 옷을 새로 사고 싶었다. 내가 입는 옷을 통해 큰 변화를 주고 싶었다. 이전에도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 항상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을 입어서 튀고 또 튀었다. 그래도 나 나름 무난하다고 생각하고 입었을 뿐이었다. 이제 무난함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었다. 좀 더 튀게 입고 싶었다. 옷을 통해서도 저항하고 싶었다. 여자한테 폐끼치는 사이즈라고 하는 말, 젠더에 맞는 의상이라는 것에도 저항하고 싶었다.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내가 보기에 바지보다 치마가 예쁜 것이 많았다. 예쁜 치마를 입어보자. 치마에 맞는 상의를 입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좀 두려웠다. 그래서 랩스커트를 선택해서 바지 위에 겹쳐 입을 생각을 하고 랩스커트를 주문했다. 계속 두려워서 직접 사러는 못 가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주문했다.

막상 결심하고 주문했는데, 복장도착이라며 변태 취급 받는 것은 아닐까? 난 여성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젠더를 바꾸려고 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불안에 사로잡혀 사는구나, 왜 이렇게 살까? 답답해 하며 일단 주변에 여기 저기 물어봤다. 뭐 어떻냐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그러고 치마를 입으려고 한다고 어머니한테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 왈 “여자 옷 아니냐?”

대답은 바지 위에 겹쳐 입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는데, 내가 크로스 드레서로 행동하려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에 레깅스나 스타킹을 입을 생각도 했고, 여름에 맨다리도 해볼까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이성의 옷을 입는 행위로 비춰지려나? 아니, 대체 여성복, 남성복이라는 개념이 뭐기에 그래? 치마는 남자한테 더 좋다는데. 그리고, 재봉이 발달하기 전에는 그런 거 안 가리고 치마였을텐데! 여자가 바지 입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나는 성별에 관계 없이 입고 싶은 옷을 입으려는 것인데, 이건 어떻게 설명을 할까? 유니섹스? 메트로섹슈얼? 왜 설명을 해야하는 거지? 난 젠더라는 것에도 저항하려는 건데. 내가 왜 젠더에 얽메이는 거지? 이렇게 갑갑한 마음을 하면서도 나를 설명할 말을 계속 찾아보았다. 젠더 비순응, 젠더 블라인드 정도가 가장 어울릴 것 같았다.

데이트를 하러 가면서 치마를 입었다. 바지 위에 치마. 이틀 연속 만났는데, 그는 하루는 바지, 하루는 치마. 좀 부러웠다. 나는 치마를 입는데 남들 눈을 걱정하는 남자, 그는 치마를 입는 게 사회적으로 자연스러운 여자. 그렇게 데이트를 하면서 남자인 내가 치마 입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 속에 레깅스 입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어차피 남인데.”라면서 괜찮다고 했다. 그말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그는 나를 그만큼 존중하는 것이었다. 그래 모두 남인데, 내가 아닌데, 뭘 그렇게 걱정했을까? 겨우 남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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