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아이폰이 출시되고, 대한민국에는 아이폰이 출시될 가능성이나 있을지 짐작도 못 하던 그 시절 일이다. 탁현민의 <남자 마음 설명서>가 출간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 책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아아, 조금 일찍 알았다면 나도 그 자부심이 가득하고 끈끈한 남성 연대에 낄 수 있었을까?

난 그 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힘들다. 그때 힘들었던 그 일을 몇몇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털어놓았을 때, 한 놈은 "그 여자 나한테 소개시켜줘라."라고 했다. 난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일이 누구에게는 굉장히 부러운 일이었다. 나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인데, 그놈이나 탁현민에게는 부러울 일인 것이다.

그 시절 나는 거의 매일 섹스를 했다. 거의 매일 싸웠고, 거의 매일 자살 소동이 있었다. 그는 집착이 굉장히 심했다. 죽어버리겠다며 위협했고, 내게 항상 큰소리쳤다. 그렇게 매일 같이 소동이 있고 나서 가라앉으면 그의 마음이든 나의 마음이든 달래기 위해 같이 요리와 함께 술을 마셨다. 그리고, 집에 보낼 수 없었다. 앞에 소동을 벌인 이유가 내가 그에게 이제 집에 가라고 했기 때문이라서 그렇다.

그는 함께 밤을 보내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섹스를 좋아했다. 그런데, 콘돔을 감이 안 좋다고 싫어했다. 하지만 임신에 대한 공포가 심했다. 끊임없이 섹스를 요구하면서도 콘돔을 하지 말자고도 계속 요구했다. 임신 걱정 심하지 않느냐 그러면 피임약이라도 먹으라고 했더니 피임약은 여자 몸에 좋지 않다고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콘돔을 했는데, 자꾸 콘돔을 하지 말자고 했다.

콘돔을 하든 안 하든 달라질 건 없었다. 다음날부터 불안에 떨며 임신 테스터를 사올 것을 요구했다. 두 주 후에 해야 한다고 해도 기어코 당장 확인해야겠다며 사오라고 했다. 참고 섹스를 하지 말고 두 주 기다리고 테스트를 해보자 했지만, 기다리는 것도, 섹스를 하지 않는 것도 모두 싫어했다.

난 섹스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다 못해 점점 두려웠다. 발기 부전이 생겼다. 발기가 안 되면 안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조루가 생겼다. 빨리 끝내면 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지루가 생겼다. 그가 오르가즘을 느낄 정도만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내가 사정하지 않는 것도 싫어했다.

나중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월경전증후군(PMS)이 굉장히 심하고 긴 편이었으며 월경 주기도 굉장히 불규칙했다. 그게 자살 소동의 원인은 아니었지만, 정도가 심한 것과 관계가 있던 것 같다. 그가 그렇게 집착했던 것은 어린 시절 당한 아동학대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그 아동학대의 원인은 어머니의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결혼이었다. 그래서 그 피임 실패로 나타나는 임신이 얼마나 큰 공포인지 알 수 있었다.

굉장히 힘든 경험이었지만, 그 자부심이 가득하고 끈끈한 남성 연대에 끼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때 몸과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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